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테마주’ 상지건설 수상한 지배구조 대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25 13:32:43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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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성 거래 정지 풀리자 ‘3만3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언급되는 상지건설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임무영 전 상지건설 사외이사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점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된다. 다만, 상지건설 실소유주 오정강 회장과 ‘기업사냥꾼’ 간의 거래 정황은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 상지건설은 전일 대비 5900원(22.96%) 상승한 3만1550원에 거래됐다. 임무영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퇴임했지만, 오리엔트정공, 형지글로벌 등과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 주가는 지난 2일부터 이날 거래일까지(매매 정지일 제외) 897% 올랐다.

투기 과열
매매 중지

투기성 매수세가 몰리자 상지건설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고 지난 10일 한 차례 매매가 정지됐다. 이후에도 폭등세를 이어가자 상지건설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전날 하루 또 한 번 매매가 정지됐다.

이재명 대표와 기업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시가총액이 1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작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존 발행주식의 60%에 달하는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사채(CB)가 존재하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기업 본연의 사업과 무관하게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만큼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효력 심사도 까다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상지건설은 지난 2월부터 200억원 규모 주주우선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4차례에 걸쳐 정정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액면가 5000원에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까지 주가가 유상증자 발행 예정 가격보다 낮았던 만큼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게 여겨졌다.

상지건설 주가는 연초부터 3월까지 줄곧 5000원을 밑돌았다.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유상증자가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주가 급등 이후 지배구조와 관련된 변동성도 커졌다. 기존 상지건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아틀라스팔천→ 광무·중앙첨단소재→ 상지건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아틀라스팔천 최대주주는 오정강 엔켐 회장이다. 오 회장은 엔켐 지분 21.5%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최근에는 엔켐과 함께 KT 손자회사 이니텍을 인수했다. 지난 1일 245억원을 썼고, 오는 30일 이니텍에 1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엔켐은 본격적인 수직 계열화에 나섰다. 이니텍 인수를 기점으로 기존 관계사였던 광무, 중앙첨단소재와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하는 모양새다.

오 회장의 개인 회사에 분산돼있던 지분을 그룹사 내로 거둬들이면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대선 이캠프 출신 사외이사로
실소유주와 기업사냥꾼 거래 의혹

지난 3일 광무 최대주주는 아틀라스팔천에서 ‘협진’으로 변경됐다. 협진은 엔켐그룹의 전략적 투자처로 알려진 곳이다. 엔켐과 아틀라스팔천 등은 광무 및 중앙첨단소재 등의 2대주주로 남아있는 만큼 엔켐과 협진의 협력 관계는 이어질 전망이다.


협진은 상지건설 지분 14.82%도 보유하고 있는데, 광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상지건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지분을 취득한 지 2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오 회장이 ‘아틀라스팔천→ 광무→ 중앙첨단소재→ 상지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전략적 파트너인 협진과 공동 경영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노린 주식 거래 등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상지건설은 보유하고 있던 CB 120억원어치를 영파, 글로벌제1호조합, 엠제이앤리 등에 153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CB는 2022년에 발행된 건으로 약 1년 뒤인 2023년 11월 상지건설이 132억원에 매수한 것이다.

이번 거래로 상지건설은 약 2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해당 CB 전환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으로 CB 신규 투자자는 단기에 3배 이상 수익이 발생한다.

해당 CB는 보통주 240만주로 전환 가능한데, 이는 기발행주식 수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상지건설 최대주주는 중앙첨단소재로 지분 18.6%(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10% 초반대로 낮아진다.

시장 관계자는 “해당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기존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협진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해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테마주’로 엮인 상지건설을 지배하는 오 회장이 이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언급됐다. 이니텍 투자처 측에 김 전 회장 등 문제의 인물들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당초 이니텍은 PEF 운용사인 로이투자파트너스 및 사이몬제이앤컴퍼니에 매각되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레 인수자가 엔켐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KT DS 산하 금융보안 전문 업체 이니텍의 새 주인은 지난 1일 엔켐으로 낙점됐다.

다시 보이는
엔켐·이니텍

엔켐과 중앙첨단소재가 보유한 이니텍의 주식은 각각 342만주(17.3%), 328만주(16.6%)로 엔켐이 최대주주가 됐다. 문제는 이니텍을 인수하는 두 회사 실적이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엔켐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650억원, 순손실 5711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도 매출 4246억원에 순손실 560억원을 냈다.

중앙첨단소재도 적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순손실 182억원, 2023년 484억원, 2024년 76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엔켐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020억원이지만 단기차입금은 1064억원에 달한다.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엔켐이 현재 보유한 현금보다 많은 셈이다.

