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2 17:47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06년 4월의 일이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이 당내 경선에서 맹형규 의원을 제치고 후보로 확정되자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유례없는 정책 경쟁의 장이 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언급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동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전 해인 2005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한나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한다. 그 조건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 일로 인해 분열의 기로에 있던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아사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속된 표현으로 동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이 개를 후보로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말이 떠돌아다닐 정도로 노무현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을 달리고 있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동 선거의 최대 이슈로 당연하게도 노무현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정권 심판론으로 몰아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은 상기 발언을 토해냄으로써 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오세훈은 그동안 축적돼있던 신선한 이미지에 폭발적인 인기를
며칠 전 출근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현수막에서 ‘LH 해체, 주택청 설치, 투기 부동산 몰수, 투기 이익 환수’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실소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 살펴봤다. 진보당으로 출마한 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를 살피자 이번에는 실소가 아니라 냉소가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 당당하게 내건 공약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용이 아니라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 선거용이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그 후보는 얼토당토 않는 공약을 내걸었을까, 그 후보는 자신이 내건 공약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를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명색이 한 정당의 대표로 출마한 사람이 그 정도의 인식 능력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그런데 왜 그 후보는 보궐선거와 관계없는 공약을 내걸었을까. 결론은 뻔하다. 서울 시민들에게 먹혀든다는 판단에 그런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일부 유권자들은 그 공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이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과정에서 후보로 확정되자 ‘서울시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공직 선거 및 선거 부정 방지법’, 일명 ‘통합선거법’의 탄생 및 그로 인한 선거 문화의 변화에 대해 논해보자. 시간은 지난 1992년 12월에 실시된 제14대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황을 살피면 선거 초반에는 민주자유당의 김영삼과 민주당의 김대중이 2강, 그리고 통일국민당의 정주영이 1약 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서서히 선거 열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정주영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정주영의 약진에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무차별적인 자금 살포가 주원인으로 작동했다. 그를 살핀 김영삼 측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주영의 지지기반과 김영삼의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으로 정주영의 선전은 역으로 김영삼의 당선을 위태롭게 만드는 형국이었다. 그에 봉착하자 김영삼 측도 자금살포에 치중하면서 선거를 이끌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은 동 선거에 대해, 즉 무차별적인 자금살포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그의 임기 중에 통합선거법이 탄생하게 된다. 당시 정치판에 있었던 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 중 동 법의 탄생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이전까지 실시되었던 각종 선거는 이승만 정권 시절 자행되었던 부정부패가 무색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동 사건이 과연 LH 직원들에게만 국한된 일인지, 그리고 그런 사건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논해보겠다. 먼저 동 사건에 LH 직원들만 국한되었느냐에 대해서다. 