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인 광복절, 3·1절, 개천절, 제헌절, 한글날을 열거해본다.
이를 세밀하게 살피면 유독 시선을 끄는 명칭이 두 개 나타난다.
한글날과 3·1절이다.
한글날은 여타의 국경일이 ‘절’로 표현되는데 반해 ‘날’이란 용어가 사용됐고, 다른 여타의 국경일이 기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칭으로 정했는데 유독 3·1절은 사건이 일어난 날로 그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한글날에 대해 살펴본다.
대한민국은 기념하고자 하는 날의 중요도에 따라 ‘절’ ‘일’ 그리고 ‘날’로 나뉘어 있다.
아울러 한글날 역시 절로 표기했어야 옳은데, 한글날의 특성상 한자인 절(節)대신 한글인 날을 사용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이제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3·1절로 시선을 돌려보자.
3·1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즉, 동 사건은 1919년 3월1일 당일에 발생하고 끝난 사건이 아니라 3월1일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3월1일이란 날짜로 명칭을 정한 대목은 상당히 어설퍼 보인다.
아울러 동 명칭은 시간적 제한을 지니고 있는 3·1절 대신 다른 국경일처럼 그 일이 지향하고 있는 바로 변경해야 옳다.
이와 관련해 1920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월1일을 국경일로 정하면서 명칭을 ‘독립선언일’이라 칭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임시정부의 견해와 동일하다. 그 선상에서 제안한다.
임시정부에서 독립을 선언했다는 의미에서 칭한 ‘독립선언일’ 혹은 이 나라의 독립의지를 세계 만방에 널리 알렸다는 의미에서 ‘독립선포일’ 중 하나로 변경돼야 마땅하다.
각설하고, 지난 3월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개최된 제102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살펴본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끝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모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 때까지 백신 접종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다음 겨울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일전에 <일요시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절제되지 않은 표현의 문제를 지적했듯, 상기 발언 역시 애매모호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이 끝이 보인다는 대목에 대해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종결은 백신 개발 및 접종으로 완결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텐데, 문 대통령은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종결되고 있다 못박았으니 말이다.
다음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룰 것이라는 대목에 대해서다.
집단면역은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종결을 의미하는데, 이 시점의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문득 문 대통령이 지난해 3·1절 기념식에서 “3·1 독립운동 정신이 지난 100년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듯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기고 경제를 되살려낼 것”이라고 언급한 일이 떠오른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3·1절은 시작의 개념인데 문 대통령은 3·1절을 코로나19 사태와 연계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