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장 후보자 오동운

누가 와도 동네북 ‘북채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달 26일, 3개월간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에 오동운 변호사가 최종 후보자로 지명됐다. 오 변호사 지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에서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재판 전력과 자녀 부동산 매입 ‘세테크’ 의혹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지휘부로 오동운 변호사가 취임하면 채 상병 사건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로 각종 외풍에 시달린 가운데 취임 이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수사 역량 제고 및 기강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들은?

김진욱 전 공수처장 임기가 끝난 이후 3개월간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지난 2월29일,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가운데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목했다”며 “신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 위원 6명 이상 찬성한 최종 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번 지명은 김 전 공수처장이 퇴임한 지 97일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까지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지위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했다”며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서는 “법원 등 20년간 다양한 분야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복수 후보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관련 법에 따라 접수 20일 내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오 후보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8년 부산지법서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하며 2017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일해왔다.

20년간 다양한 분야 재판 경험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 없어

법조인 활동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자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명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윤 대통령과 함께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회서 활동한 경력이 감안돼 낙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 지목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장 공석으로 중단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재개시켜 특검법 반대 논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공수처 고발은 전임 공수처장 재직 시인 지난해 9월 이뤄져서 수사가 진행돼오고 있었고 특검법도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작년 9월에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므로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이는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번 오 후보자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에 정보경찰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를 맡은 점을 들며 “공수처를 외풍으로부터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비위 의혹 사건 등 권력을 향한 수사를 펼치고 있어 외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오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공수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외에도 오 후보자의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전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2018년 4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변호했던 바 있다. 당시 “동의하에 피해자의 속옷 밖에서 성기를 문지른 것”이라고 변호했으나 대법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해당 남성은 2017~2018년 12세, 10세 소녀를 각각 숙박업소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9세 소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청문회
쟁점은?

공수처장 후보 지명 이후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오 후보자는 “절차적·법리적 문제에 더 집중해 변론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의 딸이 20세였던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의 땅과 건물을 모친 김모씨로부터 4억2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 세금을 줄이려는 이른바 세테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오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땅 60.5㎡(4억2000만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건물 13㎡ 전세권(3000만원), 예금 2628만원, 증권 210만원, 은행 채무 1억1800만원, 사인 간 채무 3000만원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오씨는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4850만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택과 토지를 매매했다”고 밝혔다. 증여받은 돈 약 3억원 외 1억2000만원은 주택도시공사 대출을 받아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씨가 소유한 토지에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났고 철거를 거쳐 지난달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과 인접해 성남 내에서도 재개발 관심이 뜨거운 곳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가 딸에게 준 30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후보자 지명 이후 뒤늦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용증 작성 날짜는 지난달 28일로,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경기 과천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날이기도 했다.

차용증에는 오 후보자가 딸에게 언제 돈을 빌려줬는지, 이자가 얼마인지, 언제까지 빌려주는 것인지 등이 기재돼있지 않다. 오 후보자는 같은 날, 친척 오모씨와도 8800만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 차용증에는 이자와 변제기일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딸과 썼던 차용증과는 다르다.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인사청문회 과정서 딸에게 준 돈을 둘러싸고 증여세 납부 등이 논란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차용증을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오 후보자가 2021년 7월, 딸의 원룸 전세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지원해 줬다”며 “당시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계약은 거주자인 딸 명의로 했으나 이후 계약해지 시 오 후보자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위해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서 4월28일을 기준으로 딸과 차용 확인증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친척 오모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유에 대해선 “사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차용증을 왜 뒤늦게 썼는지에 대해 “변제 등으로 액수가 계속 변동돼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최종 액수를 확인한 뒤 지난달 28일자로 차용확인서를 재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던 오 후보자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나왔는데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휘부 공백 사태 장기화
민감한 여러 사건 속도?

오 후보자는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저는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권서 하는 일에 대해선 그 배경이나 어떻게 될지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수사 기록 회수 요청 전화를 건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상태다.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지난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이후 조만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 후보자가 취임 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제고와 기강 확립이다.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는 다섯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단 한번도 법원의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직접 기소한 사건 가운데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사주 의혹 한 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출범 당시 합류한 ‘1기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 기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수사 편향성 논란도 털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정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다수 진행 중이다.

공정성을 잃지 않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수처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외풍에 시달려왔다.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의 부재로 수사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 지휘부가 취임할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테크
부모찬스

오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판사 출신인 것은 맞다”면서도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갖춘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국민적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동운 딸, 수상한 로펌 근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의 딸 오모씨는 대학생이던 20~23세에 오 후보자 소개로 3곳의 로펌에서 근무하며 총 3700여만원의 급여소득을 올렸다.

스무 살이던 2020년 8월 A 법무법인에 들어가 2주가량 일한 뒤 100만원을 받았고 퇴직 다음 날 B 법무법인에 입사해 2022년 7월까지 근무하며 2300만원을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C 법무법인서 1348만원을 벌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기 중 로펌서 근무하며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 미리 사회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학업 및 생활에 필요한 부수입 등을 올리고자 후보자 소개로 몇몇 법무법인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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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