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권력’ 공수처 인력난, 왜?

슬슬 김빠지는 ‘무능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출범 2년차지만 실적은 고사하고 수사 인력 공백조차 메우기 힘겹다. 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 변호사 대부분이 공수처 지원을 꺼린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공수처는 ‘맹탕 수사’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인력난과 부실 실적의 악순환에 빠진 공수처. 새 정권의 ‘칼질’을 가만히 기다려야 할 운명에 놓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4일, 검사 추가 공모에 나섰다. 부장검사 2명 이내와 평검사 1명 등 검사 3명을 모집한다. 인원이 보강되면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검사 정원 25명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된다.

미미한 성과

공수처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해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공수처는 사건의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모든 업무를 공수처법상 정원 제한 때문에 극히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명시된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얼마 전 수사3부 소속의 한 검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공수처 안팎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인원 보강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그간 제기돼온 수사력 비판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검사 인력 수혈은 필수다.


김 처장은 지난 14일 “공수처가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의미 있는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 수사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수한 지원자가 충분히 모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들에게 등용문을 활짝 열기에는 너무 많은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우선 출범 이후 꾸준히 지적됐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3회 연임이 가능하다. 최대 근무연수가 12년에 불과한 셈이다. 정년은 63세까지로 검사와 같다. 하지만 임기는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정원이 적어 격무에 시달리는 구성원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공수처의 ‘영입 유인’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법조계의 냉정한 평가다. 공수처 역시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임기와 정원을 늘리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현 시점에서 법조인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 현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인력난에 수사력 논란까지 ‘이중고’
악순환 반복되지만…해결책은 딱히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왔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준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 3월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선별 입건제도를 스스로 내려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흔들릴 때마다 꾸준히 ‘공수처 폐지론’이 흘러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문재인정권 때 검찰수사권 제한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만든 기관인 공수처는 이제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무능한 공수처가 아직도 잔존하면서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공수처장이나 근무 검사들은 이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라며 “출범한지 꽤 됐는데 왜 검사와 수사관 충원이 안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권력기관 견제를 외친 공수처의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지난달 고발 사주 의혹과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등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지난달 16일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공수처의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논란에 대한 사과도 있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고발 사주 이어 제보 사주도 맹탕
‘손질’ 벼르는 정부…언제 칼 뽑나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은 잊을만하면 재점화되곤 했다. 공수처는 사과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자초했다.

이번에는 ‘제보 사주’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박 전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보 시기 등을 협의했다는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을 허위사실 유포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요구하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 제보 사주 의혹과는 무관하다.


고발 사주에 이어 제보 사주 의혹까지 일단락됐지만,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두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에 미쳤던 여파가 상당했음에도, 아무런 수사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은 ‘맹탕’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을 거듭하면서 공수처는 윤석열정부의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폐지되지는 않아도 수사 방향과 수사 가능한 인물 등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성과를 내왔다면 폐지론에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이나 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공수처법은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다. 이행계획서의 내용이 지난달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로 대부분 반영된 것을 보면, 일부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경찰·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 과제와 함께 담겼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애매한 입지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 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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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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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