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장제원? 끗발 안 서는 ‘김장 연대의 양날’

억지로 맞손 빛바래는 이합집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은 동맹에 살고, 동맹에 죽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결국 윤핵관 중 복심인 장제원 의원의 손을 잡았다. 일단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이러다 당 대표 꿈만 꾸다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 의원이 자신의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월 초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시작하고 중순부터 본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3월8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다. 후보 간 합동토론회, TV토론회 등 전체 일정은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일찍부터
출마 욕심

이번에는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 등이 처음으로 시행된다. 결선투표는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1위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경선 일정 등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는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도 한 명씩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일찍부터 시작된 물밑싸움이 이제는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전당대회 포문을 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룰이 바뀌었다. 18년간 고수해온 방식에서 당원투표 비중 100%로 당 대표가 결정된다.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인물이 당선되기 힘들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일정과 룰이 확정되자, 김기현 의원도 본격적으로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과 겨뤄 매번 이겼던 사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민주당과의 협상을 늘 주도하며, 상대를 제압해왔고,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가는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공약으로는 100년을 지속하는 집권여당의 초석을 마련하고, 공명정대한 공천시스템 마련, 디지털 플랫폼 정당 구현 등을 들고 나왔다. 

이와 함께 된장찌개도 끓이고, 따끈따끈한 공기밥도 만들고, 국민이 보기에 풍성한 식단을 만들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대 출마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시기에 김 의원의 행보를 뒷받침할 캠프 구성도 끝이 났다. 총괄본부장에는 박창식 전 의원, 메시지 단장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보좌했던 이수원 전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에는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 상황실장은 현재 선임 보좌관인 김용환 보좌관이 맡는다. 

현재 김 의원 캠프는 당협위원장 등 다양한 인사가 포진돼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김 의원을 지원한다. 김 의원은 지난 3·9 대선 기간 원내대표를 맡았다.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끌었으며 대선 당시 공동선거대책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김 의원의 중재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당내에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김 의원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일찌감치 전대 출마 준비에 들어갔었다. 앞선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도 일찍부터 당권 도전에 뜻이 있음을 밝혔던 바 있다.

혼자 힘으로는 부족한 현실
친윤계가 힘 보탤지 미지수
반윤계는 윤핵관 동맹 반칙


김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미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실 처음에 이 둘은 김장 연대를 부인했다.

5개월 전 김 의원은 “김장 담그는 철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어 “누구든지 뜻을 같이하면 같이 간다. 뜻을 달리하면 변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 연대가 확실시된 것은 지난 달부터다. 장 의원은 김 의원이 모두 국민 공감에 참석하고 나서다. 

그는 본격 데이트에 나서면서 이젠 대놓고 김 의원을 밀겠다는 액션을 취한다. 부산에서 장 의원 주도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두 인물은 서로를 치켜세웠다. 특히 장 의원은 김 의원을 “연대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사실상 연대를 공고히 한 셈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2개월가량 남은 전대 룰과 일정이 확정되자 당권주자들의 견제 수위도 한껏 더 높아진 모양새다. 이른바 친윤, 반윤 세력 간의 대립각이 뚜렷하다.

김 의원이 당내에서 가장 빨리 전대 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윤심을 우위에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윤심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치고 나와 당원에게 자신이 윤심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셈이다. 

김 의원은 단독으로 3시간가량 윤 대통령과 독대 자리까지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전당대회와 관련된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김 의원은 윤심인 장 의원을 등에 업었지만 크게 의미있는 성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현재 지지율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에 못 미친다. 

현재 김 의원의 당내 지지율은 10% 선에 그친 상태로 당내로 한정해도 지지율은 압도적이지 못한 편이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을 등에 업었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약한
존재감

일각에서는 김 의원 혼자 힘으로는 당 대표에 당선되기는 무리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결국 이 때문에 윤핵관의 손을 잡은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도 변수다.

