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우는 헌법재판소 늑장 내막

뻔히 보이는 장고 끝 악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 국민이 묻고 있지만 답을 듣지 못한 채 한 달이 흘렀다. 이미 예측은 무의미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정도, 결과도 모두 안갯속이다. 초반 기세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에 이제는 음모론까지 퍼질 기세다. 엉켜버린 타임라인에 사건을 뒤흔든 ‘트리거’가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탄핵 심판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반면 세 번째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은 최종변론 이후 한 달 넘게 공전 중이다.

최장 심리
어디서 삐끗?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24일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이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장 심리 기간이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탄핵 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이 예상 외로 장기화하자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변론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3월 초중순 선고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언급한 점 등이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종변론 이후 96일(20일 기준)이 지나도록 헌재는 침묵하고 있다. 판결 방향은커녕 선고기일조차 나오지 않았다. 수시로 평의를 진행한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정치권 등은 통상 선고 2~3일 전에 기일을 공지한다는 선례에 비춰 일정을 예측하는 상황이다. 유력한 날짜로 점쳐졌던 지난 14일은 이미 넘겼고 21일도 지났다.


법조계에서는 4월 선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다음 달 18일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그사이에 선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에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은 6월경에 치러진다. 애초 예상됐던 5월에서 한 달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타임라인이 꼬인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서 변수가 하나둘 튀어나오면서 예상 일정이 흐트러졌다는 설명이다. 국민 여론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있다. 탄핵 심판 선고일에 최악의 경우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변론 끝났는데 선고 무소식
노 64일, 박 91일 이미 넘겨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을 이해시킬 수는 없어도 헌재가 내놓은 판결에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는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변수를 가능한 한 정리하고 쟁점별로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나치게 많은 사건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탄핵 정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 남발, 국가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계엄군이 투입됐고 포고령이 나왔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로 상황은 6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후폭풍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는 두 번의 표결 끝에 가결됐다.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 접수 이후 사건번호 ‘2024헌나8’를 부여했다. 이후 사흘 뒤인 12월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정형식 재판관이 주심으로 지명됐다. 주심재판관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헌재 재판관은 6명이었다. 국회 지명 몫의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탄핵소추됐다. 뒤이어 ‘권한대행의 대행’으로 나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지금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1월14일 탄핵 심판 1차 변론이 시작됐다. 다음날인 15일에는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체포됐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과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가 본격적으로 맞물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수사·재판
얽히고설켜

이후 16일 탄핵 심판 2차 변론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1~2차 변론에는 불참했다. 사흘 뒤인 19일 서울서부지법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하면서 초유의 법원 공격 사태도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변론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윤 대통령은 3차 변론 때부터 최종 변론일까지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 탄핵소추 배경인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11차까지 이어진 변론은 쟁점에 대한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의 공방으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포고령 1호의 위헌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군대 투입 ▲정치인·법조인 체포조 운용 지시 등 총 5가지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최종 변론기일에 67분간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직무 복귀 시 정국 구상에 대해 밝혔다. 지난 1월13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42일 동안 총 11차례 변론을 끝으로 헌재는 평의에 들어갔다. 55일간 17차례 변론을 진행한 박 전 대통령 때보다 기간과 횟수가 짧았다.

미뤄지고
또 미뤄지고

실제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상당한 속도를 냈다. 당시 헌재에 계류된 탄핵 심판 사건은 윤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 총 9건이었다. 헌재는 다른 사건보다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재판장에 시계를 가져다 놓고 증인 1명당 90분으로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등 일각에서는 ‘무리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판을 서둘렀다.

하지만 최종변론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지난 14일 선고가 무산된 이후 20~21일 선고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헌재는 지난 20일 “이번주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공지는 없다”고 밝혔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사건을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선고한다고 발표했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19일에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이 늘어지는 상황을 두고 각종 추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6일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 정치적인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가 이 대표의 항소심 결과를 보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잡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 대표의 발목이 묶이는 셈이다.


법원 구속 취소 이후 신중론?
각종 추측·음모론 난무하는데…

일각에서는 헌재의 기류 변화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가 법원서 인용되면서 빠르게 진행되던 재판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의 방식으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석방됐다. 구속 41일 만이다.

법원이 구속 취소의 사유로 언급한 것은 구속 기간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여부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통상 구속 기간을 날로 계산해 왔는데 이를 현행법에 명시된 대로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서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서 신병 인치를 거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게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피의자)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을 인용했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배경으로 내란죄 수사권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 검찰, 공수처는 경쟁적으로 내란죄 수사에 뛰어들었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게만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내란죄는 검찰의 수사 개시 대상서 제외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실제 법원서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서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 제동
어떤 영향?

사실 현행법상으로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선고는 180일 이내 이뤄지면 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6월11일 전에만 선고하면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의무 조항이 아니라 훈시 규정인 만큼 시한을 넘긴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 검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등은 각각 252일, 272일 만에 ‘기각’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날짜가 잡혔고 한 총리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도 정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변수가 하나씩 해소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은 헌재 앞에 놓인 마지막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의 장고 끝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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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