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김기현, 나경원과 화학적 연대 이뤘나?

9일 첫 공식 일정 돌입…앙금 해소는 글쎄?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나경원 전 의원이 화답했다. 지난 7일,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이 오찬 회동을 갖고 취재진 앞에서 ‘김나 연대’를 공식화했다.

앞서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위해 지난 3일에는 서울 자택을, 이틀 뒤인 지난 5일엔 가족 여행지였던 강원도 강릉을 찾아가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바 있다.

다만, 정가에선 이날 나 전 의원의 연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 전 의원이 김 후보의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학적 연대가 아닌 ‘물리적 연대’에 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찬 회동 직후 취재진 앞에서 섰다.

나 전 의원은 “지금 당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분열의 전당대회로 되어가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 우리가 참 어렵게 세운 정권”이라며 “우리가 생각해야 될 건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 그리고 내년 총선 승리 아니냐”고 입을 뗐다.

그는 “그 앞에 어떤 사심도 내려놔야 한다. 오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 또 당에 대한 애당심, 충심에 대해 (김 후보와)충분히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20년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보수 우파 정당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들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화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보수 우파의 가치를 더 잘 실현해서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그리고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또 자문을 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서 나 대표에게 더 많은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입장 표명이 김 후보의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후보는 “저와 함께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하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 전 대표가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정부의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만남이 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나 전 의원은 “많은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당의 모습, 전당대회 모습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 결국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라며 “국정운영이 성공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취재진 질의가 계속되자 두 사람은 “이 정도까지만 하시자”라고 마무리한 채 자리를 떴다.

이날 취재진에 잡힌 나 전 의원은 웃음을 짓긴 했지만 묘한 표정을 유지했다. 보통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돕기로 하는 경우는 미소가 만면한 법이지만 이날 나 전 의원의 표정은 ‘후련함’이나 ‘기쁨’보다는 그 반대쪽에 가까웠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로부터 지지를 ‘강요받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8일, 이준석 전 대표는 두 사람의 연대 기자회견 언론 보도에 대해 “식당서 나오는 사진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 사진 보고 천하람 후보가 농담 삼아 ‘서울가정법원 밖으로 나오면서 많이 보이는 장면’이라고 묘사했다”고 비꽜다.

이 전 대표는 “나 전 의원이 큰 정치인인데 본인에게 어떤 수모와 모욕을 가했는지, 저는 너무 잘 안다. 여기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갔을 때 본인이 어떻게 인식될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천하람 후보도 “마치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역풍이 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오찬 회동 직후 나 전 의원의 ‘마뜩지 않는 얼굴 표정’을 근거로 들었다.

천 후보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김기현 후보가 ‘사람들이 나를 도우려 하다 보니 과도하게 공격했다. 마음이 내킨다면 저를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낸다면 나 전 의원이 직접 손을 내밀지 않아도 그의 지지층 마음이 풀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굉장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사실상 압박을 받아 지지 선언을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은 안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의 (나 전 의원에 대한)명확한 사과 메시지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은 안 움직인다. 지지층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한 것이고, 그런 정도로 김 후보가 조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나 전 의원과 김 후보 사이에는 채 희석되지 못한 앙금이 남아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복수의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등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됐다. 이 같은 여론조사가 잇따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및 대통령실로부터 공격과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지난달 17일 ‘대통령을 흔들고 당내 분란을 더 이상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을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느냐?”고 공격했다.

초선 의원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에 우리 초선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반대했던 저출산 대책을 위원장인 대통령의 승인도 없이 발표해 물의를 야기하고도 별다른 반성 없이, 대통령에게 사표를 던진 건 나 전 의원 본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판장까지 돌리며 나 전 의원에 대한 압박에 동참했고 결국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른 일각에선 두 사람의 연대가 공식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9일 오후에 예정돼있는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공개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이 공개석상을 통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사격은 불가하지만 함께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가 있는 만큼 사실상 연대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협위원장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불가하다.

한편 전국청년위원장 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 청년위원장들은 당의 낮은 곳에서 일하는 참 일꾼”이라며 “당정의 조화와 국정 에너지 극대화, 그리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후보 지지 기자회견엔 허진 협의회장 및 각 시도당 청년위원 10여명이 함께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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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