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점입가경 감사원 막전막후

쩍 갈라진 간부들 ‘대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정부 정책 감사로 시끄럽더니 내분까지 겹쳤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은석 감사위원의 문제 제기가 위법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 ‘물타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조은석 감사위원 간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조 위원의 의견이 패싱됐다. 문제 제기를 시작한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 사무총장도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한 이후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무시하고
공개 비난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위법·부당 행위를 확인하려 안간힘을 썼다. 유 사무총장의 마음대로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사무국 감사 결과를 논의한 끝에 8개 핵심 쟁점에 ‘불문’ 조치를 결정했다.

앞서 감사원이 조사한 전 전 위원장의 혐의는 총 8개로 ▲출퇴근 포함 근태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한 쟁점 3개항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유권해석 관련 1개항 ▲전 전 위원장의 감사 방해 2개항 ▲갑질 간부에 대한 탄원서 제출 등이 있다.

감사위는 8개항의 탄원서 제출에 “부적절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 주의 조치도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기관 경고조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항 출퇴근 쟁점 외 1개 항을 제외한 나머지 6개항에 대해 전 전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추 전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된 2항의 보도자료와 3항의 보도자료는 같은 해 9월16일 권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이다.

2항과 3항 보도자료는 추 전 장관의 직무와 아들(군 복무 중 휴가 논란) 수사 건 사이 직무상 이해충돌이 있는지에 관한 권익위 입장이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충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실관계 해석을 거쳐 유권해석을 했고, 그 해석도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 전 장관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지휘권 등을 행사했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굴하지 않고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에게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수렴한 권익위 회의 내용을 실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면서 ‘보도자료(위원장님 작성)’라고 제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다”며 “그 자료는 해당 실무자의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위 보도자료에 적힌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는 문구서 ‘전적으로’라는 표현은 특히 쟁점이 됐다. 감사위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논의로 ‘방침’을 결정했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감사원 사무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전현희 무리한 감사 후폭풍…책임 묻기 실패
내부 갈등 봉합 안 돼…최재해 리더십 악화

감사원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감사위원회는 제보 내용을 안건별로 심의하며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관해 권익위원장에게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며,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 등은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 문자에서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감사위원회 결정은 개인 조치는 ‘불문’이고, 기관 주의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끝이다. 이는 감사위 결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전 전 위원장 퇴임 이후 감사원 사무국과 일부 감사위원 간 갈등은 지속됐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를 수차례 열람했고, 감사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은 것도 직원들을 강요해 많이 고쳤다”며 “권한 범위를 넘어서 요구했고, 강요했고,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서 감사보고서 결재에 관해 “주심위원 열람 칸이 공란인데도 유 사무총장이 최종 결재 완료 처리했다”는 지적에 유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시고 유일하게 혼자 안 누르셨다. 제가 감사원 27년 있었는데 그렇게 자주 열람하시는 거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과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 확정을 위한 감사위원회의서부터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 제출된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원장을 심의에서 제척할지 여부, 추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개입 의혹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이 수시로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타박하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면 고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간 바 있다”고 말했다.

결국 터진
감정 싸움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에서는 주심인 조 위원의 열람 결재를 건너뛰고 공개돼 패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주심인 감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런 과정 없이 최종 결재가 이뤄졌다는 게 조 위원의 주장이다.

전 전 위원장에 관한 감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방해 및 지연(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감사 사실을 유출(공무상 비밀누설)한 혐의로 조 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조 위원의 행위를 조사한 건 유 사무총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감사원 내부 태스크포스(TF) 팀이다. 이 팀은 지난 6월9일 꾸려졌다. 최달영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제1사무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부단장으로는 김모 감찰관(국장급)과 김숙동 당시 특별조사국 제1과장(현 특별조사국장) 2명이 투입됐다.

김숙동 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유 사무총장과 월성원전 감사를 진행했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 감사부서 핵심 조직인 특별조사국(특조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TF를 관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에게 고소당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감독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세부 운영기준’을 보면, 이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따른 이 기준은 “직무 담당자는 조사 개시, 조사 범위와 강도 등을 조정해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시키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두 번째
압수수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에 따르면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면 기관마다 있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 및 회피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그 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해당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의견을 들어 적정한 조치를 이 공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유 사무총장에 관한 수사를 고심하던 공수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감사원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면서 자료를 확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정 자료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범위를 들여다보면 지난번과는 다르게 조 위원의 사무실이 처음 포함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처리 과정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조 위원 측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는 조 위원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감사의 계기가 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의 부실·허위 제보 의혹 ▲최초 제보자를 감사 증인으로 꾸미는 조작감사 의혹 ▲조 위원 패싱 의혹 등이다.

공수처의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사위원 6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달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 중 전 전 위원장 사건 주심이던 조 위원을 제외한 5명은 선임 위원 방에 모여 공수처 조사에 어떤 방식으로 응할지 논의했다.

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유병호 소환 통보
대검, 조은석 수사 고민…정치적 역풍?

일부 위원들은 공수처에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서면조사를 요청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6월1일 감사위원회의 후인 6월9일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시행·공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서 최 원장과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감사보고서를 시행·공개했는지가 핵심이다.

사무처는 감사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유한 3차 수정안에서 149자를 더 고친 4차 수정안(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주심 위원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의 수정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이, 사무처가 4차 수정안을 내부망에 올리고 1시간50분 만에 주심 위원의 열람결재를 건너뛰고 시행·공개했다.

감사원 내부의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엔 감사위원회의서 변경·시행하도록 의결한 때에는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하도록 돼있는데, 전산 처리를 통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를 받지 않고 시행한 것이다.

공수처는 조 위원 ‘패싱’이 문제가 되자 해명하려 낸 보도자료 내용에 허위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사무처의 이 같은 행위에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감사원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감사위원에 대한 업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우선 유 사무총장에게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측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서 감사위원과 사무총장을 조사하려 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빠른 발걸음과는 반대로 대검찰청은 아직 조 위원에 관한 수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조 위원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아직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동일 사안으로 공수처와 검찰의 동시 수사를 받게 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외부 수사기관을 끌어들여 사태를 해결하려는 게 오히려 감사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통제 안 된다
제어장치 필요”

한 감사원 국장급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할 때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내부 분위기는 감사원의 위상이 커졌다며 좋아하는 직원이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간부들끼리 ‘감정싸움’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감사원 간부도 “유 사무총장과 그 측근들의 판단이 오히려 감사원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제어장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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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