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톱 세운 공수처 사냥감은?

윤 털릴 때까지 검찰만 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칼끝이 한 점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검찰이다. 당초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만큼 취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수처의 행보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의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서,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설치됐습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그 설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출범부터
시끌시끌

공수처 설치 근거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은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이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지 17년 만에 입법화에 성공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검찰총장·판사·검사·시장·도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다. 이 중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또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보다 우선권을 지닌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법안에 담겼다. ‘통보 의무 조항’을 두고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수처는 출범일인 지난해 7월15일을 훌쩍 넘긴 올해 1월21일 첫 발을 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출범 시기가 늦어졌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됐지만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를 삭제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을 필두로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보마다 파열음이 울렸다.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 특혜 채용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수사 인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3~9호 사건 전·현직 검사 겨냥
조희연 교육감 사건 역풍 고려?

관심을 모았던 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부당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등록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 검토‧추진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며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현직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자로 선택하면서 정치적 독립성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기소권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을 굳이 주목도가 높은 1호로 선택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지난 1월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공수처는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검찰개혁의 두 축으로 여겨졌던 공수처의 도입 배경이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힘빼기’로 요약되는 만큼 공수처가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4월 1호 사건을 시작으로 한 달여 만에 9건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섰다.(17일 기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1~2호) ▲‘김학의 별장 성접대’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및 언론유출 의혹(3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4호) 등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5호) ▲해남지청 현직 검사 직권남용 의혹(6호)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혐의) (7~8호) ▲부산 엘시티 정관계 로비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9호) 등도 보고 있다. 

한 달 만에
문어발 수사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정권 인사를 보호하거나 반정권 인사에 칼을 대는 사건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조 교육감 사건을 제외한 3~9호는 모두 전·현직 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다. 공수처가 검찰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수사를 통해 공수처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호 사건 피의자는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윤중천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관련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해 피의 사실 공표 혐의도 있다. 

4호 사건 역시 칼끝이 현직 검사로 향한다.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5호 사건에서도 검사들을 겨냥했다. 공수처는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검사 A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다. 

9개월 남은
대선 일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 직권남용 혐의 관련 2개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옵티머스 사건 불기소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수사 방해 등으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에서 고발한 사건이다. 

옵티머스 불기소 사건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5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했다는 내용이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이 부하에게 수사 축소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사세행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정식 수사를 위해 윤 전 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기 때문에 지휘권의 부당한 남용이자 노골적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9호 사건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의혹 수사 부실’ 사건으로 역시 검찰을 타깃으로 잡았다. 2016년 부산지검의 엘시티 정관계 특혜 의혹 수사가 부실했다고 시민단체가 고발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 3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 등 11명과 성명 불상의 차장·부장검사를 고발했다. 

공수처는 전·현직 검사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하면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당장 ‘유보부 이첩’을 두고 검찰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던 공수처는 법원의 판단에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들고 나온 유보부 이첩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난감한 처지가 된 것.

미묘한 수사 착수 시점
 “선거 개입은 아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우리가 행사할 테니 검찰은 수사만 한 뒤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는 유보부 이첩 개념을 제시했다. 검찰은 ‘사건과 권한을 분리해 이첩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공수처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지난 15일 자격모용 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정적 견해는 아니다.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4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제 삼았던 사안이다. 박 장관은 이 고검장에 대한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검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에서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을 당시 ‘하명 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 유출 자체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7~8호 사건, 이른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고발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어떤 결과도
논란 될 듯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논란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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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