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파이팅 넘치는 김재원

“다음 지도부는 속으면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후보 간 견제 수위가 높아졌고, 최고위원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최고위원의 관심도도 높다. 친 이준석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파이팅이 넘친다. 내년 차기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3선 의원 출신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보수당에 몸담아왔고 17대 총선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친박(친 박근혜)계 정치인으로 불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 스피커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지난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으로 뽑혔고,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출마 과정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의 전대 출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큰 용광로에 갈등을 녹여내야 한다”며 “보수의 최종병기”로 활용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김 전 최고위원을 만나 출마의 변, 차기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총선 대비책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 선언이 다른 후보에 비해 빨랐다. 출마 이유는?

▲전국 단위 선거다. 유권자인 당원에게 저를 제대로 알려드리려고, 접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는데 후보 등록 이전에 밝히는 게 도리다.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도 출마에 대해 고민하고 러시가 이어질 텐데, 한발 앞서 출마 뜻을 밝혔다. 


최고위원이 단순하게 회의에 참여하고 특별한 경우에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당이 겉으로는 여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당에 소속돼있다는 것 외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소수당이다. 

“보수 최종병기로 끝까지 싸우겠다”
총선은 각자 노선 혼란 빠지기 쉬워

아무 일도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상당히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응 과정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전대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도 지도부에 소속돼있었다. 지도부가 지금과 좀 달라질 양상이다. 염두에 둔 것들이 있나?

▲이 전 대표 시절에는 (지도부가)굉장히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 처음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뽑힌 이후 인사 문제가 있었다. 전혀 통보도 없이 인사한 것이 논란이 됐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봤는데 이 전 대표가 당 운영을 엉망으로 했다. 그래서 최고위원이 실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에 대선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대표가 마음대로 비합리적으로 당을 운영할 때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켜봤다.

-스스로를 보수의 ‘최종병기’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최종병기라는 말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전투 과정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최종병기를 사용하면 전세가 완전히 전환되기도 하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핵무기인 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동안 탄핵 이후 많은 일을 겪었다. 벌써 6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 역사적으로 거의 처음이다. 


이런 일은 진영 싸움이 격화됐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지난 대선서도 0.73%p 차로 보수당이 승리했다. 진영 싸움이 격화돼 극단적으로 갈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진영 싸움에서 최종병기답게 앞장서고 끝까지 남아 싸우겠다. 

-여야 간 대립도 심각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의 크고 작은 분란도 많은데…

▲통상 대통령은 최소 10년 이상 정치를 한 사람이 대부분 당선됐다. 그러면 정치세력 자체서 자신이 선택하고, 그 세력과 함께해왔는데, 윤 대통령은 사실 그런 경험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지금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적인 의견을 깊이 나눠보고 행동을 같이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또 지금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이 야당 시절에 국회의원이 됐고, 갑자기 여당이 된 상황에서 이 구조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친윤·비윤으로 갈라져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됐는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당에 기대하는 점도 있고,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만들려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약간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분명 있다. 과거 정당 내에서 주류, 비주류 간의 입장 차이 또는 외부 투쟁에 비해 지금은 분명 평화로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심각할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다.

대국민적 풀 니즈로 총선 치러야
당 대표 후보군 대부분과 친분

현재 당권주자 중 윤 대통령과 비교적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조차 윤 대통령의 연대 보증인이라고 주장하고, 실제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김무성 전 대표에 비하면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대 보증인, 러닝메이트 등을 여러 후보가 카드로 꺼내 들었다. 본인의 러닝메이트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대표 출마 후보들로부터 표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그렇게까지 어필하지 않지만, 김기현 의원과는 국회의원 출마를 함께했다. 굉장히 가깝게 지냈었고, 울산시장으로 재임할 때도 원내수석,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있었다.

