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이재명과 붙는’ 유동규를 만나다

“악마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치권에 입문했다. 국민의힘이 아닌 자유통일당이다. 법정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쏟아내기 위해서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 전 본부장은 증인과 피고인이 아닌 후보 간 토론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와 만난 그는 ‘폭로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정서 거짓말을 지속하고 있다. 악마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 4·10 총선 출마를 선언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유 전 본부장의 총선 출마는 지난달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잡겠다”며 각오를 내비쳤지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소속이라는 점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정치 행보

유 전 본부장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곳은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중앙당사다. 지난 14일 그는 자유통일당 입당과 4·10 총선 출마를 동시에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껍데기밖에 안 남은 이재명이 여러분이 주신 표로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못 보겠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이재명이라는 존재로 대표되는 종북 좌파 세력의 패악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자유통일당이라고 생각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지금 가장 부패하고 독재하는 정당은 민주당”이라며 “이번 선거는 이재명과 손잡고 재판받으러 가고 돌아와서 유세하는 모습들을 국민에게 보여드려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초중순부터 자유통일당 입당을 준비해 왔다. 평소 전 목사의 유튜브 설교를 즐겨듣는 누나가 전 목사를 만나 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출소 후 스스로 그를 찾아가 상담을 신청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입당을 추천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직접 만나보니 언론과 정치권서 규정된 ‘극우’이거나 극단적으로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가 이 대표를 잡기는 힘들어도 ‘흠집 내기’는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재판’서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총선 출마가 이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법정서 혐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6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서 이 대표는 정민용 변호사가 2017년 6월12일 대장동 사업의 배당 이익 관련 결재를 받을 때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동행했다고 하자 “두 사람에게 관련 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대장동 키맨’은 왜 ‘극우’ 선택?

유 전 본부장은 호주 출장 당시 낚시와 골프 일정처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진술을 이어갔다.


신문 과정서 유 전 본부장에게 검사가 “증인은 이재명이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건데, 거짓말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모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검찰이 “김문기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이)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다”며 “민감한 시기에 경기도청서 연락 와서 ‘대장동 사업은 아무 문제 없다’는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왔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대표)은 대장동 사업이 본인의 최대 치적이라고 당시에 홍보했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뭔가를 부인하기 위한 말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재명을 오래 봤고 보고도 많이 했다. 그래서 안타까웠던 게 당시에 그냥 ‘김문기 안다’고 하고 그냥 ‘안타깝다’라고 해도 될 텐데. 왜 유가족 가슴에 못 박는지. 왜 저랬을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대장동 12차 공판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취재진의 “지난번 재판에선 건강상 이유로 먼저 퇴정했는데 오늘은 진행에 문제가 없느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반대신문서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2013년 남욱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캐물었다.

대장동
재판은?

변호인이 “돈을 요구한 것이 채무 관계로 어려워서 그랬던 거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며 “채무 관계는 2012년에 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채무 관계는 2012년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마신 술값 때문에 철거업자 강모씨에게 4000만원의 빚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당초 채무를 이유로 3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진술이 달라진다며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도 “뭐가 달라졌는지 말하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강씨에게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준 점을 지적했다.

“강씨로부터 4000만원을 빌린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3억원짜리 차용증을 왜 써주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강씨와)친구같이 지냈던 사이”라며 “그런데 철거 얘기가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고 시끄러울 것 같았다”고 응수했다. 이어 “강씨가 철거사업을 한다고 (3억원을)빌렸다고 했다. (강씨의 지인이)동네, 사무실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이건 재판과 상관없는데 프레임을 씌우려 하느냐”며 “음모론을 내세우고 만들고 이런 데 너무 익숙하신 것 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제대로 알아보시고 관계지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뇌물을 받았는데,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까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줬고 1억5000만원을 갚은 거 아니냐. 이 돈을 갚기 위해서 남욱에게 급하게 요구한 거 아니냐”고 따졌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이 아니다. 그게 왜 뇌물이냐?” “소설 쓰지 마시라. 그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달 아니냐?”고 직격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위기 모면에만 신경 써 계양을 지역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시급한 ‘교통문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희룡과
3파전 구도

유 전 본부장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에만 몰두한 결과다. 현재 계양 지역구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염원은 교통문제 해결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양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도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서 순위권에 오를 정도다. 부동산 문제도 있겠지만 대장홍대선을 부천 대장서 계양 테크노밸리와 박촌역까지 연장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본부장이 계양을에 출사표를 내던지면서 이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3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그의 정치권 입문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전 장관에게는 불리한 지형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당선 저지를 위해 나왔고 보수당인 자유통일당 소속이라 원 전 장관과 지지층이 겹치는 편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 출마가 이 대표 반대 세력의 결집을 일으켜 원 전 장관으로 표 몰아주기 현상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현재 시점부터 원 전 장관과의 단일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토론 이후 내가 부족하면 사퇴하고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를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원 전 장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날 지지해 준 분들에게 당연히 원 전 장관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유통일당 입당 전 국민의힘과 접촉한 바 없다고 했다. 먼저 입당하려 했거나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본래 정치권에 입문하려 각오한 게 아니다. 이 대표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근처서 일했던 이의 죽음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악마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전광훈 이끄는 자유통일당 파괴력 미지수
“1위 현실성 없어” 국힘과 단일화 관측도

이어 “타 보수정당들도 있지만 자유통일당이 보수정당 중에서 가장 결집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유통일당에 대한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유 전 본부장은 언론과 정치권이 씌운 프레임이라고 주장했으나 그간 자유통일당이 보여온 행보를 들여다보면 ‘극단적’ 성향을 찾아보기 쉽다.

대표적으로 부정선거론이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도 이 ‘음모론’에 탑승한 바 있다.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020년 4·15 총선과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뒤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당시 여권 내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정선거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낡은 음모론에 휘말리는 건 총선 필패라는 게 현 지도부의 생각이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은 들여다보거나 검토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은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 진행 시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고 인쇄 날인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행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았다.

유 전 본부장의 기자회견서 한 유튜버가 “부정선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전 장관과 유 전 본부장 간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둘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최소한 ‘오월동주’는 될 것이라고 본다. 유 전 본부장의 목표가 진정성 있는 정치보다는 이 대표 제거다. 특히 계양 지역은 보수가 약세인 곳”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관계자도 “원 전 장관 측이 이 대표를 압승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유 전 본부장과의 협력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카드”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원 전 장관 측은 유 전 본부장과의 단일화에 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 전 장관과 윤형선 예비후보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공격보단 지역발전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원 전 장관은 면접 후 “대선 때 했던 공격을 다시 내세우기보단 민주당이 25년 동안 내팽개친 지역발전과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 대표 주변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끝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갑지 않은
차가운 시선

윤 후보는 “이 대표 비리와 범죄사실을 얘기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 전 본부장이 지역구에 온 건 정치 희화화”라며 “출마가 우리 지역구민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원 전 장관과의 단일화나 협력 얘기가 논의되는 게 불편한 모양새다. 그는 “기자회견이 있는 날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자유통일당 당원들 입장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여러 열린 선택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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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