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이재명과 붙는’ 유동규를 만나다

“악마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치권에 입문했다. 국민의힘이 아닌 자유통일당이다. 법정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쏟아내기 위해서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 전 본부장은 증인과 피고인이 아닌 후보 간 토론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와 만난 그는 ‘폭로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정서 거짓말을 지속하고 있다. 악마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 4·10 총선 출마를 선언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유 전 본부장의 총선 출마는 지난달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잡겠다”며 각오를 내비쳤지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소속이라는 점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정치 행보

유 전 본부장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곳은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중앙당사다. 지난 14일 그는 자유통일당 입당과 4·10 총선 출마를 동시에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껍데기밖에 안 남은 이재명이 여러분이 주신 표로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못 보겠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이재명이라는 존재로 대표되는 종북 좌파 세력의 패악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자유통일당이라고 생각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지금 가장 부패하고 독재하는 정당은 민주당”이라며 “이번 선거는 이재명과 손잡고 재판받으러 가고 돌아와서 유세하는 모습들을 국민에게 보여드려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초중순부터 자유통일당 입당을 준비해 왔다. 평소 전 목사의 유튜브 설교를 즐겨듣는 누나가 전 목사를 만나 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출소 후 스스로 그를 찾아가 상담을 신청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입당을 추천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직접 만나보니 언론과 정치권서 규정된 ‘극우’이거나 극단적으로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가 이 대표를 잡기는 힘들어도 ‘흠집 내기’는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재판’서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총선 출마가 이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법정서 혐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6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서 이 대표는 정민용 변호사가 2017년 6월12일 대장동 사업의 배당 이익 관련 결재를 받을 때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동행했다고 하자 “두 사람에게 관련 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대장동 키맨’은 왜 ‘극우’ 선택?

유 전 본부장은 호주 출장 당시 낚시와 골프 일정처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진술을 이어갔다.


신문 과정서 유 전 본부장에게 검사가 “증인은 이재명이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건데, 거짓말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모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검찰이 “김문기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이)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다”며 “민감한 시기에 경기도청서 연락 와서 ‘대장동 사업은 아무 문제 없다’는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왔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대표)은 대장동 사업이 본인의 최대 치적이라고 당시에 홍보했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뭔가를 부인하기 위한 말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재명을 오래 봤고 보고도 많이 했다. 그래서 안타까웠던 게 당시에 그냥 ‘김문기 안다’고 하고 그냥 ‘안타깝다’라고 해도 될 텐데. 왜 유가족 가슴에 못 박는지. 왜 저랬을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대장동 12차 공판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취재진의 “지난번 재판에선 건강상 이유로 먼저 퇴정했는데 오늘은 진행에 문제가 없느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반대신문서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2013년 남욱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캐물었다.

대장동
재판은?

변호인이 “돈을 요구한 것이 채무 관계로 어려워서 그랬던 거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며 “채무 관계는 2012년에 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채무 관계는 2012년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마신 술값 때문에 철거업자 강모씨에게 4000만원의 빚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당초 채무를 이유로 3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진술이 달라진다며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도 “뭐가 달라졌는지 말하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강씨에게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준 점을 지적했다.

“강씨로부터 4000만원을 빌린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3억원짜리 차용증을 왜 써주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강씨와)친구같이 지냈던 사이”라며 “그런데 철거 얘기가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고 시끄러울 것 같았다”고 응수했다. 이어 “강씨가 철거사업을 한다고 (3억원을)빌렸다고 했다. (강씨의 지인이)동네, 사무실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이건 재판과 상관없는데 프레임을 씌우려 하느냐”며 “음모론을 내세우고 만들고 이런 데 너무 익숙하신 것 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제대로 알아보시고 관계지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뇌물을 받았는데,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까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줬고 1억5000만원을 갚은 거 아니냐. 이 돈을 갚기 위해서 남욱에게 급하게 요구한 거 아니냐”고 따졌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이 아니다. 그게 왜 뇌물이냐?” “소설 쓰지 마시라. 그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달 아니냐?”고 직격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위기 모면에만 신경 써 계양을 지역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시급한 ‘교통문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희룡과
3파전 구도

