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연구요원의 은밀한 이중생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25 11:07:00
  • 호수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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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과학자들의 과감한 투잡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정과 사회를 떠나는 1년6개월. 청년들이 현역 군인이 돼 나라를 지키는 기간이다. 이들 중 과학 전문가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빠진다. 나라를 지키는 대신 국가경쟁력을 높이라는 이유다. 그런데 이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코인 사업을 했다.

전문연구요원은 대체복무제도 중 하나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 중 일부를 선발해서 현역이 아닌, 연구기관에 대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중 자연계 박사 과정 전문연구요원은 매년 4월과 9월에 뽑는다. 주로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있는 자연계 석·박사 과정 학생이 이용한다.

한눈판
박사님

이들은 현역으로 입대하는 대신 4주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면 36개월 동안 연구활동을 수행한다. 가장 큰 이점은 일반인들의 생활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이다. 또 박사 과정은 졸업까지 대부분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자연스럽게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전문연구요원은 군 복무 기간임에도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기에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 규정’으로 관리한다. 

해당 규정에는 “전문연구요원은 연구 및 제조·생산 분야에 성실히 복무해야 하며, 편입 당시 연구 분야와 제조·생산 분야가 아닌 사무관리, 영업업무 등을 겸직할 수 없다” “근로시간(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 포함) 중 연구 또는 제조·생산활동과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영리 추구 활동 등을 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연구 업무나 제조·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는 근로시간 후에 다른 업무에 복무하는 경우는 겸직으로 보지 않는다. 대학이나 학원강사로 근로시간 후에 출강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기재돼있다.


즉, 전문연구요원은 군 복무 기간을 연구로 대체하는 것이기에, 연구업무 중에는 겸직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업무시간 외에 하는 일이 무조건 괜찮은 것도 아니다.

조문상에는 ‘연구업무 등에 지장이 없는 범위’라고 기재돼있다. 특히 똑같은 군 대체복무인 사회복무요원 역시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데, “본인이나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겸직이 필요한 경우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는지 종합적인 판단하에 허가할 수 있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의 남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9~21세 사이에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하며, 사회와 격리된다. 당연히 겸직은 불가능하며 이는 군 대체복무 요원의 겸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틈새’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박사 과정 전문연구요원 두 명이 군 대체복무 기간 중 코인 사업을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군대서 보낼 시간 빼 줬더니…
전문연구요원이 ‘코인 사업’

두 학생은 다른 과로, 함께 코인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2022년부터 NFT 코인 사업으로 수익을 올렸던 A씨는 그해 6월13일 코인 플랫폼서 판매를 진행해 1만개를 당일에 완판했다.

이날 코인 사업 투자를 설명하는 소셜미디어(SNS)에는 “어려운 장에서도 많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모든 민팅(발행)들이 1초, 수초 이내에 1만개의 ○○○○가 완판됐다.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고, ○○○○ 유저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기록돼있다.


이어 “또한 현재 오픈 때 24시간 기준, 그리고 일주일 기준 모두 1위 거래량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며 Move To Earn(M2E)을 넘어 다양한 랜드의 연계 등을 통해 글로벌 M2E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남겨놨다.

여기서 말하는 Move To Earn은 이용자가 운동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앱을 말한다. 걷는 행위 자체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NFT 운동화를 신은 이용자가 걷거나 달리면서 가상자산을 얻는 방식이다. 판매대금은 코인 기준으로 292만4000개(당일 기준 시가 11억6960만원)였다.

해당 코인 사업은 투자자 대상 NFT 판매 외에도 ㈜위메이드서 위믹스 130만개 상당을 투자받기도 했다. 

한편, 해당 코인 사업은 초기 완판됐던 것과는 다르게 현재는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에 환불을 약속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표에 이름
실수로 올려”

지난 1일에는 “먼저 ○○○○랜드 환불에 대한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팀은 재원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서 진행 중이다. 안내해 드린 것과 같이 지난달 내 환불을 목표로 했으나,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고지했다.

환불에 대해서는 “이달 29일 전까지 환불에 대해 자세한 내용과 일정을 안내하겠다. 또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환불 방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코인 사업은 프로젝트 이름만 내세우고 사업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팀 멤버의 영어 이니셜과 학력을 기재해 홍보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공대 전문연구요원 A씨가 있고, A씨는 이니셜 이름과 함께 ‘Seoul National Univercity, Full Stack Engineer’라고 소개해놨다.

