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연임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0:48:07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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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믿어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득표로 연임한 그는 대한체육회의 회장 인준을 앞두고 있다.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회장을 맡은 ‘사촌형’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학과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서 총 유효투표(182표) 중 156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뽑혔다. 야권 후보인 허 후보는 15표, 신 후보는 11표에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이로써 정 회장은 2029년까지 4년 더 축구협회 수장을 맡게 됐다.

돈 필요한
남은 축제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정부의 중징계 요구 등으로 난항이 예상됐다. 결과는 정 회장의 압승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90%가 넘게 현장을 찾아 투표했는데, 이 중 85%가 정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서 지난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외교적으로 강점이 있는 데다, 기업 총수인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 거란 기대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차례 선거 파행에도 정 회장은 오히려 그 기간을 활용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여러 축구인을 만나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며 “이번처럼 심층적으로 경기인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서비스 단체인데, 그분들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반은 해결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선거가 절차적으로 하자 없이 치러진 만큼 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상 정회원·준회원 단체 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춰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체육회를 넘으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지난달 11일 문체부 처분에 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하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이후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은 예정대로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선거서 압승한 정 회장이 문체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축구협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85% 지지’ 압도적 득표율
2029년까지 협회 수장 맡아

문체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축구인들이 정 회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법원이 항고를 받아들이면 징계 절차를 밟겠단 입장이다. 항고가 기각되면 재항고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규정상 징계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려야 하는데, 협회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단 생각이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어느 때보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유튜브 영상에서 정 회장의 연임을 예측한 바 있다. 또 천안축구종합센터,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축구인들은 협회의 변화보다 이들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라며 정 회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천수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천수가 예언하는 축구협회장 선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서 이천수는 “대한체육회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당선됐다고 해서 축구협회장도 바뀔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후보를 비판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며 “축구인들이 별 볼 일 없어 기존 회장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이 정몽규 후보보다 더 좋다고 못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여론과 다른 축구인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그럼에도 (정몽규를)지지하는 게 우리 쪽(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 더 이익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기는 판”
예언 화제

지도자협회가 정 회장을 지지한 것에 대해선 “어차피 정 회장이 이기는 선거서 이기는 판에 베팅해 이익을 얻으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전체 선거인단의 192명인95.3%가 현장서 투표한 것에서 보듯 정 회장을 향한 축구인들의 재신임 의사는 분명했다. 정 회장의 당선으로 축구협회는 AFC 아시안컵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2031년 아시안컵, 203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유치를 이번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호주와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공동개최)이 아시안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나섰다가 카타르에 패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트라이아웃 개최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1년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올라 축구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이번 축구협회장 4선으로 20년 가까이 한국 축구의 양대 단체를 차례로 이끄는 전례 없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축구협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자’인 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 대해 “법원이 정 회장에 대한 징계를 정지시켜놓은 상태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항고를 한 상태인데, 결과에 따라 조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월21일 정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 1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운명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뒤 정부와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할지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업 총수
마인드로

1962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울산(1994-1996년)과 전북 현대(1997-1999년) 구단주를 거쳐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온 프로축구단 현역 최장수 구단주다.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된 정 회장은 그해 12월6일,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성공시키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밖에 FIFA 주관 대회 개최 그랜드슬램(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U-20 월드컵, U-17 월드컵)을 달성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2016년 상반기에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생활축구연합회가 통합됐고 그해 7월21일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렸다. 몇몇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정 회장만 단독 출마했으며 참가 선거인단 98명 전원 찬성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5월8일 바레인서 열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총회서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FIFA 집행부 임원에 선출된 것이다.

기존 축구인들은 하지 못할 기업가의 경영 방식으로 협회 내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 개입을 최소화해 밀실 행정을 없앴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영 및 시스템 정비 등의 외적인 부분서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있다.

축구협회 ‘범현대가’ 대물림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15년 차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투에 욕심을 내면서 대한축구협회장이란 타이틀을 이용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루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또 정 회장은 인터뷰서 ‘앞으로 한국은 세계 강팀과 평가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장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실을 직시하고 안목을 낮추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개최를 노렸다가 카타르에 밀려 유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카타르의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식의 책임 회피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앞서 지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일정을 마친 후 상금 배분과 관련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또 2023년 2월1일, 바레인 마나마서 개최한 제33회 아시아 축구 연맹 총회서 5명을 선출하는 2023-2027 FIFA 평의원 선거에 재도전했는데, 회원국들로부터 유효표 45장 중 19표를 받아 후보 7명 중 6위로 또 낙선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에도 밀려났고, FIFA 입성에 실패하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2023년 3월28일에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서 제명된 48인 포함 축구인 100명을 전격 사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명목상으로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100명이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2011년 K리그 승부 조작 사태를 수습했던 그가 2023년 승부 조작자를 사면하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부정 여론
잠재우다

한편,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서 정 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만 한 아우 없다? MJ 재조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재조명됐다.

지난 199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네 번째 임기까지 마친 정 전 회장은 2009년 1월22일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신년사를 통해 정 전 회장은 “숨 막히는 순간들을 많이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복한 16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업계에선 정 전 회장이 16년간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축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이끌어냈고,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를 포함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그의 대표적 업적이다.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도 한국서 개최했다.

월드컵 개최로 축구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정 전 회장이 부임한 1993년 452개였던 축구협회 등록팀 수는 지난해 718개로 불어났고, 등록 선수도 약 1만명에서 2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재정 자립에 성공해 협회 1년 예산 규모는 1992년 35억원에서 700억원을 넘겼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6회 연속 밟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은 올해 열릴 이집트 대회까지 4회 연속 본선 출전권을 따는 등 경기력 면에서도 결실이 있었다.

장기 집권하면서 업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축구계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의 여섯째 아들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긴 정 명예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서도 같은 지역구서 당선됐으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서 사퇴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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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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