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나 놔줬나' 공수처 미스터리

먹여줘도…이쪽저쪽 간 보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범 9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을 1호 공약으로 내걸고 검찰개혁을 천명했다. 공수처 설립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입법 줄다리기가 1년여 동안 이어진 끝에 올해 1월 기대와 우려 속에 새 기구가 첫발을 뗐다. 

출범 9개월
초라한 성적

올 1월21일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9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공수처의 성적표는 초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대는 사그라졌고 우려는 증폭됐다. 인력 구성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 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제는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사전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됐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출범 이후 1호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이었기 때문에 더 뼈아픈 대목이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사흘 만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다시 기각되면서 공수처는 말 그대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손 검사에 대한 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무리수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 검사는 지난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중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성명불상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호 체포·구속영장 기각
무리한 청구 지적 망신살

또 ‘검언 유착’ 보도의 제보자로 알려진 지모씨 실명 판결문 유출, 이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고발장의 전달자로 특정했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조씨와 김 의원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화면에 ‘손준성 보냄’ 문구가 남아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공수처와 손 검사는 소환 일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먼저 공수처는 지난 4일 손 검사에게 “10월14일 또는 15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손 검사는 “변호인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며 출석일자를 미루다 지난달 11일 “10월22일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공수처에 전달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그보다 사흘 앞선 20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손 검사는 21일 변호인을 선임했고 사건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11월2일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또 다시 기각하면서 공수처의 수사 역량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정작 ‘성명불상자’가 누구인지는 명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
노렸지만?

또 영장청구서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정작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적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실한 영장청구서가 법원의 기각을 불렀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공수처의 수사엔 제동이 걸렸다. 공수처의 당초 목표는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해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가 어긋나면서 공수처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공수처 역시 당분간 손 검사와 김웅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한 시점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가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손 검사에게 통보한 시기는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같은 달 25일이었다. 손 검사가 ‘늑장 통보’라고 비판하는 부분이다. 

공수처는 논란이 계속되자 같은 달 27일 “영장 청구 시 통보는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등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손 검사의 계속되는 출석 불응에 대응하고 출석을 담보해 조사를 진행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수처에서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정당한 이유 없이 예정된 출석에 불응하면 강제수사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손 검사 측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명백히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빠른 수사를 촉구하자 공수처가 이에 발맞추느라 무리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황제 조사
또 언급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야당 후보의 경선 일정을 고려해 수사를 서두른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선거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5일 공수처 출범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청문회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발언했다.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공수처장 후보자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발언들은 ‘공염불’에 가까워졌다. 

지난 3월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이 고검장을 휴일에 관용차량을 이용해 청사에 들인 뒤 면담을 진행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 언론을 통해 이 고검장이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에 옮겨 타는 장면이 정부과천청사 인근 도로변 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경선 일정 언급 
“선거 개입” 반발 불러

김 처장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은 두고두고 공수처의 발목을 잡았다. 

또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연달아 청구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반면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을 재조사하는 사건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6월 사이 이 검사를 3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이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공수처에는 수많은 사건이 쌓여있지만 마무리까지 이뤄진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이 유일하다. 나머지 10여건은 아직 결론까지 요원한 상태다. 그나마 조 교육감 사건의 경우에도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질 수 없는 고위공직자여서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까지만 했다.

사실상 기소 사건은 전무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공수처가 사흘 만에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전 총장을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공수처의 가용 수사 인력의 절반 가까이 해당 사건에 투입되면서 기존에 진행되던 사건은 뒷전으로 밀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사건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명이 입건된 상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과 ‘스폰서 검사’로 알려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입건 이후 지지부진하다. 

기대 못 미쳐
없어질 수도?

