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윤의 양날’ 심우정·조지호 앞날

관직운 타고난 검‧경 수장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수사권을 쥐고 있는 검찰과 경찰에 새로운 얼굴이 인선됐다. 윤정부의 중반부를 책임질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와 조지호 경찰청장이다. <일요시사>는 백운비역리원의 백운비 원장을 만나 이들의 운세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궁합, 임기 내 주의할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나왔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와 조지호 경찰청장이다. 백운비 역리원장은 나쁜 국운이 끝나가는 시기에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들이 선임됐다고 평가했다.

무관입신형
“적합성 맞아”

윤정부의 첫 경찰청장인 윤희근 경찰청장(56)이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했다. 그는 경찰대 7기로 입학해 1991년 임관한 지 33년 만에 경찰 제복을 벗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 당시까지만 해도 윤 청장이 임기를 무사히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지난 2003년 경찰청장의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5명에 불과한 임기를 모두 채운 경찰 수장이 됐다.

지난 2022년 8월10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2년간 경찰청장직을 수행한 윤 청장에 대한 경찰 내부의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신종 사기범죄 등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체감약속’을 제시하고 미래과학치안에 힘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경찰 조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경찰국의 신설을 막지 못했다는 점, 이태원·오송 참사 등 국내를 뒤흔든 대형 사고에도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은 오점으로 남았다.

백운비 원장은 윤 전 청장에 대해 “자기 직무에 책임의식이 강한 사람이지만 융통성은 있다”며 “이런 융통성 때문에 대형 사고를 겪었지만 직무상으로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백 원장은 “그는 친화력도 좋은 사람이라 조직 내에서도 크게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끝까지 직무를 완성할 수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최고의 결실 맺는 최고의 무관”
심 “관료·학계 모두 특유의 우세형”

그의 뒤를 이어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사람은 조지호 경찰청장이다. 그는 1968년생 경북 청송 출신으로 대건고와 경찰대(6기)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무대학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90년 경찰에 입문 후 강원 속초경찰서장과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거쳐 경찰청 인사담당관과 혁신기획조정담당관, 공공안녕정보국장, 차장, 서울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 정부서 세 차례나 연속 승진해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이 기획력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의 등 공식 자리서 질책이나 쓴소리를 과감하게 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평이다.


백 원장은 조 청장에 대해 ‘무관입신형’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백 원장은 “(조지호는)공무직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특히 무관”이라며 “군이나 경찰직이 적합성 1위다. 적합성 1위 직업으로 1위 직급에 올랐으니 최고의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별력과 판단력이 매우 좋으나 체면이나 주변의식이 심해 순간 마음의 변화로 시행착오가 우려된다”며 “최종 결정과 결심은 끝까지 가는 종결심을 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꽃과 열매의 과정처럼 최고의 결실을 맺고 훌륭한 무장으로서 큰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관입신형
“꼽히는 수재”

심 후보자는 윤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지난 4일 국회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김건희 여사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를 두고 여야서 공방이 오갔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 후보자는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고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주로 맡았다.

이른바 ‘특수통’ 검사의 강점이 정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기업 사건에 대한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라면, 기획통은 조직관리 경험이 많고 넓은 시야로 검찰 안팎과 소통하는 데 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문정부와 윤정부서 두루 요직을 거친 심 후보자도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무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특수통을 중용해 온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 후보자를 낙점한 데는 이런 기획통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조직 안팎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조사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 충돌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서 조사한 뒤 이를 사후 보고했고, 이 총장은 이를 비판하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든든한 
호위무사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중앙지검이 총장을 패싱한 것도, 총장이 중앙지검의 수사 방식을 공개 비판한 것도 검찰 조직으로선 득될 게 없는 행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인 것도 검찰 조직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는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들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상당수의 검찰 구성원이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며 집단 반발했다.

나아가 야권은 검찰청 폐지 등 검찰이 반대하는 ‘개혁 법안’도 대거 추진하고 있다. 조직을 추스르고 외풍에 공동으로 대처할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다. 

백 원장은 심 후보자에 대해 “평생 학문에 집중하고 학도의 길을 걸음과 동시에 입신양명의 관료와 학계 등 모두 합쳐져 있는 특유의 우세형”이라며 “(심 후보자의) 관상은 전형적인 선비형으로 감각, 구상, 창의까지 있어 몇 안 되는 수재다. 기획 방면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다방면으로 활약할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타고난 본질은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내강해 불의는 용서나 관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검찰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외부적인 문제도 해결해 검찰사에 큰 인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한 백 원장의 평가에 따르면 조 청장과 심 후보자 모두 관(공무직)에 적합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맺고 끊음의 분별력이 높아 내부적으로 분열된 적 있는 조직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심 모두 강골…순간 대척 우려”
“현재 검찰처럼 정부와 척지진 않아”


백 원장은 “국운과 윤 대통령의 운세는 3년의 후유증이 있었다”며 “운이 안 좋으면 판단력과 혜안이 흐려져 인심을 잃게 된다. 윤정부가 들어서고 우군에 있는 사람들마저 ‘독선’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적절한 인사”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운과 윤 대통령의 운이 나쁜 시기에 좋은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주게 돼 다행”이라며 “내년부터 국운과 윤 대통령의 운이 다시 풀리기 시작하는데 든든한 호위무사를 옆에 둔 셈”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윤 대통령과 심 후보자, 윤 대통령과 조 청장의 상하관계 궁합은 매우 좋은 편이라면서도 심 후보자와 윤 대통령이 대척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백 원장은 “오너와 직원이 잘 맞지 않으면 회사가 무너지듯 나라도 똑같다”며 “윤 대통령과 조 청장과 심 후보자는 잘 맞으며 상호보완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윤석열과 심 후보자는 둘 다 강골이다. 강골이라는 건 자존심과 고집이 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결정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타협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윤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운기가 떨어져 있지만 워낙 대세가 강한 사람이라 심 후보자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청장의 경우 앞서 말했듯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처음부터 윤 대통령과 척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 원장은 ‘이 총장처럼 심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척을 지게 되느냐’는 질문에 “현재 검찰 내부 문제나 정부와 소통 문제는 모두 이 총장이 정치적으로 행동한 결과”라고 답했다.

백 원장은 이 총장에 대해 ‘원칙주의자로 포장된 정치가’라고 표현했다. 백 원장은 “이 총장의 관상을 살펴보면 매우 우유부단한 정치가”라며 “공무직 일을 해야 할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고 있어 검찰의 본 임무인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서로 맞설
가능성도

그러면서 “검찰 인사의 실패로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은 놔두고 가벼운 죄를 가진 사람만 잡혔다”며 “이런 문제들이 합쳐져 검찰을 없애겠다는 등의 문제가 꼬리를 물고 발생한 것”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자는 이 총장과 결이 다른 사람으로 오히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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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