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부터…’ 국민의힘 잠룡들 구애 작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17 11:25:37
  • 호수 1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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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차는 달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겉으론 윤 대통령 석방을 환영했지만, 핵무장론까지 언급하는 등 대권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 진행 시 까다로운 복어가 된 윤 대통령의 마음을 얻어 본선에 나갈 주자는 누구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제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이유로 ▲구속기간 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여부를 들었다.

겉으론
환영하는…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계산하면서 그동안의 관례를 뒤집고 시간 단위 계산법을 적용했다. 재판부의 시간 계산에 따르면, 윤 대통령 체포 이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과 검찰을 왕래하는 시간까지 구속기간을 계산한 후 “예정된 구속기간 만료 시기까지 약 9시간7분이 지난 후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이 계산법의 적용 근거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였다. 이어 공수처와 검찰이 임의로 구속기간을 협의해 나눠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구속 취소 이유로 제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수처가 내란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논점에 대해서도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며 “이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을 진행하면, 상급심의 파기나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탄핵 찬성 여론에선 “검찰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즉시항고가 제기되면, 구속 취소 결정의 효력이 일시정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체포 후 52일 만에 석방돼 관저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곧바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심판 변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변론 재개를 요구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 선고 일정에 맞추느라 탄핵 심판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국민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변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적법한 판단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오동운 공수처장·심우정 검찰총장·박세현 서울고검장을 향해 “후안무치한 짓 그만하고 내려오라”면서도 법원에 대해선 “격하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그간 많은 논란을 일으키면서 국론 분열을 초래한 공수처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치셨을 것 같다”며 “건강을 잘 챙기시면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태균에게 포위된 대선주자들
석방에도 계속되는 대권 행보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은 석방 당일엔 “법원이 법에 따라 판결한 것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공수처가 무리하게 수사했고 직권남용으로 입건 후 내란죄로 기소했고, 검찰은 구속기간을 지키지 않는 등 그 절차상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윤 대통령에 대한 지적을 이어나갔다. 지난 11일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윤 대통령이 석방 당시 주먹을 불끈 쥔 것에 대해 “혹시 어퍼컷을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자중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관저서 김치찌개 드시고, 강아지들과 반갑게 인사했다”며 “자기 명령 때문에 군인과 경찰 10명이 구속 기소돼있는데, 혼자 나오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은 겉으로는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가진 영향력과 강성 보수층의 시선을 의식한 대응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론 탄핵 기각·각하 결정을 요구하면서 윤 대통령 석방 환영 메시지를 발표한 것과 달리, 이들은 각자의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오 시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국회서 진행된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핵무장을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한국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장을 주장한 근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파행이었다. 외교 사안과 핵무장 여부 결정은 서울시장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 내에 있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토론회 종료 후 오 시장은 기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이 석방된 후 탄핵을 찬성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혹시라도 있을 탄핵 인용 결정에 대비해, 공당이라면 필요한 준비 정도는 하는 게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손 놓고 있다가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면 민주당 이 대표의 당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방문 계획을 묻자 “현재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인간적인 괴로움은 있다”면서도 “저는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니,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이 대표가 지난 5일 국민의힘에 AI 등 미래산업 현안에 대한 공개 토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 당의 AI 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관련 스타트업을 방문해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나부터’
동상이몽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홈페이지서 “언론 인터뷰 시 ‘조기 대선을 바란 적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내가 하는 일은 대구시정 외에 늘 차기 대선 준비인데, 그걸 두고 탓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인 조기 대선 준비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대한 영향력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났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튿날 기자들에게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찾아뵙고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며 “윤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의힘이 정치적 영향력의 근원일 수밖에 없다. 탄핵이 인용되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 선정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재창출한다면, 설령 형사재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면·복권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자 원천을 얻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서 파면된 이후 정치 행보를 멈췄지만, 윤 대통령은 다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강성 보수층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다시 구속되지 않는 한, 설령 파면되더라도 양손에 국민의힘과 강성 보수층이란 떡을 쥔 채로 상왕 정치를 할 수 있단 기대를 품을 수 있다.

