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강자’ 서희건설 조합 알력 리스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01 10:08:50
  • 호수 1464호
  • 댓글 0개

뚜껑 열린 조합원들 ‘부글부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사업 대표주자 서희건설이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조합 측과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각지서 터지면서다. 이에 따라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조합원은 물론 입주자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이 수주한 사업은 총 39건으로 이 중 20건이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지주택 강자로 불리는 이유다. 같은 기간 서희건설 수주총액은 5조5305억원이다. 이 중 지주택 수주금액은 4조2825억원으로 전체의 77.4%에 해당한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만큼 잡음도 많을 터. 서희건설이 사업 승인 시점부터 입주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설계변경과 단가 인상 등을 내세워 지주택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 수주 39건
20건 지주택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희건설은 시공 중인 전국 지주택 현장 곳곳서 추가 공사비(조합원 분담금 인상) 문제로 조합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 예정이 임박한 순으로 보면 ▲경산중방(지난해 6월 입주) ▲화성시청4차(지난해 10월 입주) ▲시흥군자(지난해 10월 입주) ▲포항흥해(지난해 11월 입주) ▲용인보평역(지난해 12월 예정이었으나 올해 3월로 연기) ▲광주탄벌1·2블럭(올해 5월 예정) ▲안성공도(올해 6월 예정) ▲평택화양8블럭(26년 4월 예정) ▲평택화양3블럭(2027년 7월 예정) 등 10여곳에 달한다.

이 중 서희건설이 올 한 해 공사비를 상향해 정정 공시한 현장은 ▲경산중방(1665억원→1778억원) ▲화성신남(1조2429억원→1조4376억원) ▲시흥군자(1556억원→1676억원) ▲포항흥해(1397억원→1517억원) ▲평택진위(2719억원→3460억원) 등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금리인상과 원자잿값이 올라 시공 원가율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원인을 차치하고 조합의 원성이 커진 이유는 공사비 인상에 대한 시공사 측의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다. 문제는 단발성 인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조합 측의 입장이다.

일례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 현장이 추가 분담금 문제로 대립이 극심하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주예정일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로 연기됐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960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입주 예정일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은 1억원에 가까운 9700여만원에 달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증액 둘러싼 갈등 ‘펑펑’
입주 4개월 앞두고 960억원 요구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12일 조합장 A씨는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공사비 98억원을 지급하면서 “더 이상의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과 서희건설 체결 합의문에는 ‘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과 서희건설은 요청 금액 중 총 증액 금액을 상기 각호 합계액 금 98억4000만원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설계의 누락, 불일치, 공법 변경, 물가상승을 포함해 여하한 이유로도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에 공사도급금액 증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이후 2022년 10월 사업비 예산변경 및 추가 분담금(2차) 승인의 건에는 ‘공사 초기부터 건설노조의 공사방해와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건설자재 품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사업비 부족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결국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960억원을 또 요구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10일 총회를 열고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안을 가결했다. 이 중 385억원이 서희건설에게 지급할 추가 공사비다.

일부 조합원은 총회 의결에 대해 분노했다.

한 조합원은 “도급계약서에 있는 건설비 지수에 연동한 추가 공사비와 물가 인상 반영 후 향후 단가 인하에 따른 수정 불가 항목을 따져보지 못했다”며 “건설비 지수 변동 폭보다 훨씬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해도 그대로 가결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용인보평역 지주택은 당초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결국 올해 3월로 연기됐다. 현재 공정률은 95%다.

추가 분담금
“약속 어겼다”

안성 공도 서희스타힐스 스타허브(공도스타허브 지역주택조합)도 추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공도스타허브 지주택은 실착공 시기 지연 등으로 2021년 3월, 조합원 1명당 25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차 추가 부담금 총 270억원이 발생하자 조합 측은 분노한 상태다.

서희건설과 조합 간 협의 끝에 추가 분담금은 220억원으로 낮춰졌지만 조합원 한 사람당 기존에 낸 2500만원 외에 36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낮출 수 있지만 지르고 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정률은 67%다.

평택화양센트럴 지주택조합의 경우 착공 전부터 말썽이었다. 오는 4월 착공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기존 1373억원서 1800억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유는 금융비 인상과 설계변경으로 인한 일반 분양분 세대수 감소로 전해졌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지주택 사업장서 유사한 방식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조합원들이 뭉치는 모양새다. ‘서희스타힐스 전국연합연대’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 270여명이 참여해 서희건설의 추가 분담금 요구에 대한 각 사업장별 상황을 공유하고 집회 개최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오른 서희건설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택 사업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인데, 서희건설과 계약한 조합 측은 “사실상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무주택·서민들이 대부분인 지주택 조합원들은 공사비 추가 증액 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전세를 빼면서까지 입주 준비를 마친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서희건설의 공사중단 등으로 더욱 많은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재무상황

다수의 조합 측은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도급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지주택 사업 조합에 가입한 뒤 한 달 이내에만 탈퇴 후 예치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관련법에 따르면, 지주택조합 설립 및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한 계약서 민법상 취소나 무효, 해제 사유 등이 있으면 조합서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지주택 사업서 중도 탈퇴할 경우, 분양가 총액의 20~30%와 1000만~1500만원가량의 업무대행비를 내야 한다. 서희건설과 대치하는 10여곳의 지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선 “서희건설이 위약금 조항 등에 발이 묶였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형성됐다.

서희건설의 주력인 지주택 사업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재무 상황도 복잡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희건설이 분양을 실시한 4곳(조합원 취소분 단지 제외) 중 3곳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일반공급 접수 결과 64가구 모집에 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약 7%(0.07대 1)를 기록했다. 이어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는 703가구 모집에 105건이 접수돼 15%(0.15대 1), ‘진위역 서희스타힐스 더 파크뷰’는 21%(0.2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 ‘두류 스타힐스’ ‘인천강화 서희스타힐스 1단지’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 1·2단지’ 등 6개 단지의 분양을 2023년 실시했다. 이 중 4곳서 청약이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보증 총액 5조원
상호협력평가 최하위

청약 미달을 간신히 피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는 100세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해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서희건설이 지주택 사업의 강자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특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급보증액도 급증해 유동성 여유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따르면 지급보증 금액도 급증했다. 서희건설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조257억원으로 2022년 3분기(3조5083억원)와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지주택 사업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해 건설사의 중도금대출 보증이나 연대보증이 불가피한 구조다. 미분양과 계약취소가 지속된다면 서희건설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 건설사들이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 탓이다.

불안한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11억원으로 전년 동기(3363억원) 대비 7.49% 줄어들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490억원)은 전년 동기(493억원)보다 0.64%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공된 아파트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하도급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가장 부진한 건설사로 꼽히면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서희건설은 위기를 모면하려 신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2015년부터 편의점사업과 폐기물처리업, 농산물 판매·가공업 등 신사업 추진과 상생 경영을 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1982년 운송업체인 영대운수㈜로 설립됐다. 1994년에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뒤 이봉관 회장이 과거 13년간 근무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 발주하는 토건정비공사를 위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지주택 사업이라는 수익모델을 주력으로 사세를 넓혔고 1999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는 기존 ‘아리채’서 2008년 ‘스타힐스’로 변경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

미분양에
계약 취소

서희건설의 자산총액은 2019년 말 9761억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조5612억원(연결기준)으로 59.9% 급증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47.5%서 지난해 상반기 88.8%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대다수 대형·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300%를 넘긴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반면, 올해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하도급사 상생지수, 국토부 통계)서 평가 대상 대형 건설사 54곳 중 최하위인 60점 이상~70점 미만 구간에 속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