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4인4색’ 김영호 전 보좌관

“나는 민주당으로 호남 출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청년 최고위원 선거도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과열되는 양상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성격은 윤석열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터, 호남 출신, 반윤, 시민단체 출신 초보 정치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색깔이 다른 4인의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국민의힘 김영호 전 보좌관은 20대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법무부와 국회에서 일하면서 많은 국회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의 이력은 다소 특이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해 국민의힘으로 발을 들였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출사표를 던진 뒤부터 친윤(친 윤석열) 후보인 장예찬 이사장을 연일 저격 중이다. 다음은 김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유는?

▲순전히 소신이다. 그렇지만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서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많았다. 특히 한 후보가 당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없도록 매듭짓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더 결심이 섰다. 우리 정당은 다른 정당보다 개방성 있고, 확장성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청년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이 벌써 줄 세우기식 구태 정치하려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기성정치에 줄 서고 다시 자기 아래에 줄 세우는 표 구걸 청년팔이 정치는 이번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끝내려 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서 내세우는 공약은?


▲국회서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국회와 정치 속 문제의식을 공약으로 담았다. 1호 공약으로는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투표로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탄하는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불체포특권 기명투표로 바꿔야
“장예찬은 구태의연한 청년 후보”

두 번째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기업 총수들을 줄 세워 5분 질의하려고 10시간을 대기시킨다. 기업 총수들의 시간은 기업 전체의 한 시간으로 이는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정치인들이 기업인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는 정말 구태의연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민주당으로 국회에 발을 들였고, 국민의힘으로 옮겼다. 이유는?

▲광주서 고등학교까지 나와 사실상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2020년 5월 21대 국회 때 촛불 개혁 이후 민주당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들어왔다. 그러나 박원순, 오거돈 성추행 사태가 일어났다.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로남불을 두고 침묵과 반성이 없었다. 2030세대이자, 법조인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민주당에 더 이상 자정작용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청년 정치를 꿈꿀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래서 옮겼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실 출신이다. 장 의원은 또 다른 후보인 장 이사장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인데 섭섭하지는 않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한편으로는 호남 출신, 민주당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를 편견 없이 뽑아줬다. 큰 정치를 경험하게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후보로서 장 이사장과 다른 합리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얼마든지 길을 열어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 의원에게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다. 장 의원을 업고 나왔으면 나도 장 이사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전당대회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주목도도 과거에 비해 더 커졌는데… 

▲사실 당원 표 100% 반영으로 선거룰을 개정한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어쨌든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여론조사 30%가 빠진 부분은 민의를 수렴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몫을 채우는 것은 선출된 지도부의 남은 숙제다. 당심을 바탕으로 민심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다. 

“소신·철학 가진 인물이 무당층 이끌어”
다양한 목소리 통한 자유로운 정치 꿈꿔

-장 이사장은 윤심을 꺼냈다. 청년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보나?

▲말 그대로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약을 보고 놀랐다. 586 운동권 퇴장, 민노총 해체 등이 그렇다. 청년 최고위원과는 동떨어진 기성세대만 바라는 표 구걸이자 아무런 철학도 없는 청년팔이다. 장 이사장이 진짜 보수를 운운하는데, 과거 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라며 창피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구태 정치로밖에 안 보인다. 우리 세대는 이념이 아닌 합리성을 추구하는 개개인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없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특징이다. 

-최고위원 선거도 친윤, 비윤 대결 구로로 흘러가는 양상인데…

▲사실 변수가 많고, 뜨겁게 선거가 치러지는 것 자체가 당연하다. 어떤 조직보다 정당은 안에서 이뤄지는 선거가 경쟁이 치열해야 한다. 친윤, 비윤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목소리만 낸다면 치열하게 경쟁해서 선택받으면 된다. 이번 전대를 통해 소신 있고, 철학을 가진 인물이 무당층으로 변해가고 있는 2030세대의 마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여기에는 내 출신도 한몫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세대, 청년 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소모품처럼 활용되곤 했는데…

▲선거철만 되면 찾고, 당이 위기에 빠지면 찾는 게 청년이다. 그렇지만 청년 역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참신한 변화와 혁신이 아니라 이들 대부분도 낙하산 인사다. 그래서 선거철 전리품이나 들러리로 전락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은 우리 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공정한 기회나 자신을 대리한 사람에 대한 대표성에 굉장히 엄격하다.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역시 낙하산으로 뜬금없이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우리 세대가 귀 기울일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장 이사장도 내세운 공약이 너무 철없다. 이런 인물이 또다시 우리 세대를 대표한다면 중도층에게 외면받고 중도 확장에는 결국 실패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자유로운 정치가 꿈이다. 내가 속한 조직도, 내가 사는 삶도 그렇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서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되는 법이다. 그 바탕에는 자유가 필수항목이다. 언제나 뜨거웠으면 좋겠다. 분노하는 점, 공감하는 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확장성 있는 정치가 꿈이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정치를 꿈꾼다. 기성세대가 청년한테 뭘 알고 이야기하는 거냐고 의구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아니라,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며 상호 인정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