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끝’ 국민의힘 전대 남은 변수들

돌고 돌아 다시 친윤 대 비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후보 등록이 끝나는 등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막이 오르자, 당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얼추 당권주자들이 정리되는 모양새인데, 이 중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준석계가 대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힘에 여러 변수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연대 보증인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바짝 붙은 인물의 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한 달가량 남은 전대는 양측간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낙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안 상승세
김 하락세

그러나 두 인물은 사실상 교통정리를 당했고 비윤(비 윤석열)계로 찍힌 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다. 실제로 안·김 의원은 양강구도 체제를 형성했으며 비윤 세력은 거의 정리당했다. 관건은 두 인물 중 누가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표를 가져가느냐다. 

현재까지 이득을 본 인물은 안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안 의원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상승해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직전 10% 초반에 머물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나 전 의원의 고정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한 이유에 대해 ‘집단린치’라는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로 나 전 의원을 몰아내고 비윤으로 낙인찍힌 인물들을 무릎 꿇리게 한 반발효과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던 바 있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데다, 경쟁력도 가장 높은 인물로 분류됐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까지 연판장을 돌리고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잇단 공격이 계속되자, 결국 뜻을 접었다. 그에 반해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에 가려 안·김 의원은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꾸준히 중도 표심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안 의원은 지속적으로 당원들을 만나거나 강연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며 전국을 순회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을 개혁할 인물인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국민의힘 출신도 아닌 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그동안 자리 잡고 있던 국민의힘 세력은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안 의원은 구태 정치, 사람 모으는 정치 등으로 김 의원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만 안 의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비윤계가 결집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김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강구도지만 둘 다 불안한 상황
나경원·유승민 지지율 흡수 관건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안 의원으로써는 친윤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안 의원과 제대로 대립각을 세우며 1위를 달리던 김 의원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오르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 의원에 추월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안 의원에 비해 조직적인 면에서 유리한 조건들을 갖췄다. 우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윤핵관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의원을 등에 업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윤심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선거캠프 개소식서부터 세를 과시했다. 김 의원 개소식을 방문한 인물만 3000명에 달했을 정도다. 전·현직 의원도 40명이 넘게 방문해 김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다. 수도권 출정식에서 김 의원의 조직은 더욱 커졌는데 당시 모였던 인물만 8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보수당을 끊임없이 지켜온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내 현장 실무선까지 찾아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늘렸다. 이토록 광폭 행보를 갖고, 조직의 지원을 받는 김 의원이지만 지난달 31일,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과 최근 안 의원의 지지율 추월 여론조사에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두 인물은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청와대(대통령실)가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 등 맹렬히 공격 중인 가운데 김 의원은 “대통령 팔아 표를 모으려고 한 장본인”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안 의원은 김 의원이 먼저 팔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을 비윤 후보로 규정해버렸다. 김 의원은 유일한 친윤 후보지만, 안 의원에게 친윤 타이틀을 빼앗길 경우, 내세울만한 점이 딱히 없어지는 탓이다. 불안하기는 친윤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안 의원에게 비윤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여기저기
윤심 호소

또다시 2선으로 물러난 장 의원은 직접적으로 안 의원에게 비윤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나, 안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경선서 거짓말하지 말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본인을 대통령 뜻까지 왜곡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총장직 내정설로 공격 들어오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의 부담을 덜어줬다. 장 의원뿐만 아니다. 친윤계 역시 안 의원의 과거 인수위원장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단일화 정신에 입각해 안 의원에게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국정과제 선정을 방기하고 혼란을 야기한 적 있다”고 강도 높게 타격했다.

친윤계는 안 의원을 당의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이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유 전 의원은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출마를 고민했으나, 결국 뜻을 접었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적은 데다, 변경된 룰마저 본인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여전하다. 당외에서 유 전 의원이 흔들면 당원들 역시 흔들리기 마련으로 비윤 세력 역시 한층 더 결집하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앞서 직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계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비윤계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바 있다. 유 전 의원이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않았으나 충분히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다. 


