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장 후보자 오동운

누가 와도 동네북 ‘북채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달 26일, 3개월간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에 오동운 변호사가 최종 후보자로 지명됐다. 오 변호사 지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에서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재판 전력과 자녀 부동산 매입 ‘세테크’ 의혹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지휘부로 오동운 변호사가 취임하면 채 상병 사건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로 각종 외풍에 시달린 가운데 취임 이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수사 역량 제고 및 기강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들은?

김진욱 전 공수처장 임기가 끝난 이후 3개월간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지난 2월29일,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가운데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목했다”며 “신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 위원 6명 이상 찬성한 최종 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번 지명은 김 전 공수처장이 퇴임한 지 97일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까지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지위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했다”며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서는 “법원 등 20년간 다양한 분야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복수 후보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관련 법에 따라 접수 20일 내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오 후보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8년 부산지법서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하며 2017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일해왔다.

20년간 다양한 분야 재판 경험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 없어

법조인 활동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자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명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윤 대통령과 함께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회서 활동한 경력이 감안돼 낙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 지목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장 공석으로 중단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재개시켜 특검법 반대 논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공수처 고발은 전임 공수처장 재직 시인 지난해 9월 이뤄져서 수사가 진행돼오고 있었고 특검법도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작년 9월에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므로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이는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번 오 후보자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에 정보경찰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를 맡은 점을 들며 “공수처를 외풍으로부터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비위 의혹 사건 등 권력을 향한 수사를 펼치고 있어 외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오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공수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외에도 오 후보자의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전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2018년 4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변호했던 바 있다. 당시 “동의하에 피해자의 속옷 밖에서 성기를 문지른 것”이라고 변호했으나 대법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해당 남성은 2017~2018년 12세, 10세 소녀를 각각 숙박업소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9세 소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청문회
쟁점은?

공수처장 후보 지명 이후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오 후보자는 “절차적·법리적 문제에 더 집중해 변론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의 딸이 20세였던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의 땅과 건물을 모친 김모씨로부터 4억2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 세금을 줄이려는 이른바 세테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오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땅 60.5㎡(4억2000만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건물 13㎡ 전세권(3000만원), 예금 2628만원, 증권 210만원, 은행 채무 1억1800만원, 사인 간 채무 3000만원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오씨는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4850만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택과 토지를 매매했다”고 밝혔다. 증여받은 돈 약 3억원 외 1억2000만원은 주택도시공사 대출을 받아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씨가 소유한 토지에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났고 철거를 거쳐 지난달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과 인접해 성남 내에서도 재개발 관심이 뜨거운 곳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가 딸에게 준 30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후보자 지명 이후 뒤늦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용증 작성 날짜는 지난달 28일로,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경기 과천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날이기도 했다.

차용증에는 오 후보자가 딸에게 언제 돈을 빌려줬는지, 이자가 얼마인지, 언제까지 빌려주는 것인지 등이 기재돼있지 않다. 오 후보자는 같은 날, 친척 오모씨와도 8800만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 차용증에는 이자와 변제기일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딸과 썼던 차용증과는 다르다.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인사청문회 과정서 딸에게 준 돈을 둘러싸고 증여세 납부 등이 논란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차용증을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오 후보자가 2021년 7월, 딸의 원룸 전세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지원해 줬다”며 “당시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계약은 거주자인 딸 명의로 했으나 이후 계약해지 시 오 후보자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위해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서 4월28일을 기준으로 딸과 차용 확인증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친척 오모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유에 대해선 “사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차용증을 왜 뒤늦게 썼는지에 대해 “변제 등으로 액수가 계속 변동돼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최종 액수를 확인한 뒤 지난달 28일자로 차용확인서를 재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던 오 후보자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나왔는데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휘부 공백 사태 장기화
민감한 여러 사건 속도?

오 후보자는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저는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권서 하는 일에 대해선 그 배경이나 어떻게 될지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수사 기록 회수 요청 전화를 건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상태다.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지난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이후 조만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 후보자가 취임 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제고와 기강 확립이다.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는 다섯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단 한번도 법원의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직접 기소한 사건 가운데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사주 의혹 한 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출범 당시 합류한 ‘1기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 기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수사 편향성 논란도 털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정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다수 진행 중이다.

공정성을 잃지 않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수처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외풍에 시달려왔다.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의 부재로 수사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 지휘부가 취임할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테크
부모찬스

오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판사 출신인 것은 맞다”면서도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갖춘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국민적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동운 딸, 수상한 로펌 근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의 딸 오모씨는 대학생이던 20~23세에 오 후보자 소개로 3곳의 로펌에서 근무하며 총 3700여만원의 급여소득을 올렸다.

스무 살이던 2020년 8월 A 법무법인에 들어가 2주가량 일한 뒤 100만원을 받았고 퇴직 다음 날 B 법무법인에 입사해 2022년 7월까지 근무하며 2300만원을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C 법무법인서 1348만원을 벌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기 중 로펌서 근무하며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 미리 사회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학업 및 생활에 필요한 부수입 등을 올리고자 후보자 소개로 몇몇 법무법인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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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