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키 잡은 홍명보

독이 든 성배 왜 들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서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의 변심에 뿔난 울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게 될 홍 감독이 각종 우려 속에서 10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10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든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토종

지난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인생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 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계기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서)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새 팀을 정말로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서)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변심에 극도의 실망감을 보인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도 했다. 

“한국 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10년 전 오명을 씻어낼 기회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K리그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FC서울과 경기까지 팀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별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이 된 홍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선수들 역시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했고, 순위도 3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울산 팬들은 광주전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며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 바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축구 팬들이 꾸준히 품어왔던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 역시 직접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과정을 폭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이하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갑자기 돌아선 
진짜 이유는?

이 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사령탑을 찾던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로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 ▲탁월한 리더십 ▲외국인 지도자 국내 거주 이슈 ▲지도자로서 성과 ▲외국인 감독의 시간적 어려움 ▲과거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인 감독 체류 시간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울산서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며 “또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등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10위라는 점까지 (종합해)해석하면 효과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때 우승했으나 활동량은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등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홍 감독은 이전 A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는 물론, 축구협회서 전무로 기술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과 연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져야 할 원팀 정신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이 필요하고, 원팀 정신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이슈를 교훈 삼아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리그 우승 2회,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등 (후보로 거론된)외국 감독들보다 더 성과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길어진 판단
무능의 극치

그러면서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서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고, 지난 대표팀서의 실패가 상황에 따라 활용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리그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것들이 홍 감독보다 뚜렷한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외국인 감독 후보들 인터뷰 결과, 충분히 한국서 체류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이런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시즌 중반에 현직 감독을 빼 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갑작스러운 국내 감독 영입과 관련한 의심이 달라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의)평가와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와 홍명보호에 대한 많은 사랑과 격려, 응원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다.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서 진행된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잘될 것이라 믿고 이 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선택 8가지 이유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아”

이어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5%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7월10일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서 조별 예선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382일 동안 거둔 A매치 성적 역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경기 성적 이외에도 홍 감독은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월드컵에 앞서,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78평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4월부터 땅을 보러 다녔고 최종 계약일 역시 5월이었다. 월드컵 직전에 한 행동이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선수단이 현지서 즐거운 분위기로 회식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공개된 영상의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겨웠고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선수들도 포착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또 개막 전부터 최종 명단에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으면서 ‘의리 축구’ 논란으로도 불거졌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발표 이후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서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사퇴 발표 자리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축구 팬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B급 발언이 K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초라한 성적
논란의 사퇴

이렇듯 홍 감독은 각종 논란과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떠나는 자리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홍 항저우 뤼청, 울산 현대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19경기 5승, 승률 26%로 역대 한국 감독 중 최저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2022년에는 울산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지난해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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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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