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자격증 없다는 게 팩트” ‘안덕수 폭로’ 본질은?

개인 SNS에 “바꾸세요” 협회 저격글 불만 때문?
“할말하않” 해시태그…전·현직 선수들 좋아요 동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손흥민 전담 트레이너 안덕수씨의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 정몽규) 폭로가 제기된 가운데 지난 8일, 축협은 “(안씨는)관련 자격증이 없는 인물”이라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내놨다.

이날 축협은 “카타르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대표팀 닥터 2명, 의무 트레이너 4명과 얘기를 나눴다”며 “안덕수씨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의무 트레이너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게 팩트”라며 “다만 개인의 SNS 글에 협회 차원의 직접 접촉이나 선제 대응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또 “(안씨가)예전 A매치 때도 손흥민 선수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 역할을 맡았던 분”이라며 “다만 협회가 채용하려면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이 필요한데 안씨는 그 부분이 갱신돼있지 않아 (채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부상도 있는 만큼 선수단과 같은 호텔의 별도 층에 예약 협조를 했고 비용은 축협 측에서 지불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층이 바로 2701호였고 비용은 안씨가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협은 선수들과 스태프가 어제 귀국한 만큼 현지서 어떤 일이 있었으며, 의무 트레이너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스태프 위주의 이야기를 청취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내용을 파악한 뒤 어떤 오해가 있는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없는지, 축협이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피겠다고 했다.


스포츠계 일각에선 축협의 내부 부조리 폭로가 나온 상황에서 과연 협회가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옛 속담처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 조사에 들어가기 전이긴 하지만 이미 축협은 “안씨는 트레이너 자격증이 없는 인물”이라며 핀트를 다른 곳에 맞췄다. 카타르월드컵에 의무 스태프로 함께 뛰었던 그가 겪었던 축협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데 있어 해당 자격증 소지 유무는 아무런 관련성도,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안씨는 지난해, 축협의 스태프 채용에 응시하지 않았다. 워낙 축구계서 유명한 트레이너였기에 선수들까지 나서 스태프로 활용할 것을 추천했으나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무산됐다.

결국 축협은 월드컵을 앞두고 안씨 외에도, 2명의 트레이너를 추가로 투입해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맡겼다.

일각에선 이번 폭로가 축협이 안씨를 채용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은 주장일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해 축협 관계자는 “다른 선수들도 안씨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있었는데 ‘비공식’으로 취급받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씨가 축협의 스태프 채용에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미갱신). 공식 의무팀 스태프 지원을 위해선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 스태프 자격증(국가공인의 PT면허증이나 민간 발급의 AT자격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폭로글의 본질은 안씨의 의무 트레이너 관련 라이센스 소지 유무가 아니다. 핵심은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함께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하면서 몸소 겪었던 축협의 내부 부조리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는 점이다.


사실 단체에 소속돼있는 입장에서 부조리를 폭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왕따 등 집단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데다 내부 고발자로 낙인 찍혀 결국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난 후 안씨는 자신의 SNS에 “(국가대표팀 숙소가 아닌)2701호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들이 연락주면 상식 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묘한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저 또한 프로축구팀에서 20여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 없었다”며 “부디 이번 일을 반성하시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바꾸세요.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뜻의 신조어) 해시태그도 달았다.

“바꾸세요”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세요”라고 직격했지만 어떤 것을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만큼 축협 및 축구 팬들은 어떤 내용의 추가 폭로글을 쏟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트레이너로 일했던 안씨가 축협의 의무 지원에 대해 불만 목소리를 낸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치르면서 축협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았으며 축협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게 이번 폭로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16강에 진출하면서 포상금으로만 약 170억원가량을 받게 됐는데 이 중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몫은 개인당 1억원에 그쳤다고 한다.

문제는 해당 글에 개인 트레이닝을 받았던 손흥민은 물론, 정우영·조규성·김진수·황의조·손준호·송민규 등 이번 카타르월드컵에 뛰었던 선수들도 ‘좋아요’를 눌렀다는 부분이다. 이들 외에도 이근호·기성용 등 전직 국가대표 선수까지 축협 비판글에 동의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무엇보다 축협은 이번 폭로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대중의 입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코칭스태프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불만이 제기됐고 폭로로까지 이어진 탓이다.

원칙대로라면 축협은 자격이 없었던 안씨를 채용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나아가 대표팀 선수들의 물리치료를 하도록 방관했다. 축협이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인 점과 관련 업계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합류시켰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이 합법화될리는 만무하다.

앞서 지난 7일, 안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축협의 관행에 대해 폭로를 예고했던 바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글은 게재되지 않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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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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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