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고위공직자 ‘우선수사권 기싸움’ 내막

‘용호상박’ 밀리면 끝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서로 수사 칼날을 겨눈 데 이어 법무부까지 공수처 압박에 나섰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법무부와 검찰은 공수처법 제24조 1항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수사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을 위해 탄생한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사실상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수처법 제24조 1항은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타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해당 수사기관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해당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며 폐지를 공약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폐지 플랜이 실행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악화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에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검찰 직접수사권 축소 대응 방안 등을 보고했다.

한 장관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법 24조 1항에 대해선 개정 등을 통해 ‘우선적 수사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이를 통보하도록 한 24조2항을 남용할 경우 수사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법무부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 업무보고에서 여운국 차장은 “24조1항은 반드시 필요한 조항”이라며 법무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개정 논의를 하려면 기존 수사기관이 불공정함 없이 수사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검찰이 그동안 불공정한 수사를 해온 게 있는 만큼 우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우선 수사권 개정 논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수사권 논란은 ‘서해 공무원 피살’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도 옮겨붙었다. 두 사건의 피고발인 대다수가 고위공직자지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3부에서 조사 중이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관련 인지 사건은 공수처에 알려야 하지만 두 건은 고발사건이기 때문에 통보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일단 이첩 요구 검토 없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법 24조와 관련해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며 임기 중 우선 수사권을 규정한 1항 관련 이첩 요청권 행사의 기준과 절차,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해당 조항이 행사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이첩을 요청한 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이첩을 요청한 건이 전부다.

이처럼 초라한 수사 실적으로 인해 공수처는 반박할 명분조차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공수처가 발표한 사건처리 실적에 따르면, 사건사무규칙 개정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13일까지 공수처가 처리한 3007건 중 검·경 등 기타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건은 2620건으로 전체의 87.1%에 달했다.

반면 공소제기, 불기소, 불입건 등 자체 처리 사건 수는 387건으로 전체의 12.9%에 불과하다.


한동훈 장관, 검수완박 대응 의지
감사원, 기자 통신조회 논란 감사?

공수처가 몸을 바짝 낮추고 있으나 윤석열정부의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수집 논란과 관련 “올 하반기에 기관 운영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미 결산검사를 받은 바 있다. 정부 전체 연간 회계검사의 일환으로 통상적 수순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기관 운영 감사를 작년에 출범한 공수처가 받게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통상 기관 운영 감사가 길게는 5년 주기로 이뤄지는 데 비춰보면 감사원이 공수처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은 ‘공수처가 감사원 감사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기관인가’라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감사 대상이 된다”고 대대적 감사를 시사했다. 실제 감사가 이뤄질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광범위한 통신 조회를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 등에 대해 통신영장을 청구한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며 “위법하다고도 볼 수 있기에 감사 결과에 따라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검찰도 공수처를 정조준하고 있다. 통신 조회 사찰 논란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고, 김 처장의 ‘관용차 에스코트’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직무유기 고발 건도 함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도록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온 ‘공수처 폐지’ 플랜이 실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빠른 폐지로 역풍을 맞을 수 있기에 공수처 핵심이 되는 24조1항 손보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4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공수처법과 관련된 내용이 즐비하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로 지난 4월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대검 연일 공수처 공개 압박
대통령 ‘공수처법 독소조항’ 지적

이행계획서의 내용이 지난 5월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로 대부분 반영된 것을 보면 일부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110대 국정과제 중 4번째 과제가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이다. 이행계획서에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 경찰, 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과제와 함께 명시돼있다. 대표적 실천과제로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의 발언이 날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 개편에 이어 정상화라는 워딩까지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 장관이 대타로 나서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수처 폐지와 공수처법 손보기의 벽은 높다. 공수처법 제24조1항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국회 법률 개정 사안이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상 국민의힘과 윤정부가 공수처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힘 실어주기에 나서면서 협조를 구하는 일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민주당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정부 입법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야권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하위법령으로 법에 규정된 기관의 권한을 통제하려 한다면 헌법재판소로 갈 여지도 있다.

한 장관도 “(우선적 수사권 폐지는)국회 입법 사항”이라며 “법무부는 행정부를 대표해 그런 식의 문제 인식을 갖고 국회 입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손본다”

한 장관은 또 직접수사 강화를 위해 강력부와 외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복원하고 금융증권, 보이스피싱, 조세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합동수사단을 운영하겠다고 보고했다. 범죄정보 수집 능력 회복을 위해 올 하반기(7∼12월) 중 대검찰청 정보관리담당관실의 인력과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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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