동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문득 1990년대 초반에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민자당) 정책위의장실에 근무했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는 집권당이 정부 부처의 상위 개념에 위치하고 있었던 관계로 국가 중요 시책은 반드시 집권당 정책위의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의도적이지 않게 돈 되는 고급정보를 자주 접하고는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필자가 돈에 욕심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 정보를 활용해 지금보다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도 돈에 전혀 욕심을 느끼지 않았던 필자는 돈이 되는 정보에 조금도 현혹되지 않았고, 또 그 과정에 취득한 정보를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말인즉 필자는 사리사욕과는 거리가 멀다는, 청렴을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인 광복절, 3·1절, 개천절, 제헌절, 한글날을 열거해본다. 이를 세밀하게 살피면 유독 시선을 끄는 명칭이 두 개 나타난다. 한글날과 3·1절이다. 한글날은 여타의 국경일이 ‘절’로 표현되는데 반해 ‘날’이란 용어가 사용됐고, 다른 여타의 국경일이 기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칭으로 정했는데 유독 3·1절은 사건이 일어난 날로 그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한글날에 대해 살펴본다. 대한민국은 기념하고자 하는 날의 중요도에 따라 ‘절’ ‘일’ 그리고 ‘날’로 나뉘어 있다. 아울러 한글날 역시 절로 표기했어야 옳은데, 한글날의 특성상 한자인 절(節)대신 한글인 날을 사용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이제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3·1절로 시선을 돌려보자. 3·1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즉, 동 사건은 1919년 3월1일 당일에 발생하고 끝난 사건이 아니라 3월1일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3월1일이란 날짜로 명칭을 정한 대목은 상당히 어설퍼 보인다. 아울러 동 명칭은 시간적 제한을 지니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맞춤형 지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추이를 보고 경기 진작용 전 국민 지원도 하겠다’는 제안을 문 대통령이 전폭 수용한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잠시 말장난을 해보자. 먼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에 대해서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물론 ‘벗어난다’는 표현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에 앞서 8·15에 대해 언급하자.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8·15를 가리켜 ‘해방’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압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사용됐는데, 해방이라는 용어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광복’이란 용어로 대체됐다. 여하튼 지금은 해방이란 용어는 자취를 감추고 광복이란 단어로 고착화됐는데, 문 대통령이 언급한 벗어난다는 상황이 해방인지 광복인지 난해하다. 아울러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홍어 1990년대 중반 필자가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 연수부장으로 근무할 때에 일이다. 전라남도 신안지구당 당직자들이 교육받기 위해 연수원을 방문하여 아이스박스 하나를 건네며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김대중 전 대통령)이 드시는 진짜 홍어’라고. 당시에는 홍어가 상당히 귀해 일반인들은 맛보기 힘들었던 터였다. 게다가 선생님(우리 측에서는 존경이 아닌 비하의 의미로 그리 불렀음)이 드시는 홍어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아이스박스를 개봉하고 그야말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 입안은 시쳇말로 걸레로 변한다. 물론 이전
1948년 7월 제헌국회서의 일이다. 유진오 박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헌법 기초위원회에서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통과된다. 조선변호사회 서울지부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그 주요 내용 간략하게 요약한다. 『대통령의 신임 여하로 대법관이 임명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장은 대통령 및 대통령의 신임으로 득세한 정부의 인물이 그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사법권의 완전 독립성을 명실상부하기 위해 현 판검사와 재야 변호사의 선거로 선출된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하기만 하고 거부권 없는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당시의 사법체계에 대해 정확하게 언급하기 힘들지만 당시는 검사는 물론 변호사도 사법부 소관이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그 시절 조선변호사회는 삼권분립을 위해 대법원장 임명은 전적으로 사법부 소관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과 관련한 우리 헌법 제104조 인용한다. 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그리고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장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 문건에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문재인정권이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며 그를 ‘이적행위’로 언급한 발언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해보자. 