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키 잡은 홍명보

독이 든 성배 왜 들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서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의 변심에 뿔난 울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게 될 홍 감독이 각종 우려 속에서 10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10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든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토종

지난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인생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 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계기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서)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새 팀을 정말로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서)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변심에 극도의 실망감을 보인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도 했다. 

“한국 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10년 전 오명을 씻어낼 기회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K리그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FC서울과 경기까지 팀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별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이 된 홍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선수들 역시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했고, 순위도 3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울산 팬들은 광주전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며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 바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축구 팬들이 꾸준히 품어왔던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 역시 직접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과정을 폭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이하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갑자기 돌아선 
진짜 이유는?

이 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사령탑을 찾던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로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 ▲탁월한 리더십 ▲외국인 지도자 국내 거주 이슈 ▲지도자로서 성과 ▲외국인 감독의 시간적 어려움 ▲과거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인 감독 체류 시간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울산서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며 “또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등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10위라는 점까지 (종합해)해석하면 효과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때 우승했으나 활동량은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등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홍 감독은 이전 A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는 물론, 축구협회서 전무로 기술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과 연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져야 할 원팀 정신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이 필요하고, 원팀 정신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이슈를 교훈 삼아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리그 우승 2회,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등 (후보로 거론된)외국 감독들보다 더 성과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길어진 판단
무능의 극치

그러면서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서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고, 지난 대표팀서의 실패가 상황에 따라 활용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리그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것들이 홍 감독보다 뚜렷한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외국인 감독 후보들 인터뷰 결과, 충분히 한국서 체류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이런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시즌 중반에 현직 감독을 빼 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갑작스러운 국내 감독 영입과 관련한 의심이 달라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의)평가와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와 홍명보호에 대한 많은 사랑과 격려, 응원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다.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서 진행된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잘될 것이라 믿고 이 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선택 8가지 이유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아”

이어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5%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7월10일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서 조별 예선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382일 동안 거둔 A매치 성적 역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경기 성적 이외에도 홍 감독은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월드컵에 앞서,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78평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4월부터 땅을 보러 다녔고 최종 계약일 역시 5월이었다. 월드컵 직전에 한 행동이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선수단이 현지서 즐거운 분위기로 회식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공개된 영상의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겨웠고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선수들도 포착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또 개막 전부터 최종 명단에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으면서 ‘의리 축구’ 논란으로도 불거졌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발표 이후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서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사퇴 발표 자리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축구 팬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B급 발언이 K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초라한 성적
논란의 사퇴

이렇듯 홍 감독은 각종 논란과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떠나는 자리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홍 항저우 뤼청, 울산 현대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19경기 5승, 승률 26%로 역대 한국 감독 중 최저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2022년에는 울산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지난해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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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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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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