또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에겐 ‘윤심’ 외에 ‘명심’이란 숙제도 있다. 구속 상태에 있는 명태균씨는 변호인들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언론에 전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되자, 명씨 측은 지난 13일 창원지법에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했고, 내용 대부분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명씨까지 구속 취소로 석방된다면, 국민의힘에 불리한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명씨는 오 시장과 홍 시장에게 공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찰의 명씨 관련 조사도 두 사람에게 집중돼있다. 명씨는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창원지검에 소환돼 “오 시장이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로 빨리 올라 오라고 채근하는 전화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도 검찰 조사서 “명씨와 함께 오 시장을 여러 번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도 지난 13일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명씨 측 여태형 변호사는 지난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가 오 시장을 만난 후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을 설득해 오 시장과 단일화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측과의 경선 여론조사 문항 관련 협상에 대해서도 명씨가 오 시장 측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계속 명령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잡아야
이긴다

명씨와 틀어진 강혜경씨도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명씨에게 송금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과 관련해선 홍 시장의 아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팀은 명씨의 휴대전화서 홍 시장의 아들 홍모씨와 명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홍씨는 지난 2023년 8월30일 명씨에게 “가르침 주신 대로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3개월 전,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발톱을 세울 일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놓고, 명씨는 자신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씨의 메시지에 대해선 홍씨가 조언을 한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명씨 밑에서 일하던 아들의 고교 동창 최모씨가 ‘명씨가 네 아버지 욕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사기꾼 명씨를 달래려고 한 말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게 무슨 죄가 되냐, 나올 것이 없으니 인사치레로 한 말을 가지고 좌파들이 난리치고 있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주장했다.

명씨 측은 한 전 대표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암시했다.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시사인>과의 인터뷰서 “김건희가 구속되면, 한 전 대표는 무사할 것 같느냐”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윤 대통령 부부·명씨와의 인연은 물론, 국민의힘 대표 경선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한 전 대표도 이 의원과 비슷한 맥락서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이 진행하는 명씨 관련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의 여러 대선주자 중 수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주자는 사실상 2명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만약 2명 중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온다면, 본선 공정성 시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명씨는 변호인들을 앞세운 여론전을 더욱 치열하게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민주당이 이어받으면, 승패를 떠나 피곤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경선 이어 본선까지…
보수 운명 좌우할 4명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3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실상 보수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탄핵이 인용돼 파면되더라도 강성 보수층으로부터 더 격렬한 옹호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 검찰 수사를 받다가 구속돼 조기 대선에 개입하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서 형사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고, 정국에 대한 영향력을 스스로 놓을 가능성도 적다. 자기 뜻을 따르면서, 형사재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사면·복권을 해줄 수 있는 후계자를 선택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선 한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처음부터 불리했다.

윤 대통령이 오 시장과 홍 시장의 최근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을 수도 있다.

‘윤심’ 다음에 얻어야 할 것은 ‘전심’과 ‘손심’이다. 부정선거론 등 강성 보수 성향 개신교 집회를 주도하는 축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다. 전 목사와 손 목사는 원래 돈독한 사이였지만, 대규모 집회 주도권을 놓고 지난해 10월 이후 갈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 목사는 광화문서 윤 대통령 두둔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고, 손 목사는 여의도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두 목사 모두 특유의 대중 동원 능력으로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도층이 이탈하면서 강성 보수층 의존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선 두 목사의 대중 동원 능력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세 사람의 마음을 두루 얻은 후엔 ‘명심’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명씨와의 싸움은 지루한 여론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선까지 질기게 버티는 싸움이 될 것이다. 다만 명씨와의 싸움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최소한 임기 중엔 명씨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을 일은 없다. 하지만 낙선하면, 검찰 수사부터 각오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패자이기 때문에 수사도 배려 없이 혹독하게 진행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에 대비해 이 대표의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 진행된다. 검찰은 제1심과 똑같이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 대선주자들의 거센 도전과 함께 이 대표의 낙마 가능성이 커진다.

확률 낮은
별의 순간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기일 이후로 늦추려고 노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지난 12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또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 절차는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윤심·전심·손심을 얻고 명심을 경계하면서 이 대표가 낙마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힘 대선주자도 별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실전서 이 모든 것이 정교하게 맞물릴 확률이 낮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그 낮은 확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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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