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민생당 국고보조금 추적

100억원서 460만원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적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정당은 그 쓰임을 다하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껍데기만 남은 듯한 정당에 끊임없이 ‘정당보조금’이라는 이름의 돈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 가는 집처럼 보이는 곳의 이면엔 100억원에 가까운 ‘애먼 돈’이 존재했다. 과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4‧10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공천서 탈락한 정치인을 품기 위한 ‘제3지대’ 정당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선거 공학에 따라 정치적 계산으로 구성된 정당은 지속성이 짧다는 한계를 지닌다. 

창대한 시작
초라한 말로

실제 선거가 마무리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다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서 국민의 외면을 받은 정당이 설 자리는 없다. 정치권의 관심은 물론 국민의 시야서도 빠르게 벗어난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거서 제3지대 정당이 받아 든 결과다. 

2020년 2월24일 창당한 민생당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민생당은 21대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당시만 해도 현역 의원이 20명에 이르러 민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이어 원내 제3 교섭단체였다.

하지만 총선서 지역구 후보 58명이 전원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은 2.71%에 그쳤다. 비례 배분 기준은 3%로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선거서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의 현실은 암울했다. 창당 때부터 구심점이 됐던 주요 인사는 물론 실무진까지도 당을 떠났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한 달 만에 민생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렸다. 그리고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둔 현재까지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열기 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서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되는 기구다. 4년에 가까운 비대위 체제는 그동안 민생당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비대위 기간 내내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이 40여건에 달했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2020년 5월29일에 출범한 비대위는 민생당 당헌에 규정된 ‘2021년 상반기 전당대회 개최’를 지키지 못했다. 또 2021년 4월7일 열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수봉 당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이관승·김정기·황한웅(사무총장) 3명이 공동직무대행으로 지명됐다. 

21대 총선 직전 제3지대 등장
현역의원 20명으로 화려했지만…

이후 황 사무총장이 이탈하고 중앙선관위의 대표자 등록으로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 체제가 굳어졌다. 이·김 체제는 최소 올해 2월까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 사이 전당대회가 열리긴 했지만 당원자격 문제로 파행을 겪으면서 4년여의 비대위 체제가 공고하게 이어졌다.

2021년 8월 전당대회가 진행됐고 당시 서진희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총선서 참패한 민생당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도당을 축소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총선 직후 발족한 비대위는 17개의 시도당을 7개만 남기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해산된 시도당의 당원자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정당법을 근거로 ‘시도당이 소멸하는 경우 해당 시도당의 당원이었던 사람은 당원자격이 상실된다’고 답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 후보는 당시 소멸된 시도당 중 하나인 대전시당 소속이었다. 중앙선관위의 답변대로라면 서 후보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시 민생당 당원이 아니었던 셈이다.


민생당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당원들은 해당 내용을 전혀 몰랐다. 민생당 선관위의 당선 무효 선언,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1, 2심 재판부가 원고(이관승, 김정기)의 손을 들어 주면서 당권 다툼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 결과 이 직무대행이 탈당한 지난 2월까지 3년8개월 동안 민생당은 ‘투톱’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기간 동안 민생당에 지급된 정당보조금이다. 민생당은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원외정당이지만 21대 총선 이후에도 꾸준히 정당보조금을 받아왔다. 2020년 정당보조금은 총 907억원에 달했는데 20대 총선 임기 말까지 20석의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한 민생당은 117억원의 정당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참패했지만 정당보조금은 끊기지 않았다. 정당보조금은 2·5·8·11월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선거 때마다 주는 선거보조금을 통틀어 가리킨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총 유권자 수를 근거로 보조금 총액을 산출한 뒤 의석수와 득표율 등에 따라 정당에 지급한다. 

