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3·8 전대 불출마 속사정

다 차려진 밥상 걷어찬 이유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윤심마저 흩어질까 겁이 난 모양새다. 첫 대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김기현 의원을 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잘 끝내고 원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심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전대일이 가까워질수록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심인 권성동 의원까지 참전에 가세했다. 각종 현안들에 한마디씩 보태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해 당심을 다지고, 원조 TK(대구·경북) 사람이라며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였다.

깜짝 선언
존재감 과시

캠프 역시 준비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들과 송년회를 열어 세까지 과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특별사면(복권)됐을 때도 권 의원은 자신을 과시했다. MB 옆에 착 붙어 당심 구애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MB로 윤심에 들기 위해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를 다진 권 의원의 전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권 의원이 지난 5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의 운영과 총선 공천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수용했다”며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못 박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교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며 교통정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의 측근 역시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측근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날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고, 대선 출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기간 동안 선대본부장격인 종합지원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다.

대세 중 대세로 불렸던 권 의원은 이를 방증하듯 대선 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원내 최고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권 의원은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용 청탁 논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권주자 교통정리 신호탄 쐈다
측근들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결정


한동안 잠잠했던 권 의원이 다시 등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당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세력이 다시 돌아오자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으르렁댔다.

권 의원은 스스로 결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무리가 된 듯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 사이에 서로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심이 더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권 의원이 교통정리된 배경에는 그동안 걸어온 행보로 인한 여러 부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율은 취약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던 비판부터 쏟아진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계 역시 내분 조짐이 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기간 지근거리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권 의원과 장 의원의 분화가 눈에 띄였다.

두 인사는 내분이 아니라며 여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브라더’라고 불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권 의원은 이 밖에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인사는 “윤핵관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권 의원 지지율은 5% 정도를 오간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대표 적임자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의원은 ‘김장 연대’로 불리며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 의원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전면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의? 타의?
윗선 지시?

이런 탓에 장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연일 윤심 동기화 모드를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을 적극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관저에 두 차례 초대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관저정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불려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동에서는 3시간가량 머무르며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의 지지율은 15% 정도로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가 김장 연대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권 의원의 지지율 5%를 가져올 경우, 안철수 의원과 엇비슷해진다. 이 경우라면, 김 의원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의원을 밀어주는 편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덜 살 수 있다. 이젠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밀 뜻이 없었다면 이미 장 의원에게 사인 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게 김 의원을 밀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 중 당내 지지도 1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 김 의원은 전대 결선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대는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이전까지는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졌다. 

개정된 룰은 윤심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지만,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도 불리하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나 부위원장,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훨씬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대 룰 개편과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윤심 결집

권 의원은 자신이 경선서 컷오프될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윤심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윤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연유로 이른바 ‘선당후사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관계가 좋지 못했던 장 의원과의 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가 두 인사의 불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각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행보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윤심이 거센 영남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실제로 50%에 육박했던 당원 수는 40%로 주저앉은 반면 수도권 당원 수는 37%까지 늘었다. 당원 수는 전대를 기점으로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당원의 유입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도 이번 전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윤심만으로 김 의원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심 1호 교통정리 대상자가 된 권 의원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타깃은 안철수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다.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 의원은 윤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며 지역 순회로 당심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PK(부산·경남)를 필두로 TK, 강원, 수도권까지 전국 투어 중인 그는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출마 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내외가 함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시그널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대선 출마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정면 겨냥했던 바 있다. 

안철수·나경원도 조만간 정리?
향후 관저 초대되는 인물 주목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권주자들을)관저로 초대한 게 (단순히)열심히 뛰어보란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설득의 자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당권주자들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 중인 당권주자는 10명에 달하는 만큼 당심 100%라고 하더라도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즉, 최대한 후보를 줄이는 것이 윤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도 쉽사리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나 부위원장일 확률이 높다. 나 부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도 부담이다. 자칫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과의 조율작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수도권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장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으로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다. 윤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자신을 수도권 대표 적임자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지역구가 PK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총선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추후 윤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이 윤 의원마저 관저로 초대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탓이다.

누구를 미나
대놓고 밀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을 밀어줬으나 김무성 전 대표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때부터 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윗선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 의중에 권 의원이 없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놓고 김장 연대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위원도…친윤 대 비윤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5명)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이 지도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친윤 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최전방 공격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윤계 대표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고심 중으로 그는 대표적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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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