지난해 말 엔켐의 유동비율은 70.1%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인 ‘유동자산’을, 같은 기간 내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00%에서 150% 이상이면 기업의 단기적인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나, 100% 이하일 경우 단기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신주 261만2288주를 배정받아 주당 7430원에 매입하기로 한 엔켐은 이달 30일까지 194억원을 납입해 이니텍 신주를 인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지 않은 엔켐의 유동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수 과정서 자금조달에 동참했던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은 지난 3월 김 전 회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유니베스트는 지난 3월12일 KT DS와 이니텍, 그리고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에 ‘이니텍 주식회사 양수도 계약자의 자격 확인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유니베스트는 이니텍 매각 과정에 범죄 연루 의혹이 있는 인물들이 개입해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항의와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공문을 발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니베스트는 “당사는 불법 대북송금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 일명 ‘이용호 게이트’의 당사자인 이용호 전 G&G 회장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사채업자들과 함께 이니텍 인수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항의 및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니텍 우선협상대상자인 사이몬제이앤컴퍼니가 지난 2월27일 제3자인 김 전 회장 등에게 매각됐다는 것이 유니베스트의 주장이다. 사이몬의 주인이 바뀌면서 이니텍 인수 계약자 지위도 제3자에 양도됐다는 얘기다.

알게 모르게
희석된 구조


유니베스트는 “공동계약자 중 1인인 사이먼제이앤컴퍼니는 제3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대주주 지위를 제3자에 넘긴 뒤 대표이사를 선임해 본 계약자의 지위를 제3자에 양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수인 지위를 제3자에 양도하는 것에 대해 매도인 및 매각 주간사가 사전에 통보받고 양도인이 서면동의했는지 매도 측의 입장을 구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유니베스트와 서울프라이빗에쿼티(PE)가 본계약 체결일인 2월28일 각각 계약금 26억원, 58억5000만원을 준비했으나 사이몬이 제3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계약금을 지급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유니베스트는 “사이몬을 통해 지급된 대상 회사의 계약금은 쌍방울그룹이 인수해 운영 중인 코스닥 상장사 비투엔㈜의 관계사를 거쳐 유입된 자금으로 당사는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니텍 임원으로 선임해달라고 통보된 명단에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를 지낸 임무영 전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베스트는 이를 근거로 “매도인은 실질적인 양수인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이 같은 상황임에도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로이투자파트너스와 사이몬 컨소시엄 측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상대 측(유니베스트투자자문)이 이니텍 거래를 깨뜨리려고 일방적인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적인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상한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도 금융기관인 만큼 불법자금을 받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쌍방울 김성태 또 등장
얽히고설킨 ‘검은 손’

한편, 오 회장이 광무를 인수하는 과정에는 A씨가 등장한다. 오 회장이 최대주주(53%)인 아틀라스팔천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설립 이후 증자를 한 적이 없다. 오 회장의 출자금은 5300만원이고, 누군가가 4600만원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오 회장 외의 주주로는 17.01% 지분을 보유한 이승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아틀라스팔천의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신진형씨로 아틀라스팔천의 주주는 아니다. 신씨는 광무(당시 릭스솔루션)의 전환사채 75억원어치를 매입한 에스엘파워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두 회사의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다.

에스엘파워는 에너토크가 지분 전부를 매각하자마자 타인의 자금을 빌려 광무의 전환사채 76억원을 매입했다. 또, 에스엘파워의 전환사채 60억원을 매입한 곳은 전고체 리튬이차전지업체인 비상장사 티디엘이다. 2023년 8월 엔켐의 자회사로 편입된 곳이다.

엔켐은 티디엘 대표이사 김유신의 지분을 198억원에 사기로 하고, 엔켐의 특수관계자인 솔리듐시너지펀드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을 투자한다.

당초 2021년 11월에 잔금 지급까지 끝내기로 했던 에스엘파워는 수차례 중도금과 잔금 지급일을 연기하다가 2022년 2월에 1차 중도금 18억원, 3월에 2차와 3차 중도금 33억원, 4월에 잔금 18억원 등으로 나눠 대금을 치른다. 그런데 그해 2월에 20억원어치, 3월에 25억원어치, 4월에 11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장외매도한다.

에스엘파워에 재매각된 전환사채는 그해 3월과 4월에 걸쳐 주당 464원에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동안 광무는 5대 1의 주식병합을 하게 되고 4605원으로 거래를 재개하는데, 전환한 주식을 바로 처분했더라도 100%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엘파워가 취득한 광무의 전환사채는 오 회장이 소유한 또 다른 회사인 상지카일룸이 인수했던 전량이다. 2021년 3월에 발행됐고 상지카일룸이 3개월 만에 상환을 요구하는 바람에 되샀다가 약 4개월 만에 에스엘파워에 재매각했다.

거미줄
관계도

당시 상지카일룸의 실질적인 주인은 신동걸이었고, 회장은 한종희, 대표는 A씨를 끌어들인 최기보였다. 상지카일룸은 광무 전환사채를 상환받고 난 직후 16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렇게 발행된 신주를, 이미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오 회장의 중앙첨단소재서 인수한다.

광무 인수에 참여했던 엑시옴파트너스, 스트라타조합, 씨에도어투자조합, 리앤리파트너스 등은 모두 광무의 전 최대주주였던 중앙디앤엠과 상지카일룸과 연관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리더스기술투자와 관련이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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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