유 전 본부장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에만 몰두한 결과다. 현재 계양 지역구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염원은 교통문제 해결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양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도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서 순위권에 오를 정도다. 부동산 문제도 있겠지만 대장홍대선을 부천 대장서 계양 테크노밸리와 박촌역까지 연장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본부장이 계양을에 출사표를 내던지면서 이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3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그의 정치권 입문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전 장관에게는 불리한 지형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당선 저지를 위해 나왔고 보수당인 자유통일당 소속이라 원 전 장관과 지지층이 겹치는 편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 출마가 이 대표 반대 세력의 결집을 일으켜 원 전 장관으로 표 몰아주기 현상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현재 시점부터 원 전 장관과의 단일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토론 이후 내가 부족하면 사퇴하고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를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원 전 장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날 지지해 준 분들에게 당연히 원 전 장관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유통일당 입당 전 국민의힘과 접촉한 바 없다고 했다. 먼저 입당하려 했거나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본래 정치권에 입문하려 각오한 게 아니다. 이 대표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근처서 일했던 이의 죽음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악마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전광훈 이끄는 자유통일당 파괴력 미지수
“1위 현실성 없어” 국힘과 단일화 관측도

이어 “타 보수정당들도 있지만 자유통일당이 보수정당 중에서 가장 결집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유통일당에 대한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유 전 본부장은 언론과 정치권이 씌운 프레임이라고 주장했으나 그간 자유통일당이 보여온 행보를 들여다보면 ‘극단적’ 성향을 찾아보기 쉽다.

대표적으로 부정선거론이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도 이 ‘음모론’에 탑승한 바 있다.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020년 4·15 총선과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뒤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당시 여권 내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정선거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낡은 음모론에 휘말리는 건 총선 필패라는 게 현 지도부의 생각이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은 들여다보거나 검토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은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 진행 시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고 인쇄 날인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행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았다.

유 전 본부장의 기자회견서 한 유튜버가 “부정선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전 장관과 유 전 본부장 간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둘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최소한 ‘오월동주’는 될 것이라고 본다. 유 전 본부장의 목표가 진정성 있는 정치보다는 이 대표 제거다. 특히 계양 지역은 보수가 약세인 곳”이라고 분석했다.

여권 관계자도 “원 전 장관 측이 이 대표를 압승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유 전 본부장과의 협력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카드”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원 전 장관 측은 유 전 본부장과의 단일화에 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 전 장관과 윤형선 예비후보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공격보단 지역발전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원 전 장관은 면접 후 “대선 때 했던 공격을 다시 내세우기보단 민주당이 25년 동안 내팽개친 지역발전과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 대표 주변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끝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갑지 않은
차가운 시선

윤 후보는 “이 대표 비리와 범죄사실을 얘기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 전 본부장이 지역구에 온 건 정치 희화화”라며 “출마가 우리 지역구민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원 전 장관과의 단일화나 협력 얘기가 논의되는 게 불편한 모양새다. 그는 “기자회견이 있는 날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자유통일당 당원들 입장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여러 열린 선택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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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구속 후…힘 받는 개헌 논점 여덟가지

