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때리고 달래는’ 공정위 이상한 이중잣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29 10:12:14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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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뒤집기 ‘병 주고 약 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내부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이 지난 8월31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앞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고 보고 이 회장과 관련 회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이 와중에 DL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CP 등급평가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CP(Compliance Program)는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을 말한다. 공정위는 CP 등급평가를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CP 운영실적 등을 평가해 총 6단계 등급을 산정한다. 지난 14일 공정위는 2단계에 해당하는 AA등급(우수기업) 평가증을 DL그룹에 수여했다.

CP 등급 평가
2단계 AA등급

DL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대림과 지주사인 DL㈜은 올해 공정위 CP 등급평가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룹 측은 “이해욱 회장이 강조하고 꾸준히 추진해온 그룹의 ESG 경영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축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은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ESG가 자본시장의 미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는 만큼, 걸맞은 자격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ESG 경영과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봤다.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2억원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31일 대법원(주심 이동관 대법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상고심서 그에게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DL법인에게 벌금 5000만원,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함께 확정했다.

공정위 사정권에 들었던 DL그룹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올해에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던 배경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규정에 따르면 CP 등급 평가 대상은 “최근 2년간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이 있는 기업은 CP 등급평가 최종 결정 시, 평가 등급을 과태료·과징금의 경우 1단계, 고발의 경우 2단계 하향해 이를 최종 등급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선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공정위 경쟁정책과 관계자는 “DL그룹 고발건은 2년도 지난 일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가능하다”며 “CP 등급평가를 신청한 기업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공정위의 허술한 평가 대상 기준을 만족시킨 DL그룹은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 사익편취 논란에도 우수기업 선정
내부거래 고발 “2년 지났으니 괜찮다”

앞서 이 회장은 DL그룹 차원서 가족이 운영하는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DL그룹은 2014년 여의도 사옥을 ‘여의도 글래드호텔’로 개발하면서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운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관광은 이 회장과 그의 아들 이동훈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에이플러스디(APD)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고 매달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양보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DL그룹은 자체 개발한 브랜드를 APD 명의로 출원 등록하게 한 뒤, 글래드 호텔이 2016∼2018년 사이 총 31억원을 APD에 지급토록 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부자간의 부당이익이 오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DL그룹 측은 APD가 글래드의 브랜드 사업을 영위한 건 특수관계인의 사익을 편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글래드 브랜드 사업 수행은 사업기회 제공 행위가 아니며 이 회장의 지시와 관여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은 DL그룹과 APD 사이 거래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또, 이 회장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고 판단, 이를 대기업집단이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회장과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림(DL그룹)에 이익이 될 것을 APD에 제공했다는 것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부당한 이익 범위를 산정하는 데 있어 APD가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까지 포함되는지 등을 유리하게 본다 해도 전부 부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일각에선 “31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것에 반해 3억원의 벌금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러니 상황
자격 두고 뒷말

이 회장의 ‘개인회사 부당 지원’ 논란은 공정위로부터 시작됐다. 공정위는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고 보고 지난 2019년 5월 이 회장과 관련 회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대림산업과 오라관광, APD에 과징금 13억원도 부과했다.

당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한 것은 최초였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거래단계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만 제재했다.

공정위는 “이 회장 아들이 소유한 APD가 호텔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호텔 운영 경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협의 과정도 거래당사자인 APD가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호텔 시공·운영과정 등 실제 운영의 상당 부분을 오라관광이 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라관광은 스스로 구축한 이 기준을 APD에 제공해 이를 영업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APD는 오라관광에 아무런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분담금을 받았다. APD는 2026년 계약 종료까지 약 253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대림 총수 일가는 2018년 7월 APD 지분 전부를 오라관광에 무상 양도했다.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하자 대림이 무상 양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 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6년부터 CP를 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영 실태와 성과에 따라 매년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평가는 CP 운영 방침 수립, 최고경영자(CEO) 지원, 자율준수편람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시한다. 등급은 총 6개(AAA, AA, A, B, C, D)로 나뉜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에게는 직권조사 면제, 공표명령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최근에는 ESG 경영의 지표로 자리 잡았다.

DL그룹은 ESG 경영 지표인 CP 평가를 받기 위해 지주사인 DL㈜의 주도로 올해 1월 ‘DL그룹 CP운영 TF팀’을 발족해 주요 계열사의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다만, DL그룹이 CP 평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들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 DL그룹이 공정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에 관해 공정위 측은 “공정거래법상 문제는 없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법률적이진 않지만, ESG 경영의 일부인 사회적 책임 분야서도 ‘산업재해예방’은 중요한 항목이다. 공정위 CP 기준을 폭넓게 평가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DL그룹 건설 현장에 연일 사고가 터지면서 이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한 건 불과 2주 전이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DL그룹에서는 1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핵심 계열사 DL이앤씨에서만 지난해 4차례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올해 8월에도 부산 연제구 아파트 건설 현장 추락사고 등 3건의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총 8명이 사망해 ‘단일 기업 최대치’라는 오명을 썼다.

부산 현장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 유가족의 보상, 사업장의 산재 예방대책 등을 누차 지적해왔다. 사건 발생 100일 지나서야 DL그룹의 공식 사과와 함께 유족 측과 손해배상, 장례 절차, 민사상 손해배상금 등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환노위 관련 법률에 따라 이들을 고발하려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에 따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고 이 회장은 결국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문회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년 반 동안 7건의 사고로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이 회장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 회장은 앞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안전 비용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늘릴 계획이다.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고개 숙인 회장님
중대재해 최다 오명

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DL이앤씨에서는 전문적인 최고안전책임자(CSO) 없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겸직하는 등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SO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기업이 줄줄이 도입한 직책이다.

노웅래 의원실이 국내 주요 건설사 6곳(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DL이앤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CSO와 CEO를 별도로 분리하지 않은 기업은 DL이앤씨가 유일했다. DL이앤씨를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는 CSO와 CEO를 별도로 분리했고, 독립기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조직도상 주택, 토목, 플랜트 부문별 CSO를 두면서도, 주택 부문에서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CSO를 겸직해왔다. “공정을 잘 이해해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만큼 마창민 대표가 주택 부문 CSO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DL이앤씨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경영-안전 책임자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 의원은 “경영 효율화를 책임지는 CEO가 CSO를 겸직하면 안전보건을 위한 내부 견제 기능이 무용지물이 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형식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용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창민 대표는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문제가 안 생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개선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전 책임 의무가 있는 원청 DL이앤씨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4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e편한세상 신곡파크프라임’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올리던 중 작업대가 낙하해 장비 운전원 1명이 사망했다. 

DL이앤씨는 “관리자가 부재한 점심시간에 임의 작업이 이뤄졌고 그 와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8월 11일 부산 레이카운티 현장 사고와 관련해서는 “신고되지 않은 임의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사고뿐 아니라 DL이앤씨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260건이었던 DL이앤씨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해 302건으로 16%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10월 누적 322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 없다”
개선의지 실종

논란이 커지자 DL그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부터 약 2개월간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관리 전문 컨설팅 기관인 산업안전진단협회와 함께 본사, 현장의 안전보건체계 점검을 실시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실시한 산업안전진단협회 점검 결과도 면밀히 분석해 개선 방안이 있다면 본사와 전 현장에 전파해 유사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DL이 ‘중대재해 최다 건설사’라는 오명서 벗어나지 못하면 ‘e편한세상’ ‘아크로’ 등 주택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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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