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사사건건 충돌 내막

한 사건 두 의견…본격 힘겨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 출범 전부터 있던 신경전이 최근 들어 더 심해진 모양새다. 심지어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마다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 설립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부터 시작된 진보진영의 숙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수처 설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에 발맞춰 입법화를 시도했다. 

1호 공약
진보 숙원

공수처 설립 과정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태웠고 이 과정에서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의 출범이 가시화됐다. 이듬해 7월 출범이 예상됐던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문제로 또 다시 갈등의 중심에 섰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법정시한 내 출범을 연일 촉구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른다. 기존 공수처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준비한 것.

지난해 12월10일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 출범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같은 달 28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 등 2명을 공수처장 후보로 제청했고, 문 대통령은 김 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이후 김 연구관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1월21일 공수처가 출범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갖는 수사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전부터 검찰 권력 약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문정부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을 나누는 방식으로 힘을 빼려 했다. 공수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문정부 검찰개혁의 양대산맥이었다. 공수처는 태생부터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학의 사건으로 맞붙었다
법원 판단에 검찰 판정승

공수처와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기소권을 두고 처음 맞붙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에 한해 기소권을 갖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이들이 관련된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을 때 기소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첩과 재이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건과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이첩됐다. 하지만 수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공수처는 이 사건들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만 하고 기소 시점에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유보부 이첩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수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 등 일부 피의자를 기소했다. 공수처법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공소권을 유보한 채 수사권만 이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 이첩 기준을 두고 협의에 나섰지만 두 기관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공수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방침을 사건사무규칙에 포함했다. 사건사무규칙 제25조 제2항에 유보부 이첩 방침을 명문화한 것이다. 또 사법경찰관이 공수처 검사에게도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에 대한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제25조 제3항)도 넣었다.

검찰은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발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만
이리저리

대검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또 영장 신청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사건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보부 이첩 문제는 법원이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수처가 판정패한 모양새다. 지난 6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김선일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본안에 대한 심리를 이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정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한 것을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검사 측은 검찰이 공수처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기소한 것이 기소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각하 판단을 내리고 기본권 침해 여부는 해당 사건을 맡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런 와중에 법원의 판단으로 검찰이 판정승을 거둔 것. 

또 공수처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 사건을 ‘재재이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났다.

공수처가 검찰에 재재이첩을 요청한 사건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당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었던 문홍성 수원지검장, 같은 부서 수사지휘과장이었던 김모 차장검사 등 현직 검사 3명이 연루된 건이다.

같은 사건
다른 기관

공수처는 역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 사건이 검찰에서 이첩돼있는데, 문 지검장 등의 사건이 이 사건과 중복되기 때문에 ‘중복사건 이첩’ 규정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수리’ 단계이기 때문에 중복 수사에 따른 이첩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거부하자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한 사건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중복 수사를 진행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공수처와 검찰은 이첩 서류 전달 문제로도 신경전을 벌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검에 사건을 이첩할 때 줄곧 직원들이 직접 서류를 실어 나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할 때 대부분 우편으로 부쳤다고 한다. 공수처 역시 경찰에 사건 서류를 전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우편을 사용해왔다.

공수처는 대검에 우편으로 보내면 안 되겠냐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입장이다. 대검에서 공수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검은 비용 문제, 기록 분실의 우려 등이 있어 인편으로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편접수를 거절한 적은 있지만 공수처가 적극적으로 전달 방식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이 또 다른 검·공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지난 5월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부당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9년 7~9월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 검토·추진을 관련 부서에 지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했다며 그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을 산하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한 데 이어 공수처의 요청으로 이첩했다. 

기소 못할 교육감 수사
최종 처분 검찰에 달려

1월 출범한 이후 공수처의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1호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직접 수사 사건에 공을 들였던 터라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 의혹을 선택한 데 여러 뒷말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첫 수사 사건으로 삼은 것에 대해, 야권에서는 조 교육감이 공수처의 기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지난달 27일 조 교육감을 소환조사했다. 입건 3개월 만에 조 교육감 본인을 수사하면서 1호 사건의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이 제기될만한 부분은 조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직접 재판에 넘길 수 없는 만큼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검찰이 공수처와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교육감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공소 제기 및 유지는 불가능하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를 한 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최종 처분 권한은 검찰에 있는 셈이다.

공수처도 사실상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송치하는데 검찰이 이와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과정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기에 검찰이 조 교육감의 혐의 유무 판단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사건을 송부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조사 당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을 배경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이번 특채 문제를 균형 있게 판단해주길 소망한다”며 “많은 공공기관에서 특별채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법적 형평성을 고려해 거시적‧종합적으로 판단해주길 소망한다”고 했다. 

조 교육감의 법률대리인 이재화 변호사는 “오늘 조사 결과를 갖고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려 한다”며 “공수처가 검찰 특수부와 다를 것으로 본다. 수사를 개시했다고 해서 무조건 기소를 전제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의 대립이 ‘입법 미비’에서 비롯된 만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와 검찰이 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갈리는 만큼 결국 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 기관은 끊임없이 대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결론은 이번 달 말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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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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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