사건은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판문점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과 북의 협력방안들과 관련한 여러 대책 중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이 작성된다. 그리고 2019년 감사원이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자부)를 감사하기 전날 산자부 직원이 동 문서를 포함 여러 파일을 삭제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동 문건을 발견하고 결국 검찰의 기소장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 동 사건을 간략하게 요약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라고 지적한 사안은 남북정상 회담 직후 실무 차원에서 작성했던 문건으로 여러 안 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시 언급해서 실무자의 단순 아이디어일 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발언 “공무원의 컴퓨터 폴더에 무엇이 있었다면,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석잠 김창업 작품이다. 甘露子(감로자) 초석잠 滴滴甘露子(적적감로자) 방울방울 달린 감로자 顆顆看透明(과과간투명) 덩이덩이 속까지 보이네 園丁未曾識(원정미증식) 조물주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 道是水晶罌(도시수정앵) 말하자면 수정 호리병이라네 老圃白露後(노포백로후) 백로 뒤에 농사꾼이 斸得暗珠貫(촉득암주관) 땅 파 어두운 구슬 꿰니 旁觀小兒喜(방관소아희) 바라보는 어린 아이 즐겁고 取作掌上玩(취작장상완) 손바닥 안에 넣고 기뻐하네 상기 시에 흥미로운 표현이 등장한다. 園丁未曾識(원정미증식) 즉 &lsquo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땅콩 이덕무의 작품이다. 柳彈素 琴 饋李雨村所贈落花生(유탄소 금 궤이우촌소증낙화생) 유탄소, 금이 이우촌에게 받은 낙화생을 보내오다 樹有嵇含狀外名(수유혜함장외명) 혜함의 책에 이름 없는 이것을 심으니 辭枝結子落花生(사지결자낙화생) 가지 떨어져 열매 맺으니 낙화생이네 從君手裏傳吾口(종군수리전오구) 그대의 손 거쳐 내 입에 전해지니 別樣香津心肺淸(별양향진심폐청) 향기로운 진액으로 심장과 폐 맑아지네 제목에 등장하는 유탄소는 유금으로 이덕무의 지인이고, 이우촌의 이름은 이조원(李調元)으로 청나라 학자다. 또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아권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며 “그럴 경우 기꺼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오픈 경선 플랫폼에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누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든 단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앞장서서 뛰겠다고 대국민 서약을 하자”고 언급했다. 즉 누구든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에 참여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흥미로운 표현을 살펴보자. 안 대표가 언급한 경선 플랫폼에 대해서다. 플랫폼이란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안 대표는 이를 경선에 연계시켰다. 의문이 들어 어학사전을 살펴보니 ‘특정 장치나 시스템 등에서 이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컴퓨터와 관련해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특정 프로세서 모델과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운영체제를 말한다’고 언급돼있다. 필자는 이 순간까지 플랫폼이란 단어가 경선과 연계돼 사용된 경우를 본 적 없다. 그런데 안 대표는 당당하게 경선과 연계해 동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창난젓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명란’과 ‘창난’이란 명칭에 대해 살펴보자. 명란은 ‘명태의 알’로, 줄여서 명란(明卵)이라 일컫는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창난이다. 창난은 명태의 내장을 지칭하는 순수한 우리말로 ‘창란’은 잘못된 표기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쳐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지 창난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해보자. 먼저 창난젓에 대해서다.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로만 만들어진다면 창난이 아니
조선조 제 17대 임금인 효종과 당대 학자인 송준길의 대화 내용을 인용한다. 송준길의 <동춘당집>에 실려 있다. 「송준길이 아뢰기를 “사람으로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이는 죽은 물건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과 동물이 똑같은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나 금수가 금수가 된 까닭은 한 가지 일에만 밝기 때문입니다. 뜰 앞의 풀을 베어 내지 않고 병아리를 구경하고 노새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을 옛사람은 모두가 측은에 속한다고 하였습니다”하니 성상이 이르기를 “노새의 울음을 듣는 것이 어째서 측은에 속하는가?”하였다. 준길이 아뢰기를 “상채(上蔡)가 처음 명도(明道)를 뵈었을 때 사서(史書)를 줄줄 외어 거론하며 한 자도 빠뜨리지 않으니, 명도는 이를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채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붉어지자 명도는 이것을 바로 측은지심이라고 하였으니, 이에서 측은이 사단(四端)을 통솔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기록과 관련해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상채(사량좌의 호)와 명도(정호의 호)는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이고 완물상지는 ‘물건을 구경하다 뜻한 바를 잃어버린다’는, 즉 쓸데없는 물건에 정신이 팔려 소중한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우젓 이응희의 작품 새우(蝦, 하)다. 