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장제원? 끗발 안 서는 ‘김장 연대의 양날’

억지로 맞손 빛바래는 이합집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은 동맹에 살고, 동맹에 죽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결국 윤핵관 중 복심인 장제원 의원의 손을 잡았다. 일단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이러다 당 대표 꿈만 꾸다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 의원이 자신의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월 초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시작하고 중순부터 본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3월8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다. 후보 간 합동토론회, TV토론회 등 전체 일정은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일찍부터
출마 욕심

이번에는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 등이 처음으로 시행된다. 결선투표는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1위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경선 일정 등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는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도 한 명씩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일찍부터 시작된 물밑싸움이 이제는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전당대회 포문을 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룰이 바뀌었다. 18년간 고수해온 방식에서 당원투표 비중 100%로 당 대표가 결정된다.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인물이 당선되기 힘들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일정과 룰이 확정되자, 김기현 의원도 본격적으로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과 겨뤄 매번 이겼던 사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민주당과의 협상을 늘 주도하며, 상대를 제압해왔고,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가는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공약으로는 100년을 지속하는 집권여당의 초석을 마련하고, 공명정대한 공천시스템 마련, 디지털 플랫폼 정당 구현 등을 들고 나왔다. 

이와 함께 된장찌개도 끓이고, 따끈따끈한 공기밥도 만들고, 국민이 보기에 풍성한 식단을 만들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대 출마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시기에 김 의원의 행보를 뒷받침할 캠프 구성도 끝이 났다. 총괄본부장에는 박창식 전 의원, 메시지 단장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보좌했던 이수원 전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에는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 상황실장은 현재 선임 보좌관인 김용환 보좌관이 맡는다. 

현재 김 의원 캠프는 당협위원장 등 다양한 인사가 포진돼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김 의원을 지원한다. 김 의원은 지난 3·9 대선 기간 원내대표를 맡았다.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끌었으며 대선 당시 공동선거대책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김 의원의 중재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당내에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김 의원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일찌감치 전대 출마 준비에 들어갔었다. 앞선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도 일찍부터 당권 도전에 뜻이 있음을 밝혔던 바 있다.

혼자 힘으로는 부족한 현실
친윤계가 힘 보탤지 미지수
반윤계는 윤핵관 동맹 반칙


김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미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실 처음에 이 둘은 김장 연대를 부인했다.

5개월 전 김 의원은 “김장 담그는 철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어 “누구든지 뜻을 같이하면 같이 간다. 뜻을 달리하면 변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 연대가 확실시된 것은 지난 달부터다. 장 의원은 김 의원이 모두 국민 공감에 참석하고 나서다. 

그는 본격 데이트에 나서면서 이젠 대놓고 김 의원을 밀겠다는 액션을 취한다. 부산에서 장 의원 주도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두 인물은 서로를 치켜세웠다. 특히 장 의원은 김 의원을 “연대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사실상 연대를 공고히 한 셈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2개월가량 남은 전대 룰과 일정이 확정되자 당권주자들의 견제 수위도 한껏 더 높아진 모양새다. 이른바 친윤, 반윤 세력 간의 대립각이 뚜렷하다.

김 의원이 당내에서 가장 빨리 전대 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윤심을 우위에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윤심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치고 나와 당원에게 자신이 윤심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셈이다. 

김 의원은 단독으로 3시간가량 윤 대통령과 독대 자리까지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전당대회와 관련된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김 의원은 윤심인 장 의원을 등에 업었지만 크게 의미있는 성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현재 지지율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에 못 미친다. 

현재 김 의원의 당내 지지율은 10% 선에 그친 상태로 당내로 한정해도 지지율은 압도적이지 못한 편이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을 등에 업었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약한
존재감

일각에서는 김 의원 혼자 힘으로는 당 대표에 당선되기는 무리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결국 이 때문에 윤핵관의 손을 잡은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도 변수다.

