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사사건건 충돌 내막

한 사건 두 의견…본격 힘겨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 출범 전부터 있던 신경전이 최근 들어 더 심해진 모양새다. 심지어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마다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 설립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부터 시작된 진보진영의 숙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수처 설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에 발맞춰 입법화를 시도했다. 

1호 공약
진보 숙원

공수처 설립 과정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태웠고 이 과정에서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의 출범이 가시화됐다. 이듬해 7월 출범이 예상됐던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문제로 또 다시 갈등의 중심에 섰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법정시한 내 출범을 연일 촉구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른다. 기존 공수처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준비한 것.

지난해 12월10일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 출범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같은 달 28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 등 2명을 공수처장 후보로 제청했고, 문 대통령은 김 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이후 김 연구관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1월21일 공수처가 출범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갖는 수사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전부터 검찰 권력 약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문정부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을 나누는 방식으로 힘을 빼려 했다. 공수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문정부 검찰개혁의 양대산맥이었다. 공수처는 태생부터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학의 사건으로 맞붙었다
법원 판단에 검찰 판정승

공수처와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기소권을 두고 처음 맞붙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에 한해 기소권을 갖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이들이 관련된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을 때 기소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첩과 재이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건과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이첩됐다. 하지만 수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공수처는 이 사건들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만 하고 기소 시점에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유보부 이첩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수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 등 일부 피의자를 기소했다. 공수처법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공소권을 유보한 채 수사권만 이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 이첩 기준을 두고 협의에 나섰지만 두 기관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공수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방침을 사건사무규칙에 포함했다. 사건사무규칙 제25조 제2항에 유보부 이첩 방침을 명문화한 것이다. 또 사법경찰관이 공수처 검사에게도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에 대한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제25조 제3항)도 넣었다.

검찰은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발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만
이리저리

대검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또 영장 신청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사건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보부 이첩 문제는 법원이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수처가 판정패한 모양새다. 지난 6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김선일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본안에 대한 심리를 이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정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한 것을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검사 측은 검찰이 공수처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기소한 것이 기소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각하 판단을 내리고 기본권 침해 여부는 해당 사건을 맡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런 와중에 법원의 판단으로 검찰이 판정승을 거둔 것. 

또 공수처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 사건을 ‘재재이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났다.

공수처가 검찰에 재재이첩을 요청한 사건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당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었던 문홍성 수원지검장, 같은 부서 수사지휘과장이었던 김모 차장검사 등 현직 검사 3명이 연루된 건이다.

같은 사건
다른 기관

공수처는 역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 사건이 검찰에서 이첩돼있는데, 문 지검장 등의 사건이 이 사건과 중복되기 때문에 ‘중복사건 이첩’ 규정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수리’ 단계이기 때문에 중복 수사에 따른 이첩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거부하자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한 사건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중복 수사를 진행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공수처와 검찰은 이첩 서류 전달 문제로도 신경전을 벌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검에 사건을 이첩할 때 줄곧 직원들이 직접 서류를 실어 나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할 때 대부분 우편으로 부쳤다고 한다. 공수처 역시 경찰에 사건 서류를 전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우편을 사용해왔다.

공수처는 대검에 우편으로 보내면 안 되겠냐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입장이다. 대검에서 공수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검은 비용 문제, 기록 분실의 우려 등이 있어 인편으로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편접수를 거절한 적은 있지만 공수처가 적극적으로 전달 방식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이 또 다른 검·공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지난 5월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부당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9년 7~9월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 검토·추진을 관련 부서에 지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했다며 그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을 산하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한 데 이어 공수처의 요청으로 이첩했다. 

기소 못할 교육감 수사
최종 처분 검찰에 달려

1월 출범한 이후 공수처의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1호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직접 수사 사건에 공을 들였던 터라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 의혹을 선택한 데 여러 뒷말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첫 수사 사건으로 삼은 것에 대해, 야권에서는 조 교육감이 공수처의 기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지난달 27일 조 교육감을 소환조사했다. 입건 3개월 만에 조 교육감 본인을 수사하면서 1호 사건의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이 제기될만한 부분은 조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직접 재판에 넘길 수 없는 만큼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검찰이 공수처와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교육감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공소 제기 및 유지는 불가능하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를 한 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최종 처분 권한은 검찰에 있는 셈이다.

공수처도 사실상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송치하는데 검찰이 이와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과정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기에 검찰이 조 교육감의 혐의 유무 판단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사건을 송부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조사 당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을 배경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이번 특채 문제를 균형 있게 판단해주길 소망한다”며 “많은 공공기관에서 특별채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법적 형평성을 고려해 거시적‧종합적으로 판단해주길 소망한다”고 했다. 

조 교육감의 법률대리인 이재화 변호사는 “오늘 조사 결과를 갖고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려 한다”며 “공수처가 검찰 특수부와 다를 것으로 본다. 수사를 개시했다고 해서 무조건 기소를 전제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의 대립이 ‘입법 미비’에서 비롯된 만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와 검찰이 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갈리는 만큼 결국 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 기관은 끊임없이 대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결론은 이번 달 말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배너