공수처가 처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존폐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을 분산시키고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의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도입 취지는 이미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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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 내부가 심상치 않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심 총장의 판단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특수부’다. 검찰 특수부는 지난해 9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위축됐다. 좌천 부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정부의 끝이 보이면서 상황은 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검찰은 공안·기획통이 주름잡고 있다. 반대로 특수부의 위상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심장을 겨눠온 이들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이유로 전해진다.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계기로 반전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서 특수본발 검란이 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사들 부글부글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시항고’를 두고 특수본과 이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심 총장은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통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도 드물지만, 결정 후 석방까지 30시간도 걸리지 않은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심 총장 외에 이진동 대검 차장과 대검 부장을 맡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 6명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후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대검 회의에서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할 경우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례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 자체가 무의미해져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검은 특수본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를 지시했다. 그러나 특수본은 대검의 방침에 반발했다. 법원의 구속기간 계산법은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고 그간의 실무례 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통해 다퉈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세현 중심 단체 반기? “심, 리더십 상실” 즉시항고 포기 후 추가 이견 시 갈등 불가피 대검은 특수본을 설득했지만, 8일 새벽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전 다시 협의를 이어간 끝에 수사지휘권을 가진 심 총장이 직접 특수본에 석방을 지휘하면서 결론이 났다. 특수본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8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특수본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즉시항고와 보통항고가 있다. 즉시항고를 할 때엔 법원의 결정 집행이 정지되지만 보통항고는 정지되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됐더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이 옳은지를 상급심서 다퉈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던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은 즉시항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심 총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검사들이 늘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 않는 사건이었다면 즉시항고했을 것이고 그게 일반적”이라며 “부담이 상당히 했으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선례에 비춰봤을 때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해 불가” 비판 쇄도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 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본은 이런 입장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박 검사는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도 박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최근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 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 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 특수본은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이 한데 모여 있지만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쥐고 있다. 특수본과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내란 사건에 대해 “검찰의 명운이 걸린 수사”라는 말 말고도 “다시 특수부가 떠오를 기회”라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이는 검찰 특수부가 이 전 총장 체제 이후부터 몰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건들면 터진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심 총장을 포함한 공안·기획통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수부는 한직이자 기피 부서로 분류됐다. 지난해부터 특수부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검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이른바 ‘정권을 향한 수사’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특수본부장을 맡은 박 고검장은 원리원칙주의자로 특수통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현대고, 서울대 법대 등 직속 후배로 ‘윤석열·한동훈 라인’이라고 불렸으나 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연에 약한 인사가 아니다. 한동훈 전 장관이 박 고검장과 실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4~5년 전 한 대형 사건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고 이후에 화해했는지는 모른다”고 귀띔했다. 윤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명단에 박 고검장의 이름은 없었다. 큰 충격을 받은 박 고검장은 주변에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혔었다고 한다. 박 고검장은 이때의 승진 실패 이전부터 ‘인사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시절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석했다가 받았던 100만원이 원인이 됐다. 검찰과장 1순위였던 박 고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좌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박 고검장의 사표를 만류한 이들은 한 전 대표와 박 고검장 모두와 친한 검찰 간부들이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전·현직 모두가 합세해 화해시키려 했다. 어느 정도 서로 서운한 걸 풀었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고검장이 세 번째 트라우마를 피하려면 내란 수사를 완벽하게 끝낼 수밖에 없다. 기획 VS 특수 다툼 양상…과거 내분과 흡사 명줄 걸린 박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실제 박 고검장은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앙지검 한 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봐주기가 우려된다’는 시선이 있는데 이미 그러기엔 늦었다. 특히 박 고검장의 스타일이 전형적인 특수부다. 최소한 검찰이라는 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심 총장이 간부급 검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통항고조차 하지 않으면서 야권발 특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또 한 번 즉시항고 포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는 심 총장에게 이견에 의한 갈등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간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발 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가장 대표적인 내분 및 항명 사태는 지난 2012년 11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하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중수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사건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한 전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결국 한 전 총장이 검찰 내부 혼란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취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의 대립은 한 전 총장이 발표하려던 검찰 개혁안 때문이었고 그 핵심은 중수부 폐지였다. 심 총장과 박 고검장 간 갈등이 아직은 한 전 총장과 최 전 중수부장의 대립처럼 노골적으로 노출되진 않았다. 그러나 ‘특수부의 생존’ 및 기획통의 특수통 컨트롤 양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우선 일단락 불씨는 남아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DNA’는 컨트롤되지 않는다. 윤석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꺾이지 않아서 다루기 힘들다. 검찰 역사에서 기획통이 특수통 달래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정치·정무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임과 동시에 조직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특수본은 항상 다음 정권서 요직을 차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 경호처 비난 “마음 같아선 이재명 대표 쏘고, 나도 죽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체포된 이후 김건희 여사가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MBC 보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 여사가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관저에 머물면서 경호처 직원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특수단이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때와 달리 2차 집행 때는 경호처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 이를 질책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일련의 과정서 김 여사의 구체적인 반응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 발언을 들은 경호처 직원이 김 여사가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진술도 특수단에 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발언은 윤 대통령 체포 전후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간접적인 정황 중 하나로 보인다.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나왔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김 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서 “총을 쏠 수는 없냐”고 묻자 김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방해를 주도한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직원들에게 MP7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겨두고 “(관저)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 지시가 윤 대통령 체포 저지가 아니라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역시 “기관총은 평시에도 관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령이 발표될 것을 알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보안 전화기인 비화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보다 이른 시간에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계엄령, 계엄 선포,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경우”라며 “비상계엄 발표를 TV를 보고 알고 이후 검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김 여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특수단 관계자는 “구속영장 서류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