단순히 프로젝트 팀원이 아니었다. A씨는 해당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코인 사업을 하는 기업의 등기 대표이사로 등재돼있다. 이는 전문연구요원 A씨가 박사 과정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인 기간에 코인 사업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공대의 B씨는 코인 관련 리서치를 올리는 인플루언서다. 주 활동 무대는 트위터와 텔레그램 채널이다. B씨는 전문연구요원 중에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코인을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했고, 해당 코인 발행 사업자로부터 작성 대가를 받는 블록체인 리서치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1월14일에 7억원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투자 회사는 카카오벤처스, 해시드, 베이스인베스트먼트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블록체인 리서치 회사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카이스트, 서울대 출신의 프로토콜 전문가를 주축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설명하며, 이들은 국내 블록체인 기업과 대기업 등에서 리서치 경력을 쌓은 후 회사를 설립했다.

B씨는 자신의 SNS서 이니셜 이름으로 해당 사업을 설명했다. 본인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창업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병무청 
조사 중

지난해 5월12일에 올린 창업 게시물에는 “항상 한 달에 3~4개 정도의 글을 작성했는데, 최근엔 글을 쓰지 않아서 죄송하다. 제 근황을 공유하면, 현재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글로벌 블록체인 리서치 회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곧 랜딩 페이지가 출시될 예정이다. 앞으로 양질의 리서치 및 저희의 소식을 듣고 싶으신 분은 아래 채널을 구독해 달라”고 홍보했다.

다음 날에는 블록체인 리서치 회사를 창립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는 ▲블록체인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블록체인은 기술적 복잡도가 높아서 정보의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원해서였다.

그는 일반적인 근로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SNS에 글을 자주 올렸다. 

B씨는 “내일은(당시 기준) 오랜만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예정돼있다. 참고로 금리선물 시장은 이번에 25bp 인상 가능성을 99%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의 평가는 앞으로 2~3회 금리인상 후 동결 기조를 예측하고 있다. 어차피 시장은 25bp를 유력하게 보고 있으니, 금융권서 주시하는 내일의 관전 포인트는 파월의 발언으로, 얼마나 매파적인 스탠스를 가져갈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선 Oridnals라는 NFT 프로젝트가 갑자기 유행하고 있는데, 2월1일에 Taproot Wizards라는 JPEG가 담긴 블록이 무려 3.96MB(비트코인 최대 크기는 4MB)에 채굴되며 역사상 가장 큰 용량의 블록을 기록했다. 참고로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현재 내분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쓰레기 같은 이미지를 넣으면 안 된다’ VS ‘비트코인은 공공재적 네크워크다. 거기서 금융을 하든, 이미지를 저장하든 상관없다’로 싸우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겸직 허용 안 되는데…
“돈은 벌지 않아” 해명

이들이 퇴근 시간 이후에 SNS 활동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근무시간에 글을 올렸던 만큼 겸직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또 근무시간 외에 SNS를 하더라도 근무시간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는데, 새벽 늦은 시간에도 SNS에 글을 올렸다.

병무청은 사회복지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이 SNS를 하는 것에 대해 ‘비영리적인 SNS 활동과 커뮤니티에 글쓰기’ 정도만 괜찮고,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수익 활동과 연결이 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서울대학교 전문연구요원 담당자에게 ▲이들이 담당 지도교수에게 허락을 받고 사업을 했는지 ▲해당 사업이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허락한 사업이라면)개인이 수익 사업을 하면 전문연구요원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전문연구요원 복무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서울대서 여태까지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질의했다.

서울대학교 담당 관계자는 “해당 질의서는 규정을 통해서 학과장에게 보냈다. 두 명의 학생을 조사했지만 ‘학생들이 돈을 벌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후 B씨는 돌연 자신의 SNS 게시물을 삭제했고, 담당 교수들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해당 사안을 병무청에 고발한 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예자선 변호사는 “병무청이 조사하고 있는데 A씨는 등기상으로만 대표다. 코인 프로젝트에 이니셜이 들어간 건 그쪽 실수고, B씨도 돈을 번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학은 지도교수를 통해 복무관리를 해야 하므로 겸직 관리 절차가 전무하다면 운영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 변호사는 “누가 봐도 주도적으로 창업했는데 조사받으면 ‘근무시간 외에 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주장하면 끝’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사회복무요원은 겸직 허가 사유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는 반면, 전문연구요원은 다소 추상적이고 기관에 관리를 맡기고 있는 형태”라며 “차별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면 규정 자체를 통일해 빠져나갈 빌미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점 투성이
대체복무제도

가상자산근절센터 변창호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제도는 국방의 의무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지우고자 하는 제도인데 특혜를 이용해 익명으로 코인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병무청, 서울대는 감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관련 규정도 없는 것이 더 문제다. 서울대는 10억 위믹스를 팔 궁리를 하고 있고, 블록체인 학회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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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