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강자’ 서희건설 조합 알력 리스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01 10:08:50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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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조합원들 ‘부글부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사업 대표주자 서희건설이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조합 측과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각지서 터지면서다. 이에 따라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조합원은 물론 입주자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이 수주한 사업은 총 39건으로 이 중 20건이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지주택 강자로 불리는 이유다. 같은 기간 서희건설 수주총액은 5조5305억원이다. 이 중 지주택 수주금액은 4조2825억원으로 전체의 77.4%에 해당한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만큼 잡음도 많을 터. 서희건설이 사업 승인 시점부터 입주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설계변경과 단가 인상 등을 내세워 지주택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 수주 39건
20건 지주택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희건설은 시공 중인 전국 지주택 현장 곳곳서 추가 공사비(조합원 분담금 인상) 문제로 조합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 예정이 임박한 순으로 보면 ▲경산중방(지난해 6월 입주) ▲화성시청4차(지난해 10월 입주) ▲시흥군자(지난해 10월 입주) ▲포항흥해(지난해 11월 입주) ▲용인보평역(지난해 12월 예정이었으나 올해 3월로 연기) ▲광주탄벌1·2블럭(올해 5월 예정) ▲안성공도(올해 6월 예정) ▲평택화양8블럭(26년 4월 예정) ▲평택화양3블럭(2027년 7월 예정) 등 10여곳에 달한다.

이 중 서희건설이 올 한 해 공사비를 상향해 정정 공시한 현장은 ▲경산중방(1665억원→1778억원) ▲화성신남(1조2429억원→1조4376억원) ▲시흥군자(1556억원→1676억원) ▲포항흥해(1397억원→1517억원) ▲평택진위(2719억원→3460억원) 등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금리인상과 원자잿값이 올라 시공 원가율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원인을 차치하고 조합의 원성이 커진 이유는 공사비 인상에 대한 시공사 측의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다. 문제는 단발성 인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조합 측의 입장이다.

일례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 현장이 추가 분담금 문제로 대립이 극심하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주예정일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로 연기됐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960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입주 예정일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은 1억원에 가까운 9700여만원에 달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증액 둘러싼 갈등 ‘펑펑’
입주 4개월 앞두고 960억원 요구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12일 조합장 A씨는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공사비 98억원을 지급하면서 “더 이상의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과 서희건설 체결 합의문에는 ‘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과 서희건설은 요청 금액 중 총 증액 금액을 상기 각호 합계액 금 98억4000만원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설계의 누락, 불일치, 공법 변경, 물가상승을 포함해 여하한 이유로도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에 공사도급금액 증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이후 2022년 10월 사업비 예산변경 및 추가 분담금(2차) 승인의 건에는 ‘공사 초기부터 건설노조의 공사방해와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건설자재 품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사업비 부족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결국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960억원을 또 요구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10일 총회를 열고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안을 가결했다. 이 중 385억원이 서희건설에게 지급할 추가 공사비다.

일부 조합원은 총회 의결에 대해 분노했다.

한 조합원은 “도급계약서에 있는 건설비 지수에 연동한 추가 공사비와 물가 인상 반영 후 향후 단가 인하에 따른 수정 불가 항목을 따져보지 못했다”며 “건설비 지수 변동 폭보다 훨씬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해도 그대로 가결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용인보평역 지주택은 당초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결국 올해 3월로 연기됐다. 현재 공정률은 95%다.

추가 분담금
“약속 어겼다”

안성 공도 서희스타힐스 스타허브(공도스타허브 지역주택조합)도 추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공도스타허브 지주택은 실착공 시기 지연 등으로 2021년 3월, 조합원 1명당 25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차 추가 부담금 총 270억원이 발생하자 조합 측은 분노한 상태다.

서희건설과 조합 간 협의 끝에 추가 분담금은 220억원으로 낮춰졌지만 조합원 한 사람당 기존에 낸 2500만원 외에 36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낮출 수 있지만 지르고 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정률은 67%다.

평택화양센트럴 지주택조합의 경우 착공 전부터 말썽이었다. 오는 4월 착공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기존 1373억원서 1800억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유는 금융비 인상과 설계변경으로 인한 일반 분양분 세대수 감소로 전해졌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지주택 사업장서 유사한 방식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조합원들이 뭉치는 모양새다. ‘서희스타힐스 전국연합연대’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 270여명이 참여해 서희건설의 추가 분담금 요구에 대한 각 사업장별 상황을 공유하고 집회 개최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오른 서희건설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택 사업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인데, 서희건설과 계약한 조합 측은 “사실상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무주택·서민들이 대부분인 지주택 조합원들은 공사비 추가 증액 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전세를 빼면서까지 입주 준비를 마친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서희건설의 공사중단 등으로 더욱 많은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재무상황

다수의 조합 측은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도급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지주택 사업 조합에 가입한 뒤 한 달 이내에만 탈퇴 후 예치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관련법에 따르면, 지주택조합 설립 및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한 계약서 민법상 취소나 무효, 해제 사유 등이 있으면 조합서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지주택 사업서 중도 탈퇴할 경우, 분양가 총액의 20~30%와 1000만~1500만원가량의 업무대행비를 내야 한다. 서희건설과 대치하는 10여곳의 지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선 “서희건설이 위약금 조항 등에 발이 묶였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형성됐다.

서희건설의 주력인 지주택 사업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재무 상황도 복잡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희건설이 분양을 실시한 4곳(조합원 취소분 단지 제외) 중 3곳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일반공급 접수 결과 64가구 모집에 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약 7%(0.07대 1)를 기록했다. 이어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는 703가구 모집에 105건이 접수돼 15%(0.15대 1), ‘진위역 서희스타힐스 더 파크뷰’는 21%(0.2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 ‘두류 스타힐스’ ‘인천강화 서희스타힐스 1단지’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 1·2단지’ 등 6개 단지의 분양을 2023년 실시했다. 이 중 4곳서 청약이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보증 총액 5조원
상호협력평가 최하위

청약 미달을 간신히 피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는 100세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해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서희건설이 지주택 사업의 강자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특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급보증액도 급증해 유동성 여유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따르면 지급보증 금액도 급증했다. 서희건설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조257억원으로 2022년 3분기(3조5083억원)와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지주택 사업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해 건설사의 중도금대출 보증이나 연대보증이 불가피한 구조다. 미분양과 계약취소가 지속된다면 서희건설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 건설사들이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 탓이다.

불안한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11억원으로 전년 동기(3363억원) 대비 7.49% 줄어들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490억원)은 전년 동기(493억원)보다 0.64%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공된 아파트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하도급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가장 부진한 건설사로 꼽히면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서희건설은 위기를 모면하려 신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2015년부터 편의점사업과 폐기물처리업, 농산물 판매·가공업 등 신사업 추진과 상생 경영을 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1982년 운송업체인 영대운수㈜로 설립됐다. 1994년에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뒤 이봉관 회장이 과거 13년간 근무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 발주하는 토건정비공사를 위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지주택 사업이라는 수익모델을 주력으로 사세를 넓혔고 1999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는 기존 ‘아리채’서 2008년 ‘스타힐스’로 변경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

미분양에
계약 취소

서희건설의 자산총액은 2019년 말 9761억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조5612억원(연결기준)으로 59.9% 급증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47.5%서 지난해 상반기 88.8%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대다수 대형·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300%를 넘긴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반면, 올해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하도급사 상생지수, 국토부 통계)서 평가 대상 대형 건설사 54곳 중 최하위인 60점 이상~70점 미만 구간에 속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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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