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면 땡?’ 이재명 인선 시험대

‘허니문 끝났다’ 본게임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기 내각 ‘전원 생존’을 자신한 이재명정부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실용과 통합에 초점을 맞춰 장관 후보를 지명했지만, 각종 의혹과 고성에 묻혀 능력 검증은 뒷전이 됐다. 몇몇 후보가 몰고 온 후폭풍도 여전하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정부의 첫 실패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를 살펴보면 19명 중 8명이 현역 국회의원이다.

각각 ▲전재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정동영 통일부 ▲안규백 국방부 ▲정성호 법무부 ▲김성환 환경부 ▲윤호중 행전안전부 ▲강선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김윤덕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후보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포함하면 의원 출신은 총 9명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해 측근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안정과 효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터져버린
시한폭탄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진행될수록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의원 출신 후보의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이재명 대통령이 몰랐을 리가 없다”는 식의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화제였던 인물은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재선 의원인 그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일관된 태도를 보였지만 막상 청문회 자리에선 “언론 보도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청문회가 끝난 뒤 야당은 물론 진보 진영과 여성 단체까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공사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은 “보좌관의 인권을 침해한 강선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더불어 여가부 장관으로 자질과 역량, 그리고 비전을 갖춘 공직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후보자에 제기된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 해소와 권리 증진을 통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부처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고도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재선 의원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는 군 복무 기간에 발목을 잡혔다. 안 후보는 단기사병(방위병) 출신으로 평균 복무 기간은 14개월이지만 이를 8개월 넘긴 22개월 복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민의힘은 근무지 이탈이나 영창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병적기록표를 요구했지만 안 후보가 이를 거절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관련해 안 후보는 “행정 착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탈탈’ 털린 의원 출신 후보들
한집 살던 이, 알고도 뽑았나

5선을 지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는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는 지난 3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배우자가 태양광 관련 업체의 대표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의 두 아들 역시 같은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정 후보는 청문회에서 “고정적인 생활비 마련을 위해 태양광에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배우자의 ‘태양광 쪼개기 투자’ 등의 의혹을 추가로 제시하며 끝까지 맞섰다.


지명이 철회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를 향한 공세도 거칠었다. 논문 가로채기 의혹과 표절,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강 후보와 나란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 후보는 청문회를 통해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들은 학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라며 표절 의혹을 부정했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을 문제 삼았던 만큼 이 후보의 논란 역시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 후보의 소명이 충분치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지명을 철회했다.

이번 청문회는 단순한 인선 작업을 넘어 이정부의 국정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특히 첫 내각은 정부의 얼굴과도 같아 어떤 인사가 기용되는지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갈릴 수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1기 내각 추천을 마친 소회를 밝히며 “대통령의 눈이 너무 높다”고 말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구태의연한 카더라식, 막무가내식 인신 공격과 음해, 도 넘는 국정 발목 잡기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원내대표는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직업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경제위기, 민생 위기, 통상 위기를 조속하게 극복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했는데
대체 왜?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부·여당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후보를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개인 문제가 아닌 능력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강 비서실장 역시 “기사 하나하나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 저희 탓인 것만 같고, 우리가 둔감했을까 싶어 잠 못 이루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국민 여러분의 판단만 남았다”면서도 “다만 후보자들이 가진 수많은 빛나는 장점들에 조금 더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욕심도 감히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자격 6적의 거취를 비롯한 인사 검증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이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종합적으로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를 정리해 보니 갑질,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음주 운전, 주적 논란 등 의혹과 문제투성이 후보자로 가득 차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 후보, 이 후보자를 화살받이로 삼아 다른 문제투성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와 이 후보를 비롯한 권오을 국가보훈부·김영훈 고용노동부·정동영 통일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을 ‘무자격 6적’이라고 칭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김영훈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음주 운전에 폭력 전과까지 있는 전과 5범”이라며 “이것만으로도 고위공직자로서 실격이다. 대통령도 전과 4범, 국무총리도 전과 4범, 장관은 전과 5범으로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도 점점 탁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 검증 잣대 1순위가 도덕성과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과 보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이 검증도 없이 추천장을 꽂아 넣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결국 절대 권력의 독선과 오만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이런 인사들을 추천하고도 ‘대통령님의 눈이 너무 높다’는 아부가 주변에 넘쳐나니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봤나

대통령실은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장관 인사 관련해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에 있다”며 “다수의 언론에서 대통령실의 인사 관련 기류에 변화가 있다는 해석 기사가 나왔지만 기류 변화가 없다고 지금 공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문회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양한 보고도 받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기류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사 문제는 비단 이정부뿐만이 겪은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탄핵 정국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전 정부서는 4명의 후보가 낙마했다. 윤석열 전 정부 역시 4명의 후보가 낙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윤 전 정부에서는 1기 내각부터 복지부 장관이 연달아 두 번이나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사 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 대통령의 인사 문제는 실용에만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는가”라며 흑묘백묘론을 강조하고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등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인재풀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치러진 4·10 총선과 6·3 지방선거, 각종 보궐선거 등에서 압승을 이어왔다. 유능한 인재는 모조리 배지를 달았고, 대선까지 앞당겨진 상황에서 훌륭한 장관감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지역 홀대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부가 초대 내각을 완료했는데 충북 인사는 단 한 명도 기용되지 않았다”고 쓴소리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충북의 사위’가 왔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은 단순히 선거용이었다고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 등 사회적 양극화는 중앙부처의 역량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지역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전체 계획을 수립할 때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광주·전남의 인사나 예산 반영은 앞으로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호남을 대표하는 인사가 전면에 배치되지 않은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1기 내각부터 ‘삐거덕’
벌써 인재풀 한계 왔나

이번 인선이 2026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총리와 장관 후보가 정치인 출신인데다가 이들 중 상당수가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풍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물이 김민석 국무총리다. 이전부터 여의도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그가 총리직을 달면서 국정 성과를 앞세워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김 총리는 지난달 24일 청문회에서 “제 마음도 그리 정했고, 대통령님께도 이 (총리)직이 제 정치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는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부산에 깃발을 꽂은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전 후보는 자천타천 차기 부산시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청문회에서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 후보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이 불출마 선언에 대해 재차 묻자 전 후보는 “세상 일을 단정적으로 말씀하실 수가 없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강 의원은 “7~8개월 장관을 하는 것이다. 해수부 이전 문제 건드려 놓고, 해수부 공무원들은 다 이전시켜 놓고 장관 출마하면 공무원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지적했다. 지난 문 전 정부 당시 1기 내각에 인선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지사직 출마를 위해 8개월 만에 사퇴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밖에도 오는 29일 청문회가 예정된 김윤덕(전북 전주갑·3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는 지역구인 전북지사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쩌면
예견된 결말

여의도 생활을 오랫동안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 그 특성이 드러나야 국민도 이해하는데 그런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검증할 시간은커녕, 같은 말만 반복하다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지난 정권 때 당한 만큼 갚아주겠다’는 보복 심리가 튀어나와 청문회가 엉망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눈에 띄거나 ‘아, 이 사람이다’ 싶은 후보가 없던 것은 사실이다.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됐어도 자질 논란이 불거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관 임명도 ‘시끌’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청 차관급 1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법제처장에 임명된 조원철 변호사다.

그는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사람으로 임명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은 "26년간의 법관 경력과 변호사로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법조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벌써 임기 후 재판을 준비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민정·공직기강·법무비서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법제처장까지, 권력의 핵심 포스트를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비리 변호인들로 속속 임명하고 있다”며 “범죄 공화국으로 전락시키는 추악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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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