민생당은 의석은 없지만 21대 총선 당시 득표율이 2% 이상(2.08%)이어서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받는다. 그 액수는 9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단 1명의 후보를 내고 선거보조금 9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현행법상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정당은 후보를 한 명이라도 내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당권 다툼
복마전

여기에 2022년 기준 37만여명에 이르는 당원이 내는 당비도 1년에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상보조금과 당비로 1년에 10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까지 20억원가량의 정당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A씨는 “21대 총선 참패 이후 현재까지 비대위 기간 동안 수십억원의 정당보조금이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서 받은 정당보조금까지 합치면 최소 80억원 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민생당 재정 상황은 ‘파탄’에 가깝다. 당직자의 월급을 주지 못한 기간이 있을 정도였다. 분기별로 나오는 경상보조금으로 급한 불을 끄고 선거보조금으로 돌려막는 식이라고 한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13일 기준 민생당 명의의 예금통장서 가용자금은 약 460만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시도당에 일부 보내고 나면 중앙당이 쓸 수 있는 돈은 수십만원도 남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생당 당원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한때 100억원에 육박하던 자산이 불과 몇 년 새 완전히 쪼그라든 상황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한 민생당 당원이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준비서면을 입수했다. 2021년 파행으로 치달은 전당대회 이후 재선거를 치르지 않는 공동직무대행에 대해 직무정지를 처분해 달라는 소송이다.

해당 서면에 따르면 이·김 공동직무대행은 “정치자금법상 경상보조금 총액의 30%는 정책연구소, 10%는 시도당, 10%는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5%는 청년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경상보조금 2억3000만원 중에서 중앙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45%인 1억400만원에 불과하다. 월로 환산하면 3460만원 정도로 최소한의 활동비, 임대료, 관리비, 세금, 임금 등을 제하면 거의 남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민생당 재정 고갈의 원인으로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꼽는다. 이들이 직무대행으로 재임하는 동안 예산 사용내역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직무대행의 경우는 민생당 당원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석 없이도
1년에 10억씩

김 직무대행이 민생당 경기도당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예산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한 당원 B씨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김 직무대행이 ▲조직활동비를 현금으로 받아 증빙 없이 사용했고 ▲조직활동비 일부를 배우자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차량을 구입하거나 사업장이 불분명한 업체서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예산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정치 인식조사 용역 ▲정책 연구 비용 등 용역비를 집행하는 과정서 업체의 사업장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업체가 사라지는 등 의아한 대목이 발견됐다. 

B씨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민생당 경기도당서 지출한 내역은 최소 2억2000만원에 이른다. B씨는 김 직무대행과 당시 경기도당 회계책임자인 이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부천원미경찰서는 ▲조직활동비 ▲청년정치 인식조사비 ▲2030 경제인식조사 용역비 등 명목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2년 상반기 예산 집행 내역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도당위원장 활동비를 증빙 없이 썼다는 의혹, 용역비를 과도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찰청은 활동비 관련한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송치했고 용역비 관련 부분은 불송치했다. 용역비를 돌려받았다는 게 불송치의 근거였다.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비롯해 총 5명이 ▲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B씨는 “이들은 회의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받아 가고 공당의 대표는 급여까지 챙겼다. 공당의 대표가 당무지휘권을 가지면서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게 되면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민생당 내부도 문제지만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중앙선관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용내역에 대한 명확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앙선관위는 매년 2월 정당이 제출한 정당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총선 참패 원외정당 전락
비대위 체제로 3년10개월 

정치자금법 제28조(보조금의 용도제한 등) 4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직원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과 이의 지출을 받은 자, 그 밖에 관계인에 대해 감독상 또는 법의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보조금 지출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정당이 제출한 내역에 대해서만 조사한다. 법령에 맞게 정당보조금을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당보조금 사용에 관해서는 당에 재량권을 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에서 김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생당 관계자를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고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민생당의 더 큰 문제는 제기된 의혹이 해결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민생당을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선거무효’로 판단했던 항소심 판결을 뒤엎고 파기환송했다. 시도당 해산과 당원자격 소멸을 동일선상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당원자격의 소멸 여부는 당원에게 있다는 취지다.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의 1, 2심 판결을 비롯해 중앙선관위의 답변까지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2021년 8월 전당대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서 후보가 다시 민생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관위서 서 후보를 대표로 등록하면 대표권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29일에 나오면서 파기환송심 결과는 22대 총선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직무대행이 출마 선언을 했지만 민생당의 총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 이상의 득표율은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내면서 받게 될 9억3000만원의 선거보조금 외엔 더 이상 민생당에 들어올 정당보조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민생당이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생당 당원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을 것”이라며 “선거보조금까지 전부 다 쓰고 당을 해산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가 대표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빚만 남은 상태로 당을 넘겨받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
당 해산되나

민생당 당직자는 “(내가 하는 말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 관련해서는 당 차원서 낼 입장은 없다. 또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당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개인이 대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2월에 탈당했다. 민생당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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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