관련기사

2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고심 끝에 평택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또다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동안 두 당은 꾸준히 아군에서 적군으로, 적군에서 또다시 아군으로 돌아서길 반복했다. 이번에는 양보 없는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지난 2월 합당 논의로 훈풍이 부나 싶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등을 돌렸다. 혁신당 조국 대표가 평택을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살아남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혁신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상처만 남은 합당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양쪽 진영의 파열음만 계속됐다. 합당 무산 이후 지난 3월, 양 당은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금 전면적인 선거 연대를 위한 위원회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지방선거 지역구 배분과 같은 구체적인 선거 협상 가능성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다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혁신당은 자강론에 힘을 실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합당 논의가 오가던 중 혁신당의 실무는 ‘올스톱’이었다. 논의 시기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혁신당은 남들보다 반 발 늦게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고심 끝에 조 대표 ‘국민의힘 제로(0)’와 ‘부패 제로(0)’ 실현을 앞세워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을은 지난 1월 민주당 이병진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을 받아 재보궐이 확정된 곳이다. 조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혁신당의 13번째 국회의원이 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개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고 내란 이후 대한민국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더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 대표의 출마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추측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경기 평택을·안산갑, 부산 북구갑·해운대갑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때마다 조 대표는 출마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가야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없는 곳” “험지인 곳” 등 조건만 나열할 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벼랑 끝 조국’ 스스로 올라간 시험대 사실상 마지막 기회...평택을 출사표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는 평택을을 출마지로 택한 배경에 대해 “일찍부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상위 목표는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국민의힘을 제로로 만드는 것임을 반복해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뤄지는 곳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평택을 출마는 정치인이 된 후 줄기차게 역설해 온 이 같은 저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평택에 연고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중앙정치에서 평택의 목소리를 키우겠다.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시민들께서 조국을 선택해주시면 반드시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반드시 평택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큰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평택을은 단숨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대열에 합류하면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일찌감치 이곳에서 터를 닦았던 김재연 상임대표는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김 상임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이곳 평택인가”라며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며칠 전부터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그는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도 저는 조국 대표의 ‘동지애’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며 “정치는 원래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찢어지는 여당 표? 평택이 ‘험지 출마’라는 조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평택이 과연 험지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대표는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 험지”라며 출마 명분 굳히기에 나섰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평택에는 친윤(친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자이자 내란 피의자인 황교안씨가 깃발을 들었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극우 집회까지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 같은 경우 후보난을 겪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후보가 각축하고 있다”며 “(평택을이) 국민의힘에는 평지고, 민주당 또는 다른 범민주 진보 진영엔 험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 역시 “(조 대표는) 평택, 안산, 군산 세 지역을 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며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인 동시에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고, 또 혁신당에게 험지가 아닌 지역을 추리다 보니 평택을이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조 대표는 또 평택을 재보선의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므로 ‘무공천 원칙’이 지켜져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출마가 합당 무산에 대한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합당 무산으로 혁신당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 지지자들 까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그 이후에 선거 연대 이야기가 나왔지만 물밑 접촉도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합당이 무산된 그림이지 않았나. 조 대표 입장에서는 평택을 출마를 굽힐 이유가 없다”며 “따라서 혁신당은 민주당에게 당당히 무공천 원칙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마음의 빚 민주당도 ‘전 지역 공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평택을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했다시피 재보선은 전략공천이 원칙이고 전 지역에서 공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역시 “조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무공천을 요구했다”며 “돌아보면 조 대표가 22대 비례의원으로 (당선)됐다가 사임하고 그래서 비례를 다른 분이 승계했고 이번에 평택에서 출마하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귀책 사유 아니겠나”라고 직접 겨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4년 12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을을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민주 진영의 분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표의 대항마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내보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평택을이 ‘사법 리스크 공방’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김용 평택을 카드’는 민주당에게도 갈등의 뇌관이다.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은 안산 출마를 희망했지만 결국 당 지도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출마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조 대표의 출마는 울산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 평택을 후보는 진보당으로 단일화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혁신당 황명필 의원이 울산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곳에서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저와 진보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가장 큰 목표는 내란 청산”이라며 “전국의 모든 민주, 진보, 개혁 후보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 내란 청산을 위해, 국민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울산까지 부는 출마 후폭풍 골머리 앓는 범여권 지도부 회견에 배석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역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실질적으로 민주·진보 개혁 세력이 하나로 모여 총선 189석의 성과를 만들고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방식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선거 연대가 헝클어질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후보자 주도 단일화’를 공개 요청했다. 김 의원은 김종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혁신당 황명필 울산시장 후보를 향해 단일화 동참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국 최대 제조업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키며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일은 어느 한 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과 진보당, 혁신당이 함께할 때, 울산은 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3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제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중 가장 큰 교집합을 담고 있고, 따라서 가장 강력한 합집합을 만들 수 있다”며 “더 나은 정책을 공유하고, 울산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단일화를 통해 본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가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 계획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짜놓은 판에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힘 있는 후보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어디서든 진보당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택을 선거의 핵심은 단일화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 대표와 체급이 맞는 후보를 내보내야 (단일화) 논의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봐서는 조 대표의 완주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당 대표가 낙선하면 체면도 구겨지고 더 나아가 당이 존폐 위기까지 놓인다. 단일화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사활을 거는 조 대표를 설득할 만한 주자를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붙느냐 마느냐 이어 “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합당 논의가 없었으면 두 당이 조금 더 편하게 단일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조금만 양보를 해주는 제스처를 보여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니, 양쪽 모두 입장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일각에서는) ‘합당 논의를 성급하게 띄운 것도, 지지자를 설득하지 못해 (논의를) 깬 것도 정 대표’라는 불만이 있었다”며 “결국 조 대표만 독박을 썼다. 민주당이 평택을에 조 대표보다 체급이 약한 후보를 내보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피해 간 조국, 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자신의 고향이 부산 북갑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국 대 한동훈’ 구도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또는 제게 직접 연락해 ‘부산은 선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장에서 박형준을 척결하고 쫓아내려면 (부산 북갑 선거에) 안 나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 지역구다.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으로 구도가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박형준을 정말 그만 보고 싶은 부산 출신 사람으로서 그 말이 이해되더라”며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거론하며 “나가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