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대통령실이 ‘보좌진 갑질’ 등 논란이 불거졌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시절에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던 정영애 전 장관도 폭로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21일, 정 전 장관은 지인들에게 장관 재직 시절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강 후보자의 예산 삭감 문제로 갑질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민주당 권리당원 페이스북에 “강선우 후보자가 당시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했다”며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느냐’고 화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정 전 장관은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을 하지 못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며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잘 살펴 달라”고 폭로에 나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전직 장관 폭로에 대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내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는 것들도 우려가 되는 것들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동정심’‘이나 ’나도 폭로 될까?‘ 이런 문제라기보단 여성가족위원회와 복지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정책해 왔던 역량을 본 것”이라고 에둘러 즉답을 피했다.
실제로 강 후보자는 지난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 및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또 아동 청소년·장애인에 대한 권익 강화, 성착취 방지, 디지털 성범죄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관련 의정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여성 단체들에선 강 후보자가 젠더 정책에 대해 오히려 퇴행적 입장을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냈다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의엔 “여성 단체와도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 이번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는 보좌진 갑질, 거짓 해명, ‘갑질 근절법’ 제안 후 내로남불, 위장전입, 코로나 정국 때 방역 지침 위반 등 다수의 의혹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자질이나 전문성 부분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 및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성평등 의제에 대한 전문성이나 소통이 부족하다” “보좌진 갑질 의혹은 결격사유로 충분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강 후보자는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질의를 받고 “현행 강간죄의 구성 요건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입증 책임의 전환 우려 등으로 도입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냈다.
차별금지법 등의 다른 젠더 이슈 질의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직접적인 입장은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강선우 후보자는 여성·가족·복지 정책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입법 경험을 갖춘 인물이지만,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도덕성 및 이해충돌 등 논란들은 장관으로서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은 단순히 상임위원 활동 경력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성과 함께 기관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도덕적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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