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연임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0:48:07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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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믿어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득표로 연임한 그는 대한체육회의 회장 인준을 앞두고 있다.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회장을 맡은 ‘사촌형’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학과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서 총 유효투표(182표) 중 156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뽑혔다. 야권 후보인 허 후보는 15표, 신 후보는 11표에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이로써 정 회장은 2029년까지 4년 더 축구협회 수장을 맡게 됐다.

돈 필요한
남은 축제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정부의 중징계 요구 등으로 난항이 예상됐다. 결과는 정 회장의 압승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90%가 넘게 현장을 찾아 투표했는데, 이 중 85%가 정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서 지난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외교적으로 강점이 있는 데다, 기업 총수인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 거란 기대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차례 선거 파행에도 정 회장은 오히려 그 기간을 활용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여러 축구인을 만나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며 “이번처럼 심층적으로 경기인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서비스 단체인데, 그분들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반은 해결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선거가 절차적으로 하자 없이 치러진 만큼 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상 정회원·준회원 단체 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춰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체육회를 넘으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지난달 11일 문체부 처분에 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하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이후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은 예정대로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선거서 압승한 정 회장이 문체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축구협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85% 지지’ 압도적 득표율
2029년까지 협회 수장 맡아

문체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축구인들이 정 회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법원이 항고를 받아들이면 징계 절차를 밟겠단 입장이다. 항고가 기각되면 재항고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규정상 징계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려야 하는데, 협회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단 생각이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어느 때보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유튜브 영상에서 정 회장의 연임을 예측한 바 있다. 또 천안축구종합센터,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축구인들은 협회의 변화보다 이들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라며 정 회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천수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천수가 예언하는 축구협회장 선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서 이천수는 “대한체육회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당선됐다고 해서 축구협회장도 바뀔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후보를 비판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며 “축구인들이 별 볼 일 없어 기존 회장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이 정몽규 후보보다 더 좋다고 못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여론과 다른 축구인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그럼에도 (정몽규를)지지하는 게 우리 쪽(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 더 이익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기는 판”
예언 화제

지도자협회가 정 회장을 지지한 것에 대해선 “어차피 정 회장이 이기는 선거서 이기는 판에 베팅해 이익을 얻으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전체 선거인단의 192명인95.3%가 현장서 투표한 것에서 보듯 정 회장을 향한 축구인들의 재신임 의사는 분명했다. 정 회장의 당선으로 축구협회는 AFC 아시안컵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2031년 아시안컵, 203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유치를 이번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호주와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공동개최)이 아시안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나섰다가 카타르에 패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트라이아웃 개최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1년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올라 축구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이번 축구협회장 4선으로 20년 가까이 한국 축구의 양대 단체를 차례로 이끄는 전례 없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축구협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자’인 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 대해 “법원이 정 회장에 대한 징계를 정지시켜놓은 상태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항고를 한 상태인데, 결과에 따라 조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월21일 정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 1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운명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뒤 정부와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할지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업 총수
마인드로

1962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울산(1994-1996년)과 전북 현대(1997-1999년) 구단주를 거쳐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온 프로축구단 현역 최장수 구단주다.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된 정 회장은 그해 12월6일,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성공시키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밖에 FIFA 주관 대회 개최 그랜드슬램(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U-20 월드컵, U-17 월드컵)을 달성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2016년 상반기에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생활축구연합회가 통합됐고 그해 7월21일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렸다. 몇몇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정 회장만 단독 출마했으며 참가 선거인단 98명 전원 찬성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5월8일 바레인서 열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총회서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FIFA 집행부 임원에 선출된 것이다.

기존 축구인들은 하지 못할 기업가의 경영 방식으로 협회 내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 개입을 최소화해 밀실 행정을 없앴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영 및 시스템 정비 등의 외적인 부분서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있다.

축구협회 ‘범현대가’ 대물림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15년 차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투에 욕심을 내면서 대한축구협회장이란 타이틀을 이용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루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또 정 회장은 인터뷰서 ‘앞으로 한국은 세계 강팀과 평가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장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실을 직시하고 안목을 낮추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개최를 노렸다가 카타르에 밀려 유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카타르의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식의 책임 회피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앞서 지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일정을 마친 후 상금 배분과 관련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또 2023년 2월1일, 바레인 마나마서 개최한 제33회 아시아 축구 연맹 총회서 5명을 선출하는 2023-2027 FIFA 평의원 선거에 재도전했는데, 회원국들로부터 유효표 45장 중 19표를 받아 후보 7명 중 6위로 또 낙선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에도 밀려났고, FIFA 입성에 실패하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2023년 3월28일에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서 제명된 48인 포함 축구인 100명을 전격 사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명목상으로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100명이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2011년 K리그 승부 조작 사태를 수습했던 그가 2023년 승부 조작자를 사면하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부정 여론
잠재우다

한편,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서 정 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만 한 아우 없다? MJ 재조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재조명됐다.

지난 199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네 번째 임기까지 마친 정 전 회장은 2009년 1월22일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신년사를 통해 정 전 회장은 “숨 막히는 순간들을 많이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복한 16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업계에선 정 전 회장이 16년간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축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이끌어냈고,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를 포함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그의 대표적 업적이다.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도 한국서 개최했다.

월드컵 개최로 축구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정 전 회장이 부임한 1993년 452개였던 축구협회 등록팀 수는 지난해 718개로 불어났고, 등록 선수도 약 1만명에서 2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재정 자립에 성공해 협회 1년 예산 규모는 1992년 35억원에서 700억원을 넘겼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6회 연속 밟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은 올해 열릴 이집트 대회까지 4회 연속 본선 출전권을 따는 등 경기력 면에서도 결실이 있었다.

장기 집권하면서 업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축구계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의 여섯째 아들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긴 정 명예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서도 같은 지역구서 당선됐으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서 사퇴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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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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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