윤석열 구속 후…힘 받는 개헌 논점 여덟가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헌 논의는 통치 구조 문제에 한정돼 거론되고 있다. 개헌엔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논점들이 수면 아래 잠재돼있다.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한 우리 국회와 정당이 갈등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지난달 14일 ‘헌법 개정 절차의 검토와 개선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 손인혁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1987년 제9차 개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헌법 개정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나치게 까다롭다 손 교수는 이전 개헌의 흐름을 ▲정치적 사태 ▲정권 유지 ▲장기집권 추진 등 정치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정리하면서 “국민투표도 개헌 주도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됐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참여 기회와 의견수렴 절차도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 → 대통령의 20일 이상 공고 → 공고일로부터 60일 내 국회 재적 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 →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진행 → 대통령 공포 순으로 진행된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통치구조 문제로 한정돼있다. 형사 처벌을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대통령들이 연이어 나오는 이유로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대안으로는 ▲미국식 4년 대통령 중임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가 거론된다. 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제도는 미국식 4년 대통령 중임제고, 거부감이 큰 제도는 의원내각제다. 박정희 전 대통령·전두환씨는 각각 유신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을 근거로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7년 6월 항쟁 직전엔 전씨가 의원내각제로 개헌한 후 여당 민주정의당 총재 자격으로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는 방식으로 장기집권을 시도했다. 국회에 대한 반감·혐오 정서와 대통령 직선을 선호하는 국민적 성향은 의원내각제에 대한 거부 정서로 이어졌다. 하지만 개헌 관련 논점은 다양하다. 헌법은 모든 법률이 지켜야 할 지침이다. 세상 모든 일에 적용돼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거론된다. 각 논점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는 거론되지 않은 채 통치구조 문제만 언급돼선 두루 납득할 수 있는 개헌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이 논점들이 처음 언급된 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이었던 지난 2018년 청와대가 밝혔던 개헌안이다. 민주당은 현재 170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으로 개헌 주도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2018년 발표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이 다수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192석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 최소 8명이 당론서 이탈해야 한다. 개헌 관련 논의가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헌법 전문은 헌법 제정 취지와 원리 등이 규정돼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헌법 전문이 재판의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재판규범성을 인정한다. 헌법 전문에 담긴 역사적 사건은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립 ▲4·19 혁명이다.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지도부가 5·18 단체와 간담회를 가지면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윤희석 당시 선임대변인도 “여야 간 초당적 협의를 기반으로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당의 입장을 밝혔다. 보수·진보 갈등 격화 논란 많아 ‘시한폭탄’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인 지난 2019년 2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당시 의원이 북한군 개입설 등 5·18 관련 망언을 해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국민의힘 장성민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지난 2013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하면서 북한군 개입설을 언급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서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면서 이들을 두둔했다. 김병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도 “보수정당 내 스펙트럼과 견해 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엔 5·18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도,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수감돼 극우화되고 있는 현재의 국민의힘이 당시의 긍정적 반응을 계속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폭탄이 될 또 하나의 논점은 영토·통일 조항이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제4조 전단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은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9월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2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남북통일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것과 맞물렸기 때문에 색깔론을 제기하는 일부 주장도 있었다. 학계 일각에선 현실을 근거로 임 전 실장을 두둔했고, 통일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의 호응도 있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반감과 통일 반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NLL(북방한계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격론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서도 큰 격론이 있었다. 보수 세력은 NLL을 현실적인 영해 구분 국경선으로 인식하고, “NLL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진보 세력을 비판했다. 또 김 위원장이 NLL을 일컬어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근거로, 진보 세력에 대해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직격했다. 헌법 전문 5·18 명시 그런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75년 2월 작성한 외교 전문에도 “NLL은 국제법 지위를 갖고 있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등 미국도 같은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유엔군 사령부도 지난 1999년 연평해전 직후 “북방한계선은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고, 지난 40년간 쌍방이 지켜온 엄연한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LL은 북한과 통일에 대한 담론이 얼마나 꼬여있는지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개헌 논의 시 임 전 실장 등 통일 반대론을 다시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으면, 영토·통일 조항이 다시 격론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농지 소작을 금지하는 헌법 제121조도 현실에 기반한 논쟁이 발생할 조짐이 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 금지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제2항은 ▲농업 생산성 제고 ▲농지의 합리적 이용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한도 내에서 임대차와 위탁경영 등을 인정한다. 소작 금지 원칙이 처음 헌법에 명시된 시점은 제3공화국이 출범했던 제5차 개헌이었다. 해방 직후엔 수확량의 30%를 지주에게 납부하는 3·7제가 성행했다. 