‘DL그룹 때리고 달래는’ 공정위 이상한 이중잣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29 10:12:14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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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뒤집기 ‘병 주고 약 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내부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이 지난 8월31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앞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고 보고 이 회장과 관련 회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이 와중에 DL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CP 등급평가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CP(Compliance Program)는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을 말한다. 공정위는 CP 등급평가를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CP 운영실적 등을 평가해 총 6단계 등급을 산정한다. 지난 14일 공정위는 2단계에 해당하는 AA등급(우수기업) 평가증을 DL그룹에 수여했다.

CP 등급 평가
2단계 AA등급

DL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대림과 지주사인 DL㈜은 올해 공정위 CP 등급평가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룹 측은 “이해욱 회장이 강조하고 꾸준히 추진해온 그룹의 ESG 경영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축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은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ESG가 자본시장의 미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는 만큼, 걸맞은 자격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ESG 경영과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봤다.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2억원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31일 대법원(주심 이동관 대법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상고심서 그에게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DL법인에게 벌금 5000만원,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함께 확정했다.

공정위 사정권에 들었던 DL그룹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올해에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던 배경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규정에 따르면 CP 등급 평가 대상은 “최근 2년간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이 있는 기업은 CP 등급평가 최종 결정 시, 평가 등급을 과태료·과징금의 경우 1단계, 고발의 경우 2단계 하향해 이를 최종 등급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선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공정위 경쟁정책과 관계자는 “DL그룹 고발건은 2년도 지난 일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가능하다”며 “CP 등급평가를 신청한 기업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공정위의 허술한 평가 대상 기준을 만족시킨 DL그룹은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 사익편취 논란에도 우수기업 선정
내부거래 고발 “2년 지났으니 괜찮다”

앞서 이 회장은 DL그룹 차원서 가족이 운영하는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DL그룹은 2014년 여의도 사옥을 ‘여의도 글래드호텔’로 개발하면서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운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관광은 이 회장과 그의 아들 이동훈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에이플러스디(APD)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고 매달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양보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DL그룹은 자체 개발한 브랜드를 APD 명의로 출원 등록하게 한 뒤, 글래드 호텔이 2016∼2018년 사이 총 31억원을 APD에 지급토록 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부자간의 부당이익이 오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DL그룹 측은 APD가 글래드의 브랜드 사업을 영위한 건 특수관계인의 사익을 편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글래드 브랜드 사업 수행은 사업기회 제공 행위가 아니며 이 회장의 지시와 관여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은 DL그룹과 APD 사이 거래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또, 이 회장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고 판단, 이를 대기업집단이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회장과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림(DL그룹)에 이익이 될 것을 APD에 제공했다는 것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부당한 이익 범위를 산정하는 데 있어 APD가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까지 포함되는지 등을 유리하게 본다 해도 전부 부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일각에선 “31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것에 반해 3억원의 벌금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러니 상황
자격 두고 뒷말

이 회장의 ‘개인회사 부당 지원’ 논란은 공정위로부터 시작됐다. 공정위는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고 보고 지난 2019년 5월 이 회장과 관련 회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대림산업과 오라관광, APD에 과징금 13억원도 부과했다.

당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한 것은 최초였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거래단계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만 제재했다.

공정위는 “이 회장 아들이 소유한 APD가 호텔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호텔 운영 경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협의 과정도 거래당사자인 APD가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호텔 시공·운영과정 등 실제 운영의 상당 부분을 오라관광이 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라관광은 스스로 구축한 이 기준을 APD에 제공해 이를 영업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APD는 오라관광에 아무런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분담금을 받았다. APD는 2026년 계약 종료까지 약 253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대림 총수 일가는 2018년 7월 APD 지분 전부를 오라관광에 무상 양도했다.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하자 대림이 무상 양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 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6년부터 CP를 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영 실태와 성과에 따라 매년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평가는 CP 운영 방침 수립, 최고경영자(CEO) 지원, 자율준수편람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시한다. 등급은 총 6개(AAA, AA, A, B, C, D)로 나뉜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에게는 직권조사 면제, 공표명령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최근에는 ESG 경영의 지표로 자리 잡았다.

DL그룹은 ESG 경영 지표인 CP 평가를 받기 위해 지주사인 DL㈜의 주도로 올해 1월 ‘DL그룹 CP운영 TF팀’을 발족해 주요 계열사의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다만, DL그룹이 CP 평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들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 DL그룹이 공정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에 관해 공정위 측은 “공정거래법상 문제는 없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법률적이진 않지만, ESG 경영의 일부인 사회적 책임 분야서도 ‘산업재해예방’은 중요한 항목이다. 공정위 CP 기준을 폭넓게 평가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DL그룹 건설 현장에 연일 사고가 터지면서 이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한 건 불과 2주 전이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DL그룹에서는 1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핵심 계열사 DL이앤씨에서만 지난해 4차례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올해 8월에도 부산 연제구 아파트 건설 현장 추락사고 등 3건의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총 8명이 사망해 ‘단일 기업 최대치’라는 오명을 썼다.

부산 현장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 유가족의 보상, 사업장의 산재 예방대책 등을 누차 지적해왔다. 사건 발생 100일 지나서야 DL그룹의 공식 사과와 함께 유족 측과 손해배상, 장례 절차, 민사상 손해배상금 등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환노위 관련 법률에 따라 이들을 고발하려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에 따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고 이 회장은 결국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문회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년 반 동안 7건의 사고로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이 회장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 회장은 앞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안전 비용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늘릴 계획이다.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고개 숙인 회장님
중대재해 최다 오명

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DL이앤씨에서는 전문적인 최고안전책임자(CSO) 없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겸직하는 등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SO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기업이 줄줄이 도입한 직책이다.

노웅래 의원실이 국내 주요 건설사 6곳(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DL이앤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CSO와 CEO를 별도로 분리하지 않은 기업은 DL이앤씨가 유일했다. DL이앤씨를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는 CSO와 CEO를 별도로 분리했고, 독립기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조직도상 주택, 토목, 플랜트 부문별 CSO를 두면서도, 주택 부문에서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CSO를 겸직해왔다. “공정을 잘 이해해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만큼 마창민 대표가 주택 부문 CSO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DL이앤씨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경영-안전 책임자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 의원은 “경영 효율화를 책임지는 CEO가 CSO를 겸직하면 안전보건을 위한 내부 견제 기능이 무용지물이 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형식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용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창민 대표는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문제가 안 생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개선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전 책임 의무가 있는 원청 DL이앤씨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4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e편한세상 신곡파크프라임’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올리던 중 작업대가 낙하해 장비 운전원 1명이 사망했다. 

DL이앤씨는 “관리자가 부재한 점심시간에 임의 작업이 이뤄졌고 그 와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8월 11일 부산 레이카운티 현장 사고와 관련해서는 “신고되지 않은 임의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사고뿐 아니라 DL이앤씨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260건이었던 DL이앤씨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해 302건으로 16%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10월 누적 322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 없다”
개선의지 실종

논란이 커지자 DL그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부터 약 2개월간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관리 전문 컨설팅 기관인 산업안전진단협회와 함께 본사, 현장의 안전보건체계 점검을 실시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실시한 산업안전진단협회 점검 결과도 면밀히 분석해 개선 방안이 있다면 본사와 전 현장에 전파해 유사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DL이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라는 오명서 벗어나지 못하면 ‘e편한세상’ ‘아크로’ 등 주택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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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