김 의원이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자, 눈길이 나 부위원장에게도 쏠린다. 현재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내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부위원장은 이미 교통정리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언제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나 부위원장이 김장 연대와 손을 잡지 않고, 단독으로 출마하는 경우 김장 연대의 존재감이 더욱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장 연대만으로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연대론이 나온 이유는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진정한 연대는 윤당 연대(윤상현과 당원)”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다른 당권주자들도 김장 연대에 불만을 표출했다. 조경태 의원도 “3월이면 김장철이 지나버린다”며 이들의 연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대놓고 혼자서 못 이긴다는 고백”이라고 김장 연대를 직격했다. 가장 큰 불만을 가진 이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김장 연대를 두고 “윤심을 향한 재롱잔치”라며 친윤 주자로 알려진 후보들에 대해 싸잡아 불만을 터뜨렸다. 

개정된 전대 룰 역시 유 전 의원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유 전 의원은 당 외에서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지지세를 받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나 부위원장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김장 연대는 윤심에 딱 알맞다. 윤석열 대통령에 마음에 들고, 당원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는 기조가 강해서다. 다만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만 바라보고 간다면 중도층을 잡기가 어려워져서다. 당장 차기 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거둬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무리한
외치기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민심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서의 승리는 필수다. 민주당이 다수 점령하고 있는 수도권을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힘쓸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장 의원 지역구는 부산이다. 우선 텃밭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수도권으로의 확장력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난무한다. 지난 대선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20대 청년층 역시 국민의힘을 배척하려는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후부터는 좀처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류 세력인 친윤 세력에게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차기 총선에서 청년층에 역풍을 맞게 되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장 연대를 두고 당 외에서도 공격이 들어온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김장 연대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긴 침묵을 이어오던 이 전 대표의 침묵이 깨진 시점은 변경된 전대 룰에 대해 입을 열면서다. 그는 전당대회 룰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정당법상 한 사람이 복수 정당에 가입하는 게 불가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발적인 당원을 제외하면 단체활동을 하는 명단이 통으로 가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종교집단에서 같은 필적으로 입당원서가 들어오기도 한다. 주소지 확인도 힘들다. 정당 가입 시 써내는 주소지가 실제 거주지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한 셈이다. 

이 밖에 이 전 대표는 당원 100% 확정에 대한 여러 폐단에 대해 다수 지적했다. 최근에는 김장 연대와 관련해 “새우 두 마리가 모여도 새우”라며 날을 세웠다. 우회적으로 김장 연대를 저격한 셈이다.

당내서 평가는 합격점
당외에선 인지도 부족

이 전 대표는 당권을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당 밖에서 국민의힘을 흔들면 그를 따르는 청년층 당원 다수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재임 기간 국민의힘 책임 당원 수는 급증했던 바 있는데 현재 당원 수는 80만명까지 늘었다.

전대가 열리는 시점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20대와 30대 책임 당원 비중이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당원 100%인 상태에서도 20·30대와 나머지 당원들이 갈리면 이번 전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윤심에 방점을 찍고 질주 중이다. 다행인 점은 현재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의 벽을 넘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점은 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 지지율까지 추월한 상태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생겨서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자신의 지지율 상승효과까지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무리하게 윤심만 외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지금의 지지율에서 정체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를 계속 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김 의원이 윤심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윤심을 완벽히 대변하는 주자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 차기 당 대표감이라고 확실하게 인정받지 못해서다. 

사실 김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 출마 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한낱 뜬구름만 잡을 뿐이다. 게다가 인지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이라는 점에 비하면 뼈아픈 점이다.

앞으로 김 의원은 민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는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한 이유도 이 같은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이 김 의원과 손을 잡았지만 다른 친윤계도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나 부위원장, 윤 의원 역시 모두 친윤을 외치는 후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윤계끼리의 분화도 우려할 점이다. 

공천 파동
다시 재현?

김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시 공천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당장 반발할 이들은 비윤 세력이다. 현재도 친윤과 비윤은 대립각이 한층 더 심화한 양상이다. 본격적인 공천 시기가 도래하면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과 비윤 갈등을 깊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갈등이 깊어지면 공천을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해도 결국 과거와 같은 공천 파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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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