김 의원과는 인간적인 신뢰가 많다. 윤상현 의원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안 의원도 19대 국회 때 같은 상임위원회서 함께 일하며 쭉 지켜봤다. 조경태 의원도 처음에 농림해양수산위원이었는데, 고향서 함께 등산도 했다.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함께 경쟁할 인물 중에는 이준석계라고 불리는 인물도 포함돼있다. 최고위원 경쟁도 격랑 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미를 담은 선거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는다. 다른 분이 함께 참여하는 게 오히려 당의 건전한 의사결정과 의견 반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지도부가 꾸려지면 이제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총선은 각자 생존인 측면도 있는데…

▲21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이었다. 그 당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총선 때가 되면 각자도생으로 공천받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총선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 역시 혼란에 빠진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각자 노선으로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총선 공약을 검증받고자 토론을 많이 하고, 사전에 다 만들었다. 그런데 결국 공천도 망했고,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서 뒤집히는 바람에 엉망이 돼 버렸다. 황 전 총리가 요즘 당시에 자신이 속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지도자는 속으면 안 된다. 그때 속인 사람들이 공천을 행사하고 당을 망쳐버렸다. 

최고위원에 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총선을 제대로 마무리지을 지도부가 필요하다. 경험자들이 모여 지도력을 발휘할 나름대로의 충분한 전략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우선 어떤 이슈와 어떤 주장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가 하는 대국민적 풀 니즈(full needs)가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우리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정당은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이 모여 확립하는데, 총선 때는 공약으로 나타나든 정당의 정당정책으로 나타나든 할 것이다.


초선 의원들 다음 물갈이
낭인이어도 칼 차고 있어 

이런 정견을 함께하는 사람이 모여 그것을 중심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이겨야 한다. 권력의 힘으로 공표했던 강명·정강정책 공약 또는 정치이념 같은 것들을 실천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게 모든 정당의 실체적인 목표이자 존재 근거다.

우리가 총선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을 검사 출신으로 다수 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리적으로 잘 정리해야 한다. 그냥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사전에 시스템을 잘 정비하고, 변수 등의 예측도 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투명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당도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당협위원장에 무자격자가 끼어들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수혈이 되는 게 좋은 일이다. 이제 막 당협위원장을 맡았더라도 총선 국면에서는 지역 주민과 많은 교감이 돼있을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나중에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총선 무렵이 임박해 마구잡이식으로 내보내 검증할 기회도 없이 선거에 나가서 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과거 보수당은 공천 파동을 겪었고, 다음 총선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이 공천 파동을 몇 번 겪으면서 계속 함량 미달들이 들어왔다. 사실상 선거에 나와서 뛰어볼만한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성명을 냈었는데…

▲2004년도 17대 국회서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시절은 초선 의원이 108명이었다. 그때 열우당 의원들은 파이팅이 있었다. 계급장 떼고 싸우자고 덤볐다. 정치권에서는 108번뇌라고 불렸다. 당 지도부 반발도 심했다. 우리 당도 박근혜 대표 앞에서 초선들이 덤볐다.

당시 나 전 의원, 김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다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전성기였다. 당 대표 반대파가 절반쯤 됐었다. 지금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날아갈 사람도 몇 명 보인다. 공천이 실패하면서 자력으로 된 초선 의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공천을 받지 않았으면 당선될 사람이 없다. 전부 영남권, 경기도라고 하더라도 북쪽 끝, 동쪽 끝 이런 곳이다. 수도권도 강남, 서초 지역 외에는 없다.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도전할 인물도 많지 않다. 물갈이가 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우회적으로 비판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물 간 정치 낭인이 설치는 판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생생한 사람은 아닌데, 낭인이라도 칼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전대 컷오프 일정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서 당 대표 경선 후보를 4명까지, 최고위원 후보는 8명,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컷오프 규모를 결정했다.

함인경 선관위 위원장은 “경쟁 후보자가 많지 않아 관행에 따라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후보를 3명까지 추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4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점이 반영됐다.

현재까지의 당 대표 후보군(가나다 순)은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다.

최고위원 후보군은 김용태·김재원 전 최고위원, 박성중·이만희·허은아 의원 등이다.

이 밖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김가람 전 청년중앙회의소 전 회장, 김영호 전 장제원 의원실 보좌관, 이종배 서울시의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컷오프 결과는 오는 10일 최종 결정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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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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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