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쇠박사 자퇴유감

‘쇠박사’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무거운 ‘갑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단다. 수년간 거함 포스코를 무난하게 이끌어왔던 글로벌기업 리더치고는 퍽이나 쓸쓸한 퇴장이다.

더욱이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 속에 허덕이고 있고 국가경제가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글로벌기업 리더의 자진(?)사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서울시 1년 예산과 맞먹는 30조6400억에 달하고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과 4조4000억원의 순이익이 난 알짜 민영기업이 바로 포스코다. 사실 포스코는 단일 품목으로는 단연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성적 안 좋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처럼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그렇다면 그의 성적은 과연 어떠했을까? 단순 숫자놀음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경영자로서의 성과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3년 3월 당시 사장이었던 이 회장은 유상부 전임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나면서 포스코의 지휘봉을 잡았다.


포스코 회장의 보장된 임기는 3년. 그러나 그는 유 회장의 잔여임기 1년에다 자신의 임기 3년을 보태 4년 동안 포스코를 무리없이 이끌었다. 그로 인해 200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재신임을 받아 연임에 성공, 창업자인 박태준 명예회장 다음으로 장기집권 가도를 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민영화 이후 전임 유 회장에 이어 ‘6시그마운동’을 통한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나름의 역할을 했던 그였고,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공법’을 상용화하면서 혁신적인 원가절감과 친환경적인 경영을 펼쳐왔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 여가수의 노래 제목 ‘총 맞은 것처럼’ 돌연 물러난다니 세인들의 표정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 자체다.

불혹(不惑)의 성상을 거치는 동안 역대 정권교체기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포스코였기 때문이다.

1968년 당시 불모지였던 경북 포항에 대일청구권자금을 들여와 포항제철을 설립, 지금의 포스코 대역사를 쓴 박태준 초대 회장이 그랬고,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그리고 전임자였던 5대 유상부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으로부터 총(?)을 맞지 않았느냐는 의혹 어린 시선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는 2000년 완전 민영화 이후에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기업으로서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자들의 인식이 그러했기에 일반 국민들 역시 공기업 시절 사명(社名)이었던 ‘포철’에서 진일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여러 자리에서 정부당국자들로부터 이 같은 인식을 귀가 따갑게 듣기도 했다. 그때마다 포스코의 역사와 민영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입 아프게 설명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기에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노무현정부 때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포스코는 더더욱 포철로 굳어지는 듯했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포스코가 아닌) 포철 회장으로 누가 간다더라’란 말이 나돌기 시작했고, 결국 이는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아연실색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아직 하마평만 무성할 뿐 이 회장 후임자는 결정이 안 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간다느니,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아니면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관행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경영자도 바뀌었다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발상을 가질 수 있는지 시절이 하수상할 따름이다. 제 아무리 정부를 ‘백’으로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회사경영을 잘못하면 백이면 백 욕먹고,?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십상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기업에는 훌륭한 경영자만이 있을 뿐이다. 기업경영에 이념이나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작금의 대한민국은 진보는커녕 후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강퇴’ 냄새가 짙은 이 회장의 ‘자퇴’에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물은 이미 엎질러졌지만 글로벌 경제정글 속에서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포스코의 새 수장이 ‘쇠’를 아는 사람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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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