김 의원이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자, 눈길이 나 부위원장에게도 쏠린다. 현재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내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부위원장은 이미 교통정리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언제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나 부위원장이 김장 연대와 손을 잡지 않고, 단독으로 출마하는 경우 김장 연대의 존재감이 더욱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장 연대만으로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연대론이 나온 이유는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진정한 연대는 윤당 연대(윤상현과 당원)”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다른 당권주자들도 김장 연대에 불만을 표출했다. 조경태 의원도 “3월이면 김장철이 지나버린다”며 이들의 연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대놓고 혼자서 못 이긴다는 고백”이라고 김장 연대를 직격했다. 가장 큰 불만을 가진 이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김장 연대를 두고 “윤심을 향한 재롱잔치”라며 친윤 주자로 알려진 후보들에 대해 싸잡아 불만을 터뜨렸다. 

개정된 전대 룰 역시 유 전 의원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유 전 의원은 당 외에서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지지세를 받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나 부위원장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김장 연대는 윤심에 딱 알맞다. 윤석열 대통령에 마음에 들고, 당원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는 기조가 강해서다. 다만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만 바라보고 간다면 중도층을 잡기가 어려워져서다. 당장 차기 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거둬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무리한
외치기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민심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서의 승리는 필수다. 민주당이 다수 점령하고 있는 수도권을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힘쓸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장 의원 지역구는 부산이다. 우선 텃밭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수도권으로의 확장력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난무한다. 지난 대선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20대 청년층 역시 국민의힘을 배척하려는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후부터는 좀처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류 세력인 친윤 세력에게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차기 총선에서 청년층에 역풍을 맞게 되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장 연대를 두고 당 외에서도 공격이 들어온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김장 연대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긴 침묵을 이어오던 이 전 대표의 침묵이 깨진 시점은 변경된 전대 룰에 대해 입을 열면서다. 그는 전당대회 룰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정당법상 한 사람이 복수 정당에 가입하는 게 불가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발적인 당원을 제외하면 단체활동을 하는 명단이 통으로 가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종교집단에서 같은 필적으로 입당원서가 들어오기도 한다. 주소지 확인도 힘들다. 정당 가입 시 써내는 주소지가 실제 거주지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한 셈이다. 

이 밖에 이 전 대표는 당원 100% 확정에 대한 여러 폐단에 대해 다수 지적했다. 최근에는 김장 연대와 관련해 “새우 두 마리가 모여도 새우”라며 날을 세웠다. 우회적으로 김장 연대를 저격한 셈이다.

당내서 평가는 합격점
당외에선 인지도 부족

이 전 대표는 당권을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당 밖에서 국민의힘을 흔들면 그를 따르는 청년층 당원 다수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재임 기간 국민의힘 책임 당원 수는 급증했던 바 있는데 현재 당원 수는 80만명까지 늘었다.

전대가 열리는 시점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20대와 30대 책임 당원 비중이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당원 100%인 상태에서도 20·30대와 나머지 당원들이 갈리면 이번 전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윤심에 방점을 찍고 질주 중이다. 다행인 점은 현재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의 벽을 넘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점은 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 지지율까지 추월한 상태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생겨서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자신의 지지율 상승효과까지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무리하게 윤심만 외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지금의 지지율에서 정체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를 계속 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김 의원이 윤심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윤심을 완벽히 대변하는 주자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 차기 당 대표감이라고 확실하게 인정받지 못해서다. 

사실 김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 출마 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한낱 뜬구름만 잡을 뿐이다. 게다가 인지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이라는 점에 비하면 뼈아픈 점이다.

앞으로 김 의원은 민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는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한 이유도 이 같은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이 김 의원과 손을 잡았지만 다른 친윤계도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나 부위원장, 윤 의원 역시 모두 친윤을 외치는 후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윤계끼리의 분화도 우려할 점이다. 

공천 파동
다시 재현?

김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시 공천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당장 반발할 이들은 비윤 세력이다. 현재도 친윤과 비윤은 대립각이 한층 더 심화한 양상이다. 본격적인 공천 시기가 도래하면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과 비윤 갈등을 깊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갈등이 깊어지면 공천을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해도 결국 과거와 같은 공천 파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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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