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장 선거 ‘D-1’…한국 축구, 새 시대 열릴까?

정몽규-신문선-허정무 ‘3파전’
후보들 막판 표심 확보에 사활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우할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몽규(63) 후보가 4연임에 성공할지, 신문선(67)·허정무(70) 후보가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호는 차례대로 정 후보(1), 신 후보(2), 허 후보(3)로 정해졌다.

오는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서 진행되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192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된다. 선거인단은 시도협회 및 전국연맹 회장, K리그1 대표이사 등 34명의 당연직 대의원과 이 단체의 임원 1명씩을 비롯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힌 선수·지도자·심판으로 구성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여러 논란으로 실추된 국내 축구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은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지난달 8일로 예정됐던 선거는 허정무 후보가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서 인용되면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선거 일정이 재조정됐지만, 후보들 간의 공정성 논란으로 파행을 겪으며 기존 선거운영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새로운 선거운영위원회가 꾸려지면서 26일로 선거가 최종 확정됐다. 


선거일 확정 만큼이나 후보들 간의 기싸움도 치열했다. 특히 정 후보가 지난 21일 예정됐던 선거 후보 토론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토론회가)진행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며 토론회 불참 의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허 후보는 “스스로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나와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 후보 역시 “토론회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정 회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축구팬들도 “비방이 두려우면 선거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권력은 갖고 싶고 욕먹는 건 두려운 거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체육계에서는 기존 기득권을 견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수세를 극복하고 3선에 도전한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을 꺾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와의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해임 압력을 받아 온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도 지난달 23일,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서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의 김동문 원광대 교수에게 패배 후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앞서 낙선한 체육계 인사들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국민 여론도 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형성돼있는 만큼, 그의 4연임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후보는 최근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로 문체부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승부조작 사범 등 축구인 100명의 사면을 기습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이듬해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및 경질 과정서 100억원대 위약금 논란도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서의 불공정 의혹으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가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만, 정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적극 표심 공약에 나서면서 두 후보의 왕좌 탈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정 후보는 ‘소통’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전국의 축구 현장을 돌며 전방위적인 축심(?) 다지기에 나섰다. 이에 더해 다수의 시·도 축구협회 회장들로부터 공식 지지를 확보하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백현식 부산시축구협회장을 시작으로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서울시축구협회, 강성덕 충북축구협회장, 박성완 충남축구협회장, 김순공 세종시축구협회장,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 인천시축구협회, 이석재 경기도축구협회장, 임종성 경북축구협회장, 권은동 강원도축구협회장, 윤일 제주도축구협회장 등이 공개적으로 정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정 후보가 내세운 12가지 핵심 공약은 ▲집행부 인적 쇄신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2031 아시안컵, 2035 여자월드컵 유치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시도협회 지역 축구대회 활성화 및 공동 마케팅 ▲국제심판 양성 및 심판 수당 현실화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트라이아웃 개최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프로·아마추어 통합 FA컵 개최 ▲유소년, 동호인 축구 저변 확대 및 지도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축구인 권리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축구 현장과의 소통 강화 및 인재 발탁이다.

정 후보는 “많은 축구인을 만날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선되면 더 많은 축구 현장을 찾아 저와 대한축구협회가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소통을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에 맞서는 신 후보와 허 후보는 축구협회의 전면적인 개혁을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신 후보는 대한축구협회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92명의 선거인단 전체에 1분짜리 영상편지를 보내고 대의원과 선수, 심판 등 직능별로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

신 후보는 공약으로 ▲축구협회 이미지 개선 ▲정부 감사에 따른 27개 처분 권고 즉각 조치 ▲마케팅 강화 ▲천안축구센터 완공 ▲NFC 네이밍 영업 ▲스폰서 등급 구분 등 일본·독일·프랑스 축구협회 벤치마킹 ▲한국프로축구연맹 개혁 ▲심판연맹 신설 및 초중고연맹 독립 ▲전임 지도자 처우 개선 ▲전무이사 체제로 조직개편 ▲수익 증대 위한 신규 사업 등을 내세웠다.

신 후보는 “축구계 바닥 민심은 정 후보가 이끄는 현 집행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면서 “유권자들과 접촉하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예산집행에 대해 “결산서를 전부 공개해서 축구협회가 국민이 낸 세금 일부와 축구를 통해 조성된 축구협회의 영업 수익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검증받는 축구협회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허 후보 역시 막판 뒤집기에 사활을 걸고 선거인단 설득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허 후보는 선수와 지도자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빈 경험이 있다. 축구협회 부회장,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국 각지서 열리는 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대회를 돌면서 밑바닥 민심을 다지는 동시에 SNS를 통해 MZ 세대 공략에도 힘을 썼다.

허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공정,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균형,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동행, Open KFA with All 등이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는 축구인만의 단체가 아니라 국민 모두와 함께하는 단체”라며 “한 사람의 독단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축구와 국민 모두를 위해 사심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특히 그는 축구협회가 사유화돼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관 개정을 통해 축구협회장 연임을 한번으로 제한하겠다. 그러면 논란이 되는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심사도 필요없고, 연임 승인에 대한 불공정 논란도 원칙적으로 차단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6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세 후보의 정견발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이어지는 1차 투표서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나올 경우 즉시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득표순위 상위 2명이 오후 4시50분부터 6시까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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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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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