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재판 지귀연 판사 강남 룸살롱 접대 의혹

“얼굴 선명한 사진도 있다”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며 대한민국 정계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지 판사는 강남 8학군 지역서 서울대 법대를 거쳐 무난하게 법관으로 임명됐다.

주변 기득권들에 둘러싸인 삶은 백분 이해하지만, 법을 위반한 채로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 내란 우두머리가 자유롭게 보리밥 먹으러 돌아다니게 만든 점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우두머리 
구속 취소

구속 시간의 계산에 있어, 대한민국 헌법과 형법 수립 이후 최초로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고, 구속 청구 후 발부되기까지의 시간(33시간 7분)을 구속기간에 넣어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이 아닌 ‘지귀연법’을 적용해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을 취소했다.

그 판결의 이유가 참으로 이상하다. 일수로 계산해 왔던 구속기간을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시간으로 계산하면서 구속기간이 이미 넘었으니, 이후에 신청한 구속 기소는 유효하지 않다고 하며,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한민국 건립 이후 있었던 모든 관련 판례, 수많은 형사소송법 해설서, 그리고 관련 공무원의 시험 문제 정답과도 모두 배치되는 자신만의 법의 적용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공수처의 수사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애매모호한 내용까지 남겼다.

그런데 그 내용이 반민주 세력과 윤석열 일당들이 제기하던 그 논리와 똑 빼닮았다.

그러고는 이후에 내놓은 해명은 더욱 기괴하다.

“그동안 구속기간 계산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 법사위서 폭로…사법부 감찰 촉구
“3~4명 술값 400~500만원” 주장 파문

판사는 당연히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왜 그 답이 윤석열 일당이 주장하는 바 그대로여야 하는가? 그것도 본인이 저술한 법률 해설서에 반하고, 그동안 모든 선배의 판례와 모든 해석과 배치되는 그런 주장을 그대로 답해줘야 하는가?

어디서 본 모습이지 않은가?  반민주 극우 유튜버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헌재서 그대로 읊어대던 윤석열 변호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어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재판부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며 공적 비판과 논의에 열려 있다”고 비논리적인 해명을 한다.

민주주의는 법치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판사의 판결은 최종적인 법 집행 명령이다. 하지만, 판사도 한 명의 인간이다. 모든 판결이 완벽할 수 없기에,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는 3심제도를 두고 있다. 그래서 항고라는 절차를 통해 또 다른 판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즉, 이 3심제도는 판사에게 논의의 장을 열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존재한다. 그런데 지 판사는 판결이 논의에 열려 있다는 판사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그 정도의 책임감도 없이 판결했다는 것인가?

그것도 초유의 내란 우두머리를 대통령 관저로 복귀시키는 판결을? 이런 어이없는 해명을 보고 있자면 합리적으로 의혹이 생긴다.

촬영 시점
지난해 8월

이런 상황서 1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대법원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접대받았다는 제보를 폭로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장으로 김 의원의 주장은 사법부 신뢰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 부장판사는 2025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을 심리하며 주목받았다. 지난 4월21일 2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 논란을 낳았다. 민주당은 지 판사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감찰과 직무 배제를 요구해 왔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이 그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 폭로는 사법부와 정치권의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커졌다.

김 의원은 이날 “지귀연 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비용의 룸살롱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고, 단 한 번도 본인이 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진 증거까지 확보했다며, 이는 뇌물죄 또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제보자, 윤 구속 취소에 분노”
“직무 관련자 접대받아 문제”

김 의원은 지 판사를 즉시 재판서 배제하고 감찰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법사위는 이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내란 사건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의 내란 혐의 재판을 심리 중이다. 그러나 연속된 비공개 재판 결정으로 ‘밀실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 판사는 군인권센터의 비공개 재판 반대 의견서를 검토한 뒤 “공개 재판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으나, 김 의원의 폭로로 재판부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재판은 연내 심리 종료, 내년 초 선고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국민은 김 의원의 폭로에 충격과 의심을 표하고 있다. 어떤 이는 “사진까지 있다면 지귀연 판사는 해명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감찰을 지지했고, 또 다른 이는 “윤석열 구속 취소, 비공개 재판, 다 연결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김용민의 제보가 정치적 공세 아니냐?”며 신중론을 펴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SNS에서는 “룸살롱 접대 폭로로 법사위 발칵”이라는 글이 화제가 됐고, 국민은 사법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의 폭로는 지 판사의 직무 배제와 특검법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지 판사의 접대 의혹을 추가 조사하며 사법부 개입 의혹을 파헤치려 하고, 국민의힘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각한 
물음표

국민은 제보의 신빙성과 증거 공개 여부에 주목하며, 사법부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길 기대하고 있다. 향후 지 판사의 해명과 감찰 결과가 사법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대한민국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심각한 물음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윤석열 내란 혐의 재판을 맡은 판사라는 점에서 법원 내부 감찰과 국민적 감시가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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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