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 상술’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5 11:04:18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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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적게, 가격은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개수나 중량을 줄여 간접적인 가격 인상을 노리는 상술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꼼수 전략’임을 알면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대책이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 중 슈링크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기업은 롯데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표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경쟁사와 비교해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3배나 많았다. 국내기업 중 롯데웰푸드(9개)를 비롯해 CJ제일제당(3개), 농심(2개), 동원F&B(2개), 해태제과(2개), 정식품(2개) 등으로 조사된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중에는 롯데웰푸드의 카스타드 대용량이 12개에서 10개로 16.7%가 줄었다. ‘국민 과자’ 빼빼로는 52g→43g으로 9.6%가 줄었고, 대용량 초코 빼빼로는 208g→184g으로 11.5%나 줄었다. 이어 ▲ABC 초콜릿(210g→200g)은 4.8% ▲ABC밀크 초콜릿(69g→65g) 5.8% ▲꼬깔콘(72g→67g) 6.9%씩 각각 쪼그라들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게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주스는 과즙 함량이 100→80%로 20%가량 줄어 스킴플레이션 명단에 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평균용량을 11.3%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밝혀낸 슈링크플레이션 목록에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빠진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가 추가돼 공분을 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하고, 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품목, 37개 상품을 공개한 바 있다. 언급됐던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빼빼로, 꼬깔콘 외에 2개 회사 제품들은 이번 정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제품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제품이 실제로 용량이나 제품 질을 줄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30개 제품을 추렸다고 한다.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서 빠진 제품들이 대거 새로 확인되자 정부 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못 찾은 ‘교묘함’
소비자원도 몰라 ‘눈속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게 이 정도”라며 “기업 측에선 최근 제품을 개선했다고 해명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버젓이 이어져왔다는 게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품목은 소비자원 조사 기간(2022년 12월~2023년 11월)에 속하지 않아 빠진 것이 있었고, 제조사가 품목 개량이나 리뉴얼해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제과업계 1위로 군림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한 빼빼로는 용량을 줄였다가 늘리기를 반복하며 가격을 올려왔다. 1983년 출시된 빼빼로의 누적매출액은 올해 약 2조원을 바라본다.


출시 당시 용량은 50g으로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용량을 40g으로 처음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300원으로 가격을 100원 올리더니 2년 후인 1999년에는 용량은 유지한 채 가격을 500원으로 또 올렸다.

이처럼 롯데제과는 제품 출시 후부터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가격 인상→용량 줄이기’를 반복하는 가격정책을 펼쳤다. 결국 2009년에는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어 출시 당시보다 양은 5분의 3으로 줄어들고 가격은 700원으로 3.5배나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빼빼로 한 개가 약 2.1g에 불과해 용량을 더 줄이면 그야말로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보상 차원서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라는 국민적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6년 11월부터다. 여고생들이 11월11일에 살 빼고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빼빼로를 나눠먹으며 유래했다.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소매점 앞에 빼빼로 데이 광고도 붙여졌다. 

2011년 롯데제과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를 앞두고 처음으로 용량을 40% 늘리고, 가격도 42% 대폭 인상했다. 인상 전략은 적중해 그해 빼빼로 매출은 8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1월 롯데는 또다시 용량을 늘려 52g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도 1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매출이 감소하자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데이’만 되면 뚱뚱
‘자축’보상 이벤트?

롯데 빼빼로는 이처럼 40여년간 줄이고 늘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50g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 기준 43g으로 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되레 1700원으로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롯데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재미를 보는데 후발업체들도 따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노골적인 지적도 잇따른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소비자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서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사업자의 책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선택의 권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은폐한 상태서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판매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대부분이 생필품이라는 점은 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했다.

제품 및 수량 줄이는 행위는 소비자기본법·표시광고법·형법(사기) 위반인데도 당국의 감시를 비껴간 것이다.


아직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법안은 마련돼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하기 위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롯데 측은 매출원가율이 높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다. 매출액서 매출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며,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롯데웰푸드 등은 2020년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72.3%로 올랐다.

“어쩔 수 없어”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과 새로 등 주류 가격 연내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주정의 가격이 오른 데다 올해부터는 주세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주류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상 시기나 폭 등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서 언급한 제품들은 대부분 2015년에 이뤄진 것으로 과거 사항을 다시 소급 적용한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없다”고 해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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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