그는 당권주자 중 대놓고 비윤임을 드러냈다. 이 같은 유 전 의원의 선언은 안 의원의 지지율에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비록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유 전 의원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진배없다. 그로 인해 비윤계가 한층 더 결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윤계 파란?

또 다른 변수는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이 당선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이번 전대서 안·김 두 인물의 지지율을 가를 캐스팅 보트로 여겨지는 탓이다. 향후 안 의원과 김 의원 중 누가 윤 의원에게 손을 내밀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윤 의원은 안 의원과 수도권 연대론을 내세웠던 바 있다. 

차기 총선을 염두에 뒀을 때 윤 의원이 끊임없이 설파 중인 수도권 연대론은 김 의원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간절한 만큼 울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 의원에게는 악수일 수밖에 없다. 

또 수도권 당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면 안 의원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자 대결서도 현재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서고 있는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어느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윤심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한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윤심 후보의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전대 룰 개정이 오히려 자충수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색채가 옅은 수도권 당원들도 여러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또 다른 변수는 이준석계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 대표서 물러난 뒤 한동안 잠행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후보 등록일(지난 3일)까지 본격적으로 SNS 정치를 재개했다. 이 전 대표는 “책을 다 썼다”며 전국 순회 북 콘서트도 예고하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전대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대위 가처분으로 인한 효력 정지 이후 잠행에 들어간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당원권 정지 후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났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등 일찍부터 미래를 대비했다. 

이 전 대표는 연초 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신년 인터뷰를 갖고,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전대 후보 등록에 앞서 이준석계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출생의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린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이 전 대표 체제서 혁신위원을 맡았던 바 있다.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 허은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계 다수가 출마 러시
컷오프 통과하면 다시 혼란?

김 전 최고위원은 이미 직전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이 전 대표 체제서 지도부를 지낸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허 의원 역시 대표적인 비윤계다.

그는 이번 당협 정비 과정 중 당협위원장을 김경진 조직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전 대표는 작정하고 이들을 밀어줄 계획이며 김 전 최고위원과 허 의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당내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등판한 것과 다름이 없는 만큼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역시 전대 룰을 개편한 점이 한몫 차지한다. 이번 전대서 투표권을 갖는 당원은 80만명으로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의 지지자는 15만명 이상이다. 

15만명은 충분히 판을 흔들 수 있는 결코 적지 않은 표다. 투표가 당원으로 한정돼있는 만큼 다시 한번 친윤, 비윤 구도로 전당대회를 끌고 갈 수 있다. 나·유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비윤에 반발하고 있는 당원 표심이 적지 않은 점도 김 의원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런 계산들을 벌써 끝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윤핵관으로 확실하게 규정한 바 있다. 이런 탓에 비윤 세력 결집 시 김 의원은 물론 안 의원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천 위원장이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컷오프 통과 시 그 자체만으로도 이준석계에겐 파란이다. 천 위원장을 지원하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비윤계가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이 전 대표의 세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최소 목표는 당 지도부에 이준석계 인사를 입성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고위원 컷오프는 비교적 널널하다. 이준석계가 컷오프서 살아남고, 지도부에 입성하게 되면 김 의원이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친윤 세력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대론 
총선 패배?

이 경우, 비윤 최고위원들이 친윤 당 대표를 공격하는 등 당의 혼란 수습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의힘 혼란은 결국 차기 총선 패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대가 다른 의미에서 흥행은 하고 있다. 다만 흥행이 같은 당 인물끼리의 싸움으로 진흙탕이 됐다”며 “이런 식으로 자꾸 대립이 반복되면 결국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압박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주변 정리에 나서는 등 안 의원 압박을 통해서다. 

대통령실은 김영우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서 해촉했다.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을 해촉한 이유는 공직자가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선대위원장의 해촉을 두고 일각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이후 또다시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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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