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주범’ 김용현·여인형 증거인멸 교사 적용 내막

윤석열 위해 숨겼다? 큰 그림 그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미 방첩사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은 절차부터 논란이 많았다. 계엄에 가담해선 안 되는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부터 군의 국회 난입, 부실한 회의 등 하자 투성이다. 내란이자 불법 계엄이라는 지적이 거센 이유다. 핵심 인물들은 사실상 불법성을 인식했다. 이들은 관련 문서 파쇄와 핸드폰 교체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은폐 지시
누가? 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지난해 12월6일 자신의 수행 장교 A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A씨를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묻자 그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없애야 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실제 A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차량서)A도 다 들었다는 생각에 (블랙박스에)그 내용이 남아 있게 되면 나중에 엉뚱하게 오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랙박스에도 대통령 목소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3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주요 인사 체포를 위해 국회로 출동했던 요원의 복귀를 지시한 방첩사 간부를 크게 질책했다.

3시간 뒤 그는 방첩사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서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해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초기부터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같은 날 아침 8시30분에도 방첩사 주요 간부를 모아놓고 “‘이송·구금 지시 없이 맹목적으로 출동했다’고 진술할 수 있는 부대원이 있다면, 그렇게 내용을 정리해서 메모하게 해 달라”라고 말했다는 방첩사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 문서 파쇄 핸드폰 교체
비화폰 서버 확보? 수사기관 압수수색 하세월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간부들에게 체포조 운용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강조했다. 간부들은 하급자들에게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하달했으나 “못 없앤다”며 대부분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급자들은 검찰이 방첩사를 압수수색할 때 여 전 사령관의 지시와 관련된 물증들을 보존해 왔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엔 여 전 사령관이 체포를 지시한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정직 공무원이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집사’로 알려진 양호열씨는 김 전 장관의 지시로 3시간에 걸쳐 파기한 자료가 세절기(파쇄기)통 세 번을 비울 정도였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양씨는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경호처에 채용됐다.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긴 뒤에도 경호처에 적을 두고 비공식적으로 김 전 장관 운전사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자료 폐기 후에도 양씨에게 ‘(김 전 장관의)휴대전화를 파기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양씨는 공관 뒤로 이동해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순 다음 쓰레기통에 넣었다고 한다. 또 김 전 장관은 공관 서재 서랍 속에 있던 노트북을 주면서 함께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노트북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가 “그냥 버리면 될까요”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모두 파쇄하라”고 지시해 망치로 부쉈다는 것이다. 양씨는 파쇄 과정서 손가락을 다쳤다고도 진술했다. 양씨가 증거를 인멸하는 동안 김 전 장관은 하루 종일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양씨는 문서 등을 파쇄한 날 오전에도 김 전 장관 부부와 생선구이 식사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당시 김 전 장관 부인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왜 그랬냐’ ‘혼자 다 뒤집어쓰겠네’라고 걱정했다고 양씨가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다음날인 같은 해 12월6일 변호사를 만났고, 이틀 뒤 새벽 1시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같은 달 27일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서 “계엄 상황이 끝났기 때문에 자료를 파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쇄기통
세 번 비워”

검찰은 양씨의 진술들이 김 전 장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계엄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 증거로 보고, 향후 재판서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모 경호관은 지난 25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출석해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5일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했을 당시에도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가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은 변호인을 통해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이다. 김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인 고영일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이들을 수차례 접견했고,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도 접견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접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달 3일·9일·17일, 그리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 출석 하루 전날인 이달 3일까지 총 4차례 고 변호사를 만났다.

물적 증거
확보 난항

이들은 증거인멸 우려로 인해 변호인 외 접견이 금지됐었으나 군형집행법 등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 역시 변호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접견 중 교도관 참여나 청취·녹취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계엄 핵심 인물들이 이 같은 규정을 허위 증언·진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신분인 자의 적극적 방어권 행사지만 관련자를 도우려 말을 맞추거나 진술을 오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당국 관계자들의 녹취가 허용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행위를 여러 차례 파악했지만 통상 교사가 아닌 직접적 행위는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 입증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서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재판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은 ‘인멸한 증거 가운데 공범의 것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76년 6월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형사 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경우, 이 행위가 비록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피고인을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 발생했더라도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변호인 통해 접촉 시도 “진술 오염” 우려
내란 수괴 혐의, 윤 보호용 증거 없애기?

우선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에 대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했고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 외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할 정황과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어 언제 누구에 대해 추가 기소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장관을 포함한 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 행위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전 장관과 이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비상계엄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1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오후 2시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오후 3시 김용군 전 정보사 대령 ▲오후 4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기일을 끝내고 다음 기일부터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간다. 또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병합해 심리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대통령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재판부에 배당된 내란 혐의 피고인만 6명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만 함께 기소되고 나머지는 별도로 기소돼 5개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각 피고인의 직업, 지위마다 12·3 비상계엄 상황서 수행한 역할과 세부 혐의가 달라 분리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 1~3회의 ‘집중심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사건을 병합하고, 방어권 보장 차원서 2~3주에 1회 정도 재판을 희망하고 있다.

확인해도
처벌 불가?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서 김용현 등의 증거인멸 지시는 교사로 처벌될 순 있지만 문서 파쇄 등의 직접적 인멸 행위는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 이들의 행위가 차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친 정도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윤 대통령의 재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 외에도 구속 기소된 인물들의 증언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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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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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