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조국 사면의 조건

풀어줄 수도 안 풀어줄 수도

윤석열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당으로서 대선후보를 낼 것인가? 조국혁신당은 고뇌가 깊었겠지만, 결단도 빨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밀면서 어찌 아쉬움이 없었을까?

검찰 독재 종식이라는 어려운 말 대신 “3년은 너무 길다” 하며 싸우던 ‘빛의 혁명군’ 조국 전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대표가 아니었나.

그런 의미에서 조 전 대표는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만기 출소는 2026년 말로 예정되어 있지만, 여권 내 일각에서는 사면과 복권을 통한 정치 복귀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하고 있다.

이 대통령
약속했나

그의 사면설은 앞선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조 전 대표에게 사면을 약속한 바 있다”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최 전 의원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최단 기간 내에 사면하고 함께 힘을 합치자는 말을 조 전 대표 수감 전에 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출범 초기 특정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여론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전 대표가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인물인 만큼 그의 사면은 ‘공정’과 ‘법치주의’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실제로 사면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정권 초기에 바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야당을 비롯, 국민들에게 굳이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정치 복귀 가능성 꾸준히 거론

조 전 대표의 사면이 최근 정치권의 이목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혁신당 등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조 전 대표의 사면 복권 요청이 제기됐다. 이 회동은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된 자리였으며, 대통령 결정에 귀추가 주목됐다.

조 전 대표의 사면 요청에 대해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이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신중한 태도로 풀이된다. 조 전 대표의 사면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대통령도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즉답 회피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조 전 대표가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전례가 있다. 역대 정부는 정권 초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제헌절과 광복절에 맞춰 특별사면을 단행해 왔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컸던 정치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형을 집행한 이후 ‘국민 화합’의 명분으로 복권한 사례들이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조 전 대표도 이번 8·15 특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사회적 파장
뜨거운 감자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이미 강력한 검찰 개혁론자로 주목받았으며,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장관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가족 관련 수사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이는 결국 ‘검찰 권력 대 정치 권력’의 상징적 충돌로 번졌다.

이 때문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여부는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서,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일부 여권 인사들은 “검찰 권력의 남용으로 희생된 정치인”이라며 조 전 대표의 조속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정치검찰에 의해 짓밟힌 정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자녀들의 입시 비리 혐의로 인한 형벌이 과도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형벌의 균형성을 강조하며 사면·복권론에 동의하는 뜻을 피력했다. 또, 혁신당과 우상호 정무수석 간의 논의에 대해서는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조 전 대표 일가에 대한 형벌이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녀들의 대학원 취소, 고졸 학력 전락 등과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형벌의 불균형성을 강조했다. 이는 정치적 판단과 별개로, 인권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했다.

국민 통합
토론 여지

정 후보자가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에서 조 전 대표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혁신당과의 관계, 그리고 이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달 25일 조 전 대표 사면 문제에 대해 “국민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황운하 혁신당 의원이 “사회 통합을 위해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묻자 그는 이같이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사면권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언급이 적절하지는 않다”면서도 “큰 틀에 있어 사건별로 다루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고 국민 통합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형 집행 기간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금은 그런 논의가 이뤄질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찬반이 팽팽히 갈리고 있어, 여론을 등에 업는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에 찬성하는 비율은 40% 내외, 반대는 45%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60대 이상 보수층에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20·30세대 진보층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아 세대별 인식 차이도 크다. 이 같은 여론 분포는 이재명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꺼내 들기엔 부담스러운 요소다.

정치적 이해관계 맞물려
먼저 여야 간 협의부터

사면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심사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 2~3개월이 소요된다. 현재 법무부 장관 임명도 지연된 상태라, 심사위원회 구성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법무부 내부에서는 이미 “8·15 전까지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사면법상 형기 절반 이상을 지나야 사면 대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조 전 대표의 경우, 2025년 하반기 이후에야 이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설령 정치적 결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치권의 전망은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8·15 특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형 집행 절반이 지난 시점, 즉 내년 중반 이후에는 본격적인 사면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이정부가 국정 안정화에 성공하고 여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시점에서 정치적 선택지로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민 여론과 정치적 셈법, 야권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능성 낮아

조국 전 대표의 8·15 특사 가능성은 단순한 법률적 문제를 넘어, 여론과 정치, 절차와 시간이라는 네 가지 축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당장 광복절 특사로 풀려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그의 사면은 여권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정치적 무기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정치권과 모든 국민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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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