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격전지’ 남동을,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얼룩지나?

9일, 인천선관위 “신재경, 신고 접수 후 조사 중”
국힘 공관위 고주룡과 함께 2인 공천 결과 발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른바 ‘명룡대전’이 예정돼있는 인천 계양을과 함께 22대 총선 인천 지역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남동구을 지역구서 한 예비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대통령실 참모 출신의 예비후보가 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해당 교회의 목사가 명함을 보이며 소개했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해당 내용의 글들이 떠돌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상에 총선 예비후보가 물품과 명함을 전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SNS에는 인천 남동구 소재의 한 교회 목사가 지난달 21일, 예배에 참석한 인천 남동을 국민의힘 A 예비후보로부터 대통령의 선물과 명함을 전달받고 이를 교인들에게 알렸다는 기사 형식의 글과 사진이 게재됐다. 또 해당 교회의 목사가 A 예비후보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의 주요 경력을 읽어주면서 소개도 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른 SNS에도 “한 교회 목사가 설교 및 광고 시간에 A 예비후보를 ‘대통령 심부름으로 교회에 왔다’며 소개하고 명함과 대통령실 근무 경력을 알렸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예비후보는 신재경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16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국민의힘 지역 당원이 신 예비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관할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최근 신 예비후보가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평화나무>도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예비후보 신재경, 고○○ 목사 선거법 위반 선관위 신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의 한 교회 B 목사는 지난달 21일, 예배 설교 도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을 받았다. 대통령을 본 적도 없는데 신재경 국회의원 후보로 오실 분이 오셔서 ‘윤 대통령이 목사님 선물 갖다 드리라고 했다’고 해서 가져다줬다”면서 신 예비후보의 명함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교회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 대통령 심부름으로 오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남동구 예비후보 신재경이 오셨다”며 “이게 구원의 선물이다. 나도 메시지를 바꿨다”고도 했다. 이어 “대통령비서실 전 선임행정관 신재경님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남동을 예비후보로 오셨다. 이번에 국회의원 출마하셨는데 기도 많이 해주시고 축복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청했다.

문제는 종교시설서 자신의 명함을 전달하는 행위는 엄연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제1항(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자신의 성명이나 사진, 전화번호, 학력, 경력 등 홍보에 필요한 사상을 게재한 길이 9cm, 너비 5cm 이내의 명함을 직접 건네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신 예비후보 측은 “나중에 입장 표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0년 10월12일, 검찰은 전북 정읍 소재의 교회서 명함을 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윤 의원은 교회 출입문 입구서 명함을 배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당시 윤 의원 변호인은 “피고인이 명함을 배포한 교회에 울타리가 없었으며 종교시설 안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신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남동을은 안갯속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이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 정영환)는 해당 지역에 고주룡, 신재경 예비후보를 경선 후보로 지정했다. 


본격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신 후보는 이날 “남동을은 돈봉투 사건으로 주민들이 상처를 많이 입은 곳이다.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12년을 되찾아오기 위해 주민들께 진정성을 갖고 다가갈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앞서 정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을 차단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공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까지 받은 예비후보를 경선 후보로 통과시킨 데 대해 우려 목소리도 들린다.

인천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돈봉투 수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현재 무소속)의 지역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면서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인사를 굳이 후보로 내세웠는데, 과연 지역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남 부여 출생인 신 예비후보는 2021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예비후보 선거캠프서 총무팀장을, 11월 이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윤석열 후보 선대본 운영실 부실장을, 같은 해 3월부터 5월까지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 전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한편, 이원복 인천 남동을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무감사 결과가 좋지 못한 것으로 나오자 자신의 SNS에 공천 절차를 문제삼으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공천 절차가)나이 많고 지역서 오래 활동한 정치인들은 감점하고 신진들만 가점을 주는 불합리한 제도라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면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 탈당한 것은 아니며 남동을 후보가 정해질 경우, 단일화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무소속 출마로 선회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그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앞서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혈혈단신 출마하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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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