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압박’ 공수처 불리한 게임 내막

던지는 족족 깨지다 ‘3개월 데드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포함한 감사원 간부들이 단체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까지 검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감사원의 시간 끌기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하 공수처)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후보추천위가 구성됐지만 임명까지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수장 공백은 수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사건들도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개월간
정면충돌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회피가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표적감사’ 의혹 수사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의 소환 통보가 “일방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김 처장은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지금 4번(출석 통보에) 불응했고 5번째 불렀다는데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 (청구)하실 거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이 지난 한 달 동안 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을 고려하면 5번째 출석 통보다. 유 사무총장뿐 아니라 다른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도 공수처의 조사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가 열리던 시각, 감사원은 공수처의 수사에 관한 공식 입장을 보도 참고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감사원은 “공수처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서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감사원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감사원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권익위 감사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등이 부당한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소환 통보에)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그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환조사 일정은 협의할 수 있지만 수사를 하는 방향과 기법은 수사팀이 결정할 부분이다. 조사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병호와 간부들 단체로 소환 불응
체포영장 카드 고심 ‘역풍 맞을라’

유 사무총장 측은 다음 달 초 공수처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 사무총장의 신분 등을 고려해 출석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거듭 조사를 거부한다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월에 조사받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가급적 유 사무총장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발원지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와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의 공동 무고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최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 및 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으로도 20여차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내용이 허위·과장된 점을 알면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해 17명이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현재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함께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원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전체회의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감사원 내 수사 대상 17명이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선임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소환을 불응하는 부분에 원장도 동의하고 같이 가고 있는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변호인단을 통해서 상의한다. (출석을)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의한다”고 해명했다.

17명 입건
영장 기각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특경법 횡령의 점과 관련해서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시간 끌기
성공 임박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을 압수수색해 김씨에 대한 감사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현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이듬해 5월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올해 8월 기각됐다. 출범 이후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수사가 감사원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사원 수사 정당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수처 자체서 인지한 것이 아닌 사건인데 벌써 흔들리는 것은 수사력 논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서도 유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불응이 사실상 시간 끌기라고 보고 있다. 내년 1월까지인 김 처장 임기까지 버티면,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거나 공수처장 부재 상황으로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감사원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수장 부재로 곤두박질치게 되면 수사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보고 있다”며 “유 사무총장의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예정된 결론?
최악의 경우 수장 공백 시 수사력 증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라는 수모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공수처 입장서 유 사무총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앞으로의 수사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염려 중”이라며 “영장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서는 게 수사 관례다. 김 처장 임기 만료 전에 감사원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공수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김 처장이 임기 만료 전 감사원 수사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공언한 만큼 데드라인은 오는 12월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장 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수처도 처·차장 공백 사태 대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 인사 규칙 개정안’을 12월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최장기간 재직한 위원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만 직무 대행이 가능했는데,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개정은 처·차장 공석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위원장인 김 처장 외에도 위원인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내년 1월28일까지다.

초대 처장 임명 당시에는 2020년 10월30일 후보 추천위가 첫 회의를 열고 6차례의 회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28일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신임 공수처장은 김 처장 임기 만료 때까지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개정안에 검사의 신규 임용 및 연임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연임의 임명 주체를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남아있는 1기 검사 4명은 2021년 4월13일 임명돼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세부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공수처는 임기가 만료되는 검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연임 희망 여부를 처장에게 문서로 제출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수사 동력
상실 우려

개정안대로라면 1기 검사들은 김 처장의 임기 만료 전까지 연임 여부를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처장은 연임을 희망하는 검사의 연임 적격에 관한 심의·의결을 인사위에 요청하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차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인사위 구성원이 7명서 5명으로 줄어들어 검사들의 연임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처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처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중요 사건 수사의 처분 결정이나 보고가 막히게 돼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후임 처장 후보를 뽑기 위한 절차가 원만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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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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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