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수처 물밑 교감설 막전막후

으르렁거리다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수사선상에 오르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검찰과 공수처는 그 배경부터 서로 섞일 수 없는 기관. 하지만 최근 들어 두 기관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16일, 출범 300일을 맞았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수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월 첫발을 뗐다. 그로부터 10개월,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출범 300일
기대 이하

특히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과 일각에서는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공수처의 모습을 비꼬는 표현이다. 

지난 1월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되면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18일 기준 12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마무리 지은 것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채 의혹 1건 뿐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하고 128일 동안 수사한 끝에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교육감은 공수처에서 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태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나머지 11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중 4건이 윤 후보 관련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선후보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입건했다. 이어 9월과 10월에는 각각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윤 후보를 수사선상에 올렸다. 

윤 후보 사건의 배경에는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있다. 사세행은 지난 2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고발한 데 이어 40여건에 이르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접수했다.

공, 윤 의혹 수사 몰두
검, 부인 김건희 정조준

이 중 25건에 윤 후보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실제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도 모두 사세행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사건에 집중하는 사이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방해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역량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공수처의 진용이 구색을 갖춘 건 지난달 28일에 이르러서다. 검사 8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검사 정원 23명을 모두 채운 것.

하지만 수사관 정원 40명은 여전히 미달 상태다. 

부족한 인원, 수사 역량 부족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수모로 이어졌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표류 상태에 빠졌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달 법사위 국감에서 올해 안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게 공수처의 목표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공수처의 행보, 수사 결과에 따라 ‘야당 대선후보 탄압’ 프레임이 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전선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12개 사건 중
1건만 마무리

공수처를 두고 ‘윤수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윤 후보 관련 사건에 날을 세우고 있는 건 공수처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관련자들을 넘어 김씨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권 회장은 2009년 말부터 3년간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관련자 5명이 구속됐다. 앞서 김씨의 계좌 관리자로 알려진 이모씨 등 관련자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권 회장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제 김씨에 대한 수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2010~2011년 권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2012~2013년 권 회장과 특혜성 증권거래를 통해 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가 당시 사건에서 이른바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를 ‘탐욕의 화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검찰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김씨는 세간에 등장하던 그 순간부터 학위 논문 조작, 허위이력 조작 논란 등 숱한 의혹을 몰고 다녔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탐욕의 화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다른 수사
나몰라라?

윤 후보 측은 공수처와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했다. 의견서에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고발 사주 배후로 지목하고 공수처에 고발한 제보 사주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후보 측은 “고발 사주 건은 압수수색, 체포·구속영장 청구, 소환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제보 사주 사건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발 사주는 수사정보가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보도되지만 제보 사주 건은 고발인도 수사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묵어도 한참 묵은 사건”이라며 “윤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니 갑자기 선거에 임박해서 끄집어내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낫지 지금 열심히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태생부터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다. 검찰 역시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두 기관은 사사건건 부딪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윤 후보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공수처가 교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 감찰부는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 조사를 위해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했다.

이후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해당 공용폰의 포렌식 자료를 입수했다. 

대변인 공용폰 하청 감찰 논란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손발 척척?

이 과정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휴대폰 압수 승인 여부, 언론 사찰 문제 등이 불거졌고 임의제출-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검찰과 공수처의 행보에 ‘하청 감찰’ ‘주문형 감찰’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총장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감찰부에 확인했으나 공수처와 (사전)연락한 일은 없다고 한다”며 “공수처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의 교감설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다.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

반면 공수처는 “통지 절차를 밟았다”며 “손 검사의 변호인이 도착한 뒤 포렌식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지난 16일 “대검이 감찰 명목으로 확보한(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의 저장장치 등) 자료를 공수처가 사전에 미리 알고 압수수색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이는 공수처의 대검 대변인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 청사 내에서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적법하게 진행됐음에도 이를 위법하다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공수처가 검찰과 사전 교감 하에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변호인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공수처 모두 교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통화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 외 대국회 업무 등 일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차장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과 통화
민주당과도?

또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여 차장이 박 의원과 저녁약속을 잡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업무 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손 검사 측은 여 차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