體瘦長鬚物(체수장발물) 몸은 여위고 수염 긴 물건이 彌曼擁大洋(미만옹대양) 넓은 바다에 두루 널려있네 巨殼藏深壑(거각장심학) 큰 놈은 골짝 깊이 숨어있고 稚群入細網(치군입세망) 어린 무리는 그물에 걸려드네 皮脫丹璾色(피탈단제색) 껍질 벗으면 붉은 옥 색깔이고 腸披紫粟香(장피자속향) 창자 꺼내면 붉은 조 향기네 盤肴多勝膳(반효다승선) 안주로 맛 좋은 반찬 많지만 眞味獨新芳(진미독신방) 참된 맛은 유독 향기롭네 어패류 중에서 새우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한 종이 있을까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명란젓 명란젓은 명태의 알 즉 명란(明卵)을 재료로 만들어진 젓갈인바, 먼저 명태에 대해 살펴보자. 이를 위해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실려 있는 ‘명태(明太)’ 인용해본다.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漁父) 중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자가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고을 관청의 주방 일을 보는 아전으로 하여금 도백(道伯)에게 드리게 했는데, 도백이 이를 매우 맛있게 여겨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단지 “태 어부(太
최근 두 건의 흥미로운 사안이 발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관련한 법원의 1심 판결,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동 사건들이 필자의 흥미를 유발시킨 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리상 문제가 아닌 필자의 직감에서 유발된 일로, 두 개의 판결 모두 문재인정권을 의도적으로 물 먹이려는 처사로 비쳐진다. 왜 그런지 구분해 접근해보자. 먼저 정 교수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다. 법원은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94억원을 선고했다. 이 대목에서 벌금과 추징금은 제외하고 징역 4년이란 기간에 대해 살펴본다. 법에 관해 문외한이지만, 법원에서 판단한 그녀의 위법 행위만으로 그만큼의 형량을 부과한다는 것은 너무나 지나치다는 느낌이 인다. 필자는 집행유예, 혹은 2년 정도의 판결이 마땅하다 생각하는데 징역 4년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법원은 왜 그런 판결을 내렸을까. 바로 판결문에 나타난다. “피고인 정경심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한 사람들에게는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낙지젓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됐을 때 지은 작품 ‘탐진어가(耽津漁歌)’ 중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漁家都喫絡蹄羹(어가도끽낙제갱) 어촌에선 모두 낙지 국을 즐겨 먹고 탐진은 강진의 옛 지명으로 위 작품에 등장하는 낙제(絡蹄)는 곧 낙지를 의미한다. 絡(낙)은 ‘얽혀있다’, 蹄(제)는 ‘굽’ 혹은 ‘발’을 의미하니 여러 개의 발로 얽혀 있는 동물로 해석가능하다. 그래서 그 낙제가 우리말 낙지로 변했다
지난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제4대 대통령 선거와 제5대 부통령 선거 당시의 일이다. 집권당인 자유당은 대통령 후보로 이승만 그리고 부통령 후보로 이기붕을,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로 조병옥을, 부통령 후보로 장면을 내세우고 선거전에 돌입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조병옥 후보가 선거 유세 도중 발병하면서 신병 치료 차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 받던 도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로 이승만은 자동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자유당 정권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당시 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돼있었는데, 이승만의 나이가 86세라 미래가 불투명했다. 또 4년 전에 실시됐던 부통령 선거에서 이기붕이 장면에게 패했던 쓰라린 경험과 자유당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었던 때문이다. 이에 직면하자 자유당 정권은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을 전개한다. 당시 행해졌던 각종 부정 선거 행위에 대해서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 생략한다. 여하튼 자유당의 최후 발악으로 개표 당일 이기붕의 득표율이 100%에 육박하게 되자 부정 선거를 지휘하던 최인규 내무부 장관과 이강학 치안국장 등이 경비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래 아내에게 파래 이름이 왜 파래인지에 대해 물었다. “색이 파래서 파래 아니야?” 아내의 이와 같은 대답에 은근슬쩍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옛날에 김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곳에 김과 유사하게 생긴 해초가 슬며시 찾아 들어 마치 김처럼 행세하며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어. 그래서 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김들이 바다의 신을 찾아가 하소연한 거야. ‘재네들 좀 처리해 달라’고. 바다의 신이 가만히 관찰해보니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하게 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