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 1호 타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칼 뽑았으니 무라도 자를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공수처는 예상을 뒤엎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건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공수처를 비판하는 입장과 1호 수사 건으로 적합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 10대 공약을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고, 임기를 1년 여를 남겨놓고 있다. 교육감 자리를 이어오며, 조 교육감은 공약과 말실수로 많은 논란을 사고 있다. 

의외의
스타트  

조 교육감은 과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설립도 기여했다.

이후 시민·교육단체로 이뤄진 좋은 서울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지도에서 뒤쳐져 한자리 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과 현역 교육감인 문용린 전 교육감의 대결구도로 조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했다. 투표 일주일 전까지도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10%대에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고 전 의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조금씩 반등을 보였다. 자녀의 영주권 문제와 고 전 의원은 선거 하루 전, 딸이 SNS에 교육감 직책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다.

반면, 조 교육감의 둘째 아들은 커뮤니티에서 아버지에 대해 어필하는 글을 쓴 뒤,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 교육감은 점차 주목받게 됐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향해 전달한 두 메시지는 더욱 대비를 이뤘다. 고 전 의원에게 지지 의견을 내보이던 이들은 선거 전날 조 교육감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예상 뒤엎고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수사
맞춤형 전형 만들어…단독 결재해 진행

결국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던 조 교육감은 선거 결과 39%의 득표율을 얻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조 교육감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자 고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를 받았다. 교육감 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원은 상대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되나, 조 교육감의 발언이 상대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악의적인 비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공약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 등의 폐지 공약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와 교장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 집단은 반대 이유로 정부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학교 유형으로 해당 학교장이나 학생, 학부모, 교원이 비판을 받거나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교육감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조 교육감은 폐지하려는 게 외고가 아니라 자사고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외고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중이다. 해당 사안은 지금까지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따른 후속 정책으로 일반고 지원을 늘리는 '일반고 전성시대 2.0'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 진로, 진학 전문가가 1명씩 배치되도록 해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취지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재벌의 자식과 택시기사의 자식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섞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게 문제됐다. 

다음 날에도 조 교육감은 한 고등학교의 교육특강에서 청소부와 택시기사를 최하층 예로 들며 설명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선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최상층으로 재벌을, 최하층은 택시기사를 예로 든 문제 된 발언은 교육감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의혹의 5명
감사 결과는?

조 교육감의 발언은 문제 된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SNS상에 개학연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글을 올렸다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게시글에서 문제가 된 건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각종 학교 비정규직들이 휴업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나온 말이다. 

교사들은 교육수장이 이런 식으로 교사를 비꼬아도 되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로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 어두운 부분에 대해 비판하려는 취지였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 방침이 정해지기도 전에 개학연기에 대한 생각을 대중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며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2018년 당시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해직교사 5명을 특별 채용했던 게 공수처의 1호 수사 목록에 올랐다.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해직된 교사들이 공직선거법상 공무담임 제한 기간이 지났고, 제한됐던 교원의 기본권에 대한 완화가 필요성이 대두되는 점을 감안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사들이 교육계에서 특권학교 폐지 등 공익 가치 실현의 필요한 점을 고려해 조 교육감이 결정한 사안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특혜를 위해 해직 교사에 대한 맞춤형 전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17명이 지원했지만, 결국 채용된 건 해직교사 5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전교조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뒤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한 교사들이다. 이 중 한 명은 교육감 예비후보로 조 교육감과 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

감사원은 부교육감, 담당자 등이 특채에 대해 특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자, 조 교육감이 단독으로 결재해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조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 직원이 서류, 면접 심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보통 채용 심사위원회는 인재풀 내에서 국장이나 과장이 선정한다. 특채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을 비서실 직원이 임명했다. 심사위원 5명 중 3명은 인재풀 소속의 사람들이 아닌 직원의 지인이다.


비서실 직원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채는 해직 교사와 같은 당연퇴직자를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발언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조 교육감이 특정한 교사들이 채용됐다. 

조 교육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청이 교육감 권한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 업무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본인은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달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는 첫 사건으로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포함된다. 조 교육감이 선정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연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우도할계'라며 공수처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의원은 특별채용은 불법은 아니라며 사학 비리에 저항하다 해직된 분들이 다시 채용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도운 지지자 포함
지시 받은 비서 관여 포착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절차가 규정돼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지만, 조 교육감이 첫 수사대상으로 오르자 불만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조 교육감의 사안이 중대범죄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의 건에 수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해야 할 일은 검사가 검사의 범죄를 덮은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다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사건만 정하는 게 유아적 생떼쓰기라는 입장이다.

이어 교육감 자리에 앉은 이가 교사 자리를 거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역시 공수처가 오히려 이성윤 지검장 같은 민감한 사건을 선택하지 않아 정권 편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단체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교사노조와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도 공수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에서 공수처가 다른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 해직교사 특별채용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감이 특별채용의 의혹을 받고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장이 수사 대상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소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남은 1년 
임기 채울까 

감사원이 조 교육감을 고발했을 당시 적용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전달받은 뒤,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과거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연 선택된 이유는?
안전빵? 버리는 카드?

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조 교육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법조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연일 내놓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감이 공직자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뇌물 같은 전형적인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김진욱 공수처장도 자기 편 감싸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보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 중 핵심인사가 아닌 조 교육감을 선택하면서 안전한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공수처가 기소 못하는 사건을 맡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첫 수사로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공수처가 검찰 견제를 위한 기구지만,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대응하는 점에서 잘 선택했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사건 중 상징성 있는 사건을 골랐다는 입장이다.

이어 공수처의 우려할 점은 대통령의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정치적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번호 1호를 부여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수사를 통보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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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