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톱 세운 공수처 사냥감은?

윤 털릴 때까지 검찰만 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칼끝이 한 점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검찰이다. 당초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만큼 취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수처의 행보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의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서,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설치됐습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그 설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출범부터
시끌시끌

공수처 설치 근거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은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이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지 17년 만에 입법화에 성공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검찰총장·판사·검사·시장·도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다. 이 중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또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보다 우선권을 지닌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법안에 담겼다. ‘통보 의무 조항’을 두고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수처는 출범일인 지난해 7월15일을 훌쩍 넘긴 올해 1월21일 첫 발을 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출범 시기가 늦어졌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됐지만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를 삭제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을 필두로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보마다 파열음이 울렸다.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 특혜 채용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수사 인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3~9호 사건 전·현직 검사 겨냥
조희연 교육감 사건 역풍 고려?

관심을 모았던 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부당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등록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 검토‧추진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며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현직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자로 선택하면서 정치적 독립성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기소권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을 굳이 주목도가 높은 1호로 선택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지난 1월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공수처는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검찰개혁의 두 축으로 여겨졌던 공수처의 도입 배경이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힘빼기’로 요약되는 만큼 공수처가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4월 1호 사건을 시작으로 한 달여 만에 9건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섰다.(17일 기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1~2호) ▲‘김학의 별장 성접대’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및 언론유출 의혹(3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4호) 등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5호) ▲해남지청 현직 검사 직권남용 의혹(6호)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혐의) (7~8호) ▲부산 엘시티 정관계 로비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9호) 등도 보고 있다. 

한 달 만에
문어발 수사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정권 인사를 보호하거나 반정권 인사에 칼을 대는 사건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조 교육감 사건을 제외한 3~9호는 모두 전·현직 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다. 공수처가 검찰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수사를 통해 공수처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호 사건 피의자는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윤중천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관련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해 피의 사실 공표 혐의도 있다. 

4호 사건 역시 칼끝이 현직 검사로 향한다.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5호 사건에서도 검사들을 겨냥했다. 공수처는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검사 A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다. 

9개월 남은
대선 일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 직권남용 혐의 관련 2개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옵티머스 사건 불기소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수사 방해 등으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에서 고발한 사건이다. 


옵티머스 불기소 사건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5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했다는 내용이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이 부하에게 수사 축소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사세행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정식 수사를 위해 윤 전 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기 때문에 지휘권의 부당한 남용이자 노골적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9호 사건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의혹 수사 부실’ 사건으로 역시 검찰을 타깃으로 잡았다. 2016년 부산지검의 엘시티 정관계 특혜 의혹 수사가 부실했다고 시민단체가 고발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 3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 등 11명과 성명 불상의 차장·부장검사를 고발했다. 

공수처는 전·현직 검사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하면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당장 ‘유보부 이첩’을 두고 검찰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던 공수처는 법원의 판단에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들고 나온 유보부 이첩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난감한 처지가 된 것.

미묘한 수사 착수 시점
 “선거 개입은 아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우리가 행사할 테니 검찰은 수사만 한 뒤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는 유보부 이첩 개념을 제시했다. 검찰은 ‘사건과 권한을 분리해 이첩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공수처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지난 15일 자격모용 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정적 견해는 아니다.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4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제 삼았던 사안이다. 박 장관은 이 고검장에 대한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검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에서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을 당시 ‘하명 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 유출 자체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7~8호 사건, 이른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고발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어떤 결과도
논란 될 듯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논란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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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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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