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검란 방아쇠’ 특수통 반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 내부가 심상치 않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심 총장의 판단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특수부’다. 검찰 특수부는 지난해 9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위축됐다. 좌천 부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정부의 끝이 보이면서 상황은 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검찰은 공안·기획통이 주름잡고 있다. 반대로 특수부의 위상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심장을 겨눠온 이들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이유로 전해진다.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계기로 반전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서 특수본발 검란이 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사들
부글부글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시항고’를 두고 특수본과 이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심 총장은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통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도 드물지만, 결정 후 석방까지 30시간도 걸리지 않은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심 총장 외에 이진동 대검 차장과 대검 부장을 맡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 6명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후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대검 회의에서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할 경우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례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 자체가 무의미해져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검은 특수본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를 지시했다. 그러나 특수본은 대검의 방침에 반발했다. 법원의 구속기간 계산법은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고 그간의 실무례 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통해 다퉈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세현 중심 단체 반기? “심, 리더십 상실”
즉시항고 포기 후 추가 이견 시 갈등 불가피

대검은 특수본을 설득했지만, 8일 새벽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전 다시 협의를 이어간 끝에 수사지휘권을 가진 심 총장이 직접 특수본에 석방을 지휘하면서 결론이 났다.

특수본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8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특수본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즉시항고와 보통항고가 있다. 즉시항고를 할 때엔 법원의 결정 집행이 정지되지만 보통항고는 정지되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됐더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이 옳은지를 상급심서 다퉈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던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은 즉시항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심 총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검사들이 늘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 않는 사건이었다면 즉시항고했을 것이고 그게 일반적”이라며 “부담이 상당히 했으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선례에 비춰봤을 때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해 불가”
비판 쇄도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 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본은 이런 입장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박 검사는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도 박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최근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 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 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 특수본은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이 한데 모여 있지만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쥐고 있다. 특수본과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내란 사건에 대해 “검찰의 명운이 걸린 수사”라는 말 말고도 “다시 특수부가 떠오를 기회”라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이는 검찰 특수부가 이 전 총장 체제 이후부터 몰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건들면
터진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심 총장을 포함한 공안·기획통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수부는 한직이자 기피 부서로 분류됐다. 지난해부터 특수부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검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이른바 ‘정권을 향한 수사’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특수본부장을 맡은 박 고검장은 원리원칙주의자로 특수통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현대고, 서울대 법대 등 직속 후배로 ‘윤석열·한동훈 라인’이라고 불렸으나 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연에 약한 인사가 아니다. 한동훈 전 장관이 박 고검장과 실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4~5년 전 한 대형 사건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고 이후에 화해했는지는 모른다”고 귀띔했다.

윤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명단에 박 고검장의 이름은 없었다. 큰 충격을 받은 박 고검장은 주변에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혔었다고 한다. 박 고검장은 이때의 승진 실패 이전부터 ‘인사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시절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석했다가 받았던 100만원이 원인이 됐다. 검찰과장 1순위였던 박 고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좌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박 고검장의 사표를 만류한 이들은 한 전 대표와 박 고검장 모두와 친한 검찰 간부들이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전·현직 모두가 합세해 화해시키려 했다. 어느 정도 서로 서운한 걸 풀었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고검장이 세 번째 트라우마를 피하려면 내란 수사를 완벽하게 끝낼 수밖에 없다.


기획 VS 특수 다툼 양상…과거 내분과 흡사
명줄 걸린 박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실제 박 고검장은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앙지검 한 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봐주기가 우려된다’는 시선이 있는데 이미 그러기엔 늦었다. 특히 박 고검장의 스타일이 전형적인 특수부다. 최소한 검찰이라는 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심 총장이 간부급 검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통항고조차 하지 않으면서 야권발 특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또 한 번 즉시항고 포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는 심 총장에게 이견에 의한 갈등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간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발 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가장 대표적인 내분 및 항명 사태는 지난 2012년 11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하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중수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사건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한 전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결국 한 전 총장이 검찰 내부 혼란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취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의 대립은 한 전 총장이 발표하려던 검찰 개혁안 때문이었고 그 핵심은 중수부 폐지였다.

심 총장과 박 고검장 간 갈등이 아직은 한 전 총장과 최 전 중수부장의 대립처럼 노골적으로 노출되진 않았다. 그러나 ‘특수부의 생존’ 및 기획통의 특수통 컨트롤 양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우선 일단락
불씨는 남아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DNA’는 컨트롤되지 않는다. 윤석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꺾이지 않아서 다루기 힘들다. 검찰 역사에서 기획통이 특수통 달래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정치·정무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임과 동시에 조직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특수본은 항상 다음 정권서 요직을 차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 경호처 비난

“마음 같아선 이재명 대표 쏘고, 나도 죽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체포된 이후 김건희 여사가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MBC 보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 여사가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관저에 머물면서 경호처 직원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특수단이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때와 달리 2차 집행 때는 경호처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 이를 질책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일련의 과정서 김 여사의 구체적인 반응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 발언을 들은 경호처 직원이 김 여사가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진술도 특수단에 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발언은 윤 대통령 체포 전후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간접적인 정황 중 하나로 보인다.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나왔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김 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서 “총을 쏠 수는 없냐”고 묻자 김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방해를 주도한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직원들에게 MP7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겨두고 “(관저)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 지시가 윤 대통령 체포 저지가 아니라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역시 “기관총은 평시에도 관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령이 발표될 것을 알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보안 전화기인 비화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보다 이른 시간에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계엄령, 계엄 선포,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경우”라며 “비상계엄 발표를 TV를 보고 알고 이후 검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김 여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특수단 관계자는 “구속영장 서류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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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