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강자’ 서희건설 조합 알력 리스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01 10:08:50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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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조합원들 ‘부글부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사업 대표주자 서희건설이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조합 측과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각지서 터지면서다. 이에 따라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조합원은 물론 입주자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이 수주한 사업은 총 39건으로 이 중 20건이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지주택 강자로 불리는 이유다. 같은 기간 서희건설 수주총액은 5조5305억원이다. 이 중 지주택 수주금액은 4조2825억원으로 전체의 77.4%에 해당한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만큼 잡음도 많을 터. 서희건설이 사업 승인 시점부터 입주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설계변경과 단가 인상 등을 내세워 지주택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 수주 39건
20건 지주택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희건설은 시공 중인 전국 지주택 현장 곳곳서 추가 공사비(조합원 분담금 인상) 문제로 조합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 예정이 임박한 순으로 보면 ▲경산중방(지난해 6월 입주) ▲화성시청4차(지난해 10월 입주) ▲시흥군자(지난해 10월 입주) ▲포항흥해(지난해 11월 입주) ▲용인보평역(지난해 12월 예정이었으나 올해 3월로 연기) ▲광주탄벌1·2블럭(올해 5월 예정) ▲안성공도(올해 6월 예정) ▲평택화양8블럭(26년 4월 예정) ▲평택화양3블럭(2027년 7월 예정) 등 10여곳에 달한다.

이 중 서희건설이 올 한 해 공사비를 상향해 정정 공시한 현장은 ▲경산중방(1665억원→1778억원) ▲화성신남(1조2429억원→1조4376억원) ▲시흥군자(1556억원→1676억원) ▲포항흥해(1397억원→1517억원) ▲평택진위(2719억원→3460억원) 등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금리인상과 원자잿값이 올라 시공 원가율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원인을 차치하고 조합의 원성이 커진 이유는 공사비 인상에 대한 시공사 측의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다. 문제는 단발성 인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조합 측의 입장이다.

일례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 현장이 추가 분담금 문제로 대립이 극심하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주예정일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로 연기됐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960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입주 예정일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은 1억원에 가까운 9700여만원에 달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증액 둘러싼 갈등 ‘펑펑’
입주 4개월 앞두고 960억원 요구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12일 조합장 A씨는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공사비 98억원을 지급하면서 “더 이상의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과 서희건설 체결 합의문에는 ‘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과 서희건설은 요청 금액 중 총 증액 금액을 상기 각호 합계액 금 98억4000만원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설계의 누락, 불일치, 공법 변경, 물가상승을 포함해 여하한 이유로도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에 공사도급금액 증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이후 2022년 10월 사업비 예산변경 및 추가 분담금(2차) 승인의 건에는 ‘공사 초기부터 건설노조의 공사방해와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건설자재 품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사업비 부족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결국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960억원을 또 요구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10일 총회를 열고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안을 가결했다. 이 중 385억원이 서희건설에게 지급할 추가 공사비다.

일부 조합원은 총회 의결에 대해 분노했다.

한 조합원은 “도급계약서에 있는 건설비 지수에 연동한 추가 공사비와 물가 인상 반영 후 향후 단가 인하에 따른 수정 불가 항목을 따져보지 못했다”며 “건설비 지수 변동 폭보다 훨씬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해도 그대로 가결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용인보평역 지주택은 당초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결국 올해 3월로 연기됐다. 현재 공정률은 95%다.

추가 분담금
“약속 어겼다”

안성 공도 서희스타힐스 스타허브(공도스타허브 지역주택조합)도 추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공도스타허브 지주택은 실착공 시기 지연 등으로 2021년 3월, 조합원 1명당 25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차 추가 부담금 총 270억원이 발생하자 조합 측은 분노한 상태다.

서희건설과 조합 간 협의 끝에 추가 분담금은 220억원으로 낮춰졌지만 조합원 한 사람당 기존에 낸 2500만원 외에 36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낮출 수 있지만 지르고 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정률은 67%다.

평택화양센트럴 지주택조합의 경우 착공 전부터 말썽이었다. 오는 4월 착공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기존 1373억원서 1800억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유는 금융비 인상과 설계변경으로 인한 일반 분양분 세대수 감소로 전해졌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지주택 사업장서 유사한 방식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조합원들이 뭉치는 모양새다. ‘서희스타힐스 전국연합연대’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 270여명이 참여해 서희건설의 추가 분담금 요구에 대한 각 사업장별 상황을 공유하고 집회 개최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오른 서희건설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택 사업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인데, 서희건설과 계약한 조합 측은 “사실상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무주택·서민들이 대부분인 지주택 조합원들은 공사비 추가 증액 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전세를 빼면서까지 입주 준비를 마친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서희건설의 공사중단 등으로 더욱 많은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재무상황

다수의 조합 측은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도급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지주택 사업 조합에 가입한 뒤 한 달 이내에만 탈퇴 후 예치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관련법에 따르면, 지주택조합 설립 및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한 계약서 민법상 취소나 무효, 해제 사유 등이 있으면 조합서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지주택 사업서 중도 탈퇴할 경우, 분양가 총액의 20~30%와 1000만~1500만원가량의 업무대행비를 내야 한다. 서희건설과 대치하는 10여곳의 지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선 “서희건설이 위약금 조항 등에 발이 묶였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형성됐다.

서희건설의 주력인 지주택 사업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재무 상황도 복잡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희건설이 분양을 실시한 4곳(조합원 취소분 단지 제외) 중 3곳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일반공급 접수 결과 64가구 모집에 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약 7%(0.07대 1)를 기록했다. 이어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는 703가구 모집에 105건이 접수돼 15%(0.15대 1), ‘진위역 서희스타힐스 더 파크뷰’는 21%(0.2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 ‘두류 스타힐스’ ‘인천강화 서희스타힐스 1단지’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 1·2단지’ 등 6개 단지의 분양을 2023년 실시했다. 이 중 4곳서 청약이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보증 총액 5조원
상호협력평가 최하위

청약 미달을 간신히 피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는 100세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해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서희건설이 지주택 사업의 강자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특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급보증액도 급증해 유동성 여유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따르면 지급보증 금액도 급증했다. 서희건설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조257억원으로 2022년 3분기(3조5083억원)와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지주택 사업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해 건설사의 중도금대출 보증이나 연대보증이 불가피한 구조다. 미분양과 계약취소가 지속된다면 서희건설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 건설사들이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 탓이다.

불안한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11억원으로 전년 동기(3363억원) 대비 7.49% 줄어들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490억원)은 전년 동기(493억원)보다 0.64%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공된 아파트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하도급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가장 부진한 건설사로 꼽히면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서희건설은 위기를 모면하려 신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2015년부터 편의점사업과 폐기물처리업, 농산물 판매·가공업 등 신사업 추진과 상생 경영을 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1982년 운송업체인 영대운수㈜로 설립됐다. 1994년에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뒤 이봉관 회장이 과거 13년간 근무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 발주하는 토건정비공사를 위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지주택 사업이라는 수익모델을 주력으로 사세를 넓혔고 1999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는 기존 ‘아리채’서 2008년 ‘스타힐스’로 변경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

미분양에
계약 취소

서희건설의 자산총액은 2019년 말 9761억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조5612억원(연결기준)으로 59.9% 급증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47.5%서 지난해 상반기 88.8%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대다수 대형·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300%를 넘긴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반면, 올해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하도급사 상생지수, 국토부 통계)서 평가 대상 대형 건설사 54곳 중 최하위인 60점 이상~70점 미만 구간에 속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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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