그러다가 이승만정부가 1950년 농지개혁법을 실시했고, 이에 희망을 가진 농민들은 6·25 전쟁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에 이르러 농촌의 현실은 복잡 미묘해졌다. 지난 2012년엔 일부 재벌 가문 일원들이 강원도 평창 일대 농지를 구입해 현지 주민에게 소작을 줬던 사실이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서 밝혀졌다. 도시에 거주하는 부자나 투기꾼이 농지를 매입한 후 현지 주민에게 소작을 줘 농지법을 위반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하지만 농촌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 소작을 받는 농민의 노동력이 귀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 금지 원칙에 대해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헌법 조항”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 때문에 농지 임대차가 제한돼 대규모 기업농 탄생이 어렵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 중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의 주체를 ‘국민’서 ‘사람’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권리의 종류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이다. 문재인정부는 “이 권리들은 국적 보유 여부와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보장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사람’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 튈 여지가 있다. 다문화주의를 반대하는 일각서 “불법체류자들에게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반발하면 큰 홍역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본권 주체를 ‘국민’서 ‘사람’으로 바꿀 것을 오랫동안 요구했던 진영은 성소수자 단체였다. 이들은 헌법에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의 명시를 요구했다. 이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명시된 헌법 제36조 제1항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된다”로 바꾸길 원한다. ‘국민’서 ‘사람’으로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혼인할 권리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의 내용 명시와 비혼 등에 대한 규정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수면 위에 올라오면 강경 보수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개신교 교단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나 각종 사태의 흐름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 요구가 있었다. 문정부는 국민소환제를 시도했던 바 있다. 지난해 12월26일엔 민주당서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과 지방의회 의원은 소환이 가능하지만 요건은 까다롭다.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을 소환하려면, 관내 10%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15%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지방의회 의원은 20%로 규정돼있다. 또 전체 유권자 중 1/3 이상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다. 주민소환을 통해 직을 잃으면,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현재까지 진행된 주민소환은 총 138회였고, 투표는 11건 진행됐다. 직을 잃은 사람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유신목·임문택 하남시의원이었다. 다른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무소속 김진하 양양군수고, 투표는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내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하면, 대의제와 다수결의 원칙이 훼손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건이 까다롭다. 아울러 헌법 제42조는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고정하고 있다. 일부 세력의 조직적 추진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이 진행되면, 위헌 소지가 발생한다. 문정부서 국민소환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자유한국당이 반발했던 상황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1987년 제9차 개헌과 함께 탄생했다. 당시 재판소원이 헌법에 명시되는 방안이 검토되자, 대법원은 필사적으로 움직여 이를 저지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대법원 재판도 헌재서 취소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최고법원이 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언론을 움직여 헌재의 위상을 깎아내리려고 노력했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이 국회에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수면 아래 기회 노리는 포인트 풀어나갈 국회 정치력 미지수 반대로 헌재는 대법원장만 포함되는 ‘삼부요인’이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예우가 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15조는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예에 의한다”는 내용이 규정돼있다.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원래 “예에 준한다”로 규정될 예정이었다가 바뀐 것이다. “준한다”는 말이 “미치지 못한다”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기관의 40년 갈등으로 비춰볼 때, 개헌이 진행되면 서열 문제를 놓고, 두 기관이 다시 물밑싸움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은 하나 더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갈등이다. 공수처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놓고 “헌법기관이 아닌 공수처가 어떻게 대통령을 수사하느냐”는 일각의 반발이 있었다. 내란죄 수사권도 없었기 때문에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어정쩡한 형식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배보윤 변호사는 지난 2019년 “공수처 신설 법안은 헌법기관인 검사의 수사·기소 권한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로서는 위상을 확고히 굳히기 위해 헌법기관화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또 문정부는 헌법 제12조 제2항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해 법률 결정 사항으로 바꾸려고 했다. 실질적 변화가 없더라도, 검찰로서는 위상 격하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개헌에 대한 두 기관의 대응도 대법원과 헌재와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위상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헌법기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헌법서 가장 문제 많은 조항으로 손꼽히는 헌법 제29조 제2항 ‘이중배상금지’의 문제점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직무집행서 받은 손해에 대해선 법정 보상 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보상은 정당한 직무 집행서 입은 손해를 보전받는 절차고, 배상은 위법한 직무집행 때문에 입은 손해를 보전받는 절차다. 이 조항은 박정희정부 당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일부 판사들이 인용한 후 발생했던 제1차 사법 파동과 관련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유신헌법에 명시했고, 현행 헌법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위 논점들과는 달리 이 조항 삭제 시도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헌재 또 싸우나 각 정치세력과 계층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논점이 많기 때문에 정당들은 개헌 추진 과정서 상당한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의 간담회서 지적했던 ‘까다로운 개헌 절차’라는 현실과 맞물려, 다시 개정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회와 정당이 이를 풀어나갈 정치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개헌이 갈등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다양한 논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수반돼야 할 것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