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3·8 전대 불출마 속사정

다 차려진 밥상 걷어찬 이유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윤심마저 흩어질까 겁이 난 모양새다. 첫 대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김기현 의원을 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잘 끝내고 원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심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전대일이 가까워질수록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심인 권성동 의원까지 참전에 가세했다. 각종 현안들에 한마디씩 보태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해 당심을 다지고, 원조 TK(대구·경북) 사람이라며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였다.

깜짝 선언
존재감 과시

캠프 역시 준비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들과 송년회를 열어 세까지 과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특별사면(복권)됐을 때도 권 의원은 자신을 과시했다. MB 옆에 착 붙어 당심 구애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MB로 윤심에 들기 위해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를 다진 권 의원의 전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권 의원이 지난 5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의 운영과 총선 공천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수용했다”며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못 박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교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며 교통정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의 측근 역시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측근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날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고, 대선 출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기간 동안 선대본부장격인 종합지원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다.

대세 중 대세로 불렸던 권 의원은 이를 방증하듯 대선 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원내 최고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권 의원은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용 청탁 논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권주자 교통정리 신호탄 쐈다
측근들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결정


한동안 잠잠했던 권 의원이 다시 등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당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세력이 다시 돌아오자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으르렁댔다.

권 의원은 스스로 결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무리가 된 듯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 사이에 서로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심이 더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권 의원이 교통정리된 배경에는 그동안 걸어온 행보로 인한 여러 부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율은 취약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던 비판부터 쏟아진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계 역시 내분 조짐이 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기간 지근거리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권 의원과 장 의원의 분화가 눈에 띄였다.

두 인사는 내분이 아니라며 여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브라더’라고 불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권 의원은 이 밖에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인사는 “윤핵관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권 의원 지지율은 5% 정도를 오간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대표 적임자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의원은 ‘김장 연대’로 불리며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 의원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전면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의? 타의?
윗선 지시?

이런 탓에 장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연일 윤심 동기화 모드를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을 적극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관저에 두 차례 초대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관저정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불려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동에서는 3시간가량 머무르며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의 지지율은 15% 정도로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가 김장 연대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권 의원의 지지율 5%를 가져올 경우, 안철수 의원과 엇비슷해진다. 이 경우라면, 김 의원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의원을 밀어주는 편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덜 살 수 있다. 이젠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밀 뜻이 없었다면 이미 장 의원에게 사인 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게 김 의원을 밀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 중 당내 지지도 1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 김 의원은 전대 결선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대는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이전까지는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졌다. 

개정된 룰은 윤심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지만,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도 불리하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나 부위원장,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훨씬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대 룰 개편과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윤심 결집

권 의원은 자신이 경선서 컷오프될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윤심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윤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연유로 이른바 ‘선당후사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관계가 좋지 못했던 장 의원과의 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가 두 인사의 불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각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행보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윤심이 거센 영남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실제로 50%에 육박했던 당원 수는 40%로 주저앉은 반면 수도권 당원 수는 37%까지 늘었다. 당원 수는 전대를 기점으로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당원의 유입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도 이번 전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윤심만으로 김 의원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심 1호 교통정리 대상자가 된 권 의원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타깃은 안철수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다.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 의원은 윤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며 지역 순회로 당심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PK(부산·경남)를 필두로 TK, 강원, 수도권까지 전국 투어 중인 그는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출마 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내외가 함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시그널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대선 출마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정면 겨냥했던 바 있다. 

안철수·나경원도 조만간 정리?
향후 관저 초대되는 인물 주목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권주자들을)관저로 초대한 게 (단순히)열심히 뛰어보란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설득의 자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당권주자들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 중인 당권주자는 10명에 달하는 만큼 당심 100%라고 하더라도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즉, 최대한 후보를 줄이는 것이 윤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도 쉽사리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나 부위원장일 확률이 높다. 나 부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도 부담이다. 자칫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과의 조율작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수도권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장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으로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다. 윤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자신을 수도권 대표 적임자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지역구가 PK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총선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추후 윤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이 윤 의원마저 관저로 초대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탓이다.

누구를 미나
대놓고 밀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을 밀어줬으나 김무성 전 대표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때부터 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윗선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 의중에 권 의원이 없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놓고 김장 연대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위원도…친윤 대 비윤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5명)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이 지도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친윤 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최전방 공격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윤계 대표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고심 중으로 그는 대표적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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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