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의 밤, 환하게 빛나는 거리 위로 우버 로고를 단 택시들이 줄지어 선다. 익숙한 브랜드를 믿고 차에 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황당한 요금과 마주한다. 미터기는 꺼진 채, 정상 요금의 두세 배를 부르는 기사들. 흥정을 가장한 바가지요금이 난무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우버코리아와 지자체는 모르쇠다. 신뢰를 발판 삼아 벌어지는 불법 영업,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에 관광객들은 오늘도 ‘호갱’이 되어 거리를 떠난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택시 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버 가맹 택시가 불법 택시 영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버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믿고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바가지요금의 피해자가 됐지만, 단속과 처벌은 미비한 상황이다.
나라 망신
우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다. 외국인들은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서 익숙한 우버 앱을 통해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서 택시를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우버 택시를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일부 우버 가맹 택시 기사들이 이를 악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버 로고가 부착된 차량을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해 관광객들만 골라 태운 뒤 바가지요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버 가맹 택시는 우버 앱을 통해 호출된 승객뿐만 아니라, 길거리서 직접 호객해 승객을 태우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들은 우버 로고를 신뢰하고 탑승하기 때문에 불법 영업을 하는 기사들에게 타깃이 되기 쉽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일부 우버 가맹 택시기사들은 ‘빈 차 표시등’을 끄고 외국인만 찾아다니며, 미터기를 켜지 않은 채 요금을 흥정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특히 명동, 남산, 동대문, 이태원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카카오톡 채팅방을 이용해 주요 관광지를 나눠 담당하고 있으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관광지서 단속이 진행되면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손님을 태우는 위치와 요금을 미리 조율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바가지요금의 수준도 심각하다. 명동서 김포공항까지의 정상 요금은 2만원대지만, 불법 영업 택시들은 6만원을 요구하는 등 두세 배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특히, 심야 시간이거나 기상악화로 인해 택시가 부족할 때는 요금이 더 높아졌다.
‘호갱’ 관광객만 태우고 ‘바가지요금’
단속 뜨면 사라지고 떠나면 다시 모여
제보자는 2023년 5월경 처음으로 불법 택시기사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택시기사였던 그는 당시 외국인 승객을 태우려다 불법 택시기사와 다툼이 생겼다. 이후 제보자가 불법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이들은 지속적으로 그를 감시하며 협박을 가했고, 실제로 차량을 막아서거나 창문을 두드리며 외국인을 강제로 다른 차량에 태우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경찰과 구청에 여러 차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미뤘고 구청은 단속을 나가도 해당 지역서만 잠시 머물다 떠나 불법 영업 차량들이 쉽게 회피할 수 있었다. 단속 차량이 등장하면 불법 영업 차량들은 잠시 자리를 피한 뒤 다시 나타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으며, 단속반도 형식적인 활동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부당 요금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바가지요금에 당할 수 밖에 없다. ‘장기정차 여객 유치’와 ‘빈 차 표시등 위반’ 신고를 통해 일부 차량이 적발되기도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실제로 빈 차 표시등 위반 등의 경미한 위반 행위로 신고된 경우에도, 운수사에 1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제보자는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 요금으로는 신고가 불가능해서, 장기정차 여객 유치와 빈 차 표시등 위반으로 신고를 해왔다”며 “구청서도 운수종사자는 3회 과태료 처분 후 4회째 적발 시 면허가 취소돼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일부러 택시기사가 아닌 운송사업자에게 고작 10만원 과태료만 부과하는 식의 솜방망이 처벌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 정차 여객유치 신고는 과거에 한번 운전자 과태료 처분을 하더니, 이후에는 정차 시간 동안 전부 동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며 안 받아주고 빈 차 표시등 위반 신고는 아예 운수사에만 10만원씩 부과하고 있다”며 “운수사의 경우 횟수 제한 없이 10일 영업정지 또는 10만원 과징금이기 때문에 과징금만 부과해서 사실상 불법 영업이 용인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용지물 단속 솜방망이 처벌
실질적 단속 없고 해도 형식적
이 과정서 제보자는 개인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불법 영업을 하는 기사들이 신고를 당하자 불법 경로를 통해 그의 신상을 알아내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네가 왜 물을 흐리냐”며 지속적인 영업 방해를 했고, 승차거부 허위 신고 등 보복으로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제보자는 “회사 내부서도 불법 영업 기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직원이 있었고, 퇴근할 때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며 “내부적으로도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고 토로했다.
우버코리아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제보자는 우버코리아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처음에는 조치를 약속했지만 이후에는 아무런 대응 없이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우버코리아는 자신들은 플랫폼 제공업체일 뿐, 개별 기사들의 영업방식까지 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요시사>는 우버코리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경찰과 지자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보자는 불법 택시 영업을 신고하고 단속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지자체도 이를 무시하거나 방관했다.
제보자는 “경찰은 자기들 일이 아니라며 떠넘기고, 지자체는 서울시장 핫라인에 제보하라고 해서 신고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구청서도 똑같은 답변만을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단속은 하지 않았다. 단속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신고를 하더라도 2~3개월이 지나야 심의가 진행되는 등 지나치게 느린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온적인 대응은 불법 영업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서울의 불법 택시 영업 문제는 개별 기사들의 일탈을 넘어, 경찰과 행정기관, 공공기관의 묵인과 유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불법 영업 택시들은 단속의 허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법적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정직하게 영업하는 택시기사들이다.
수수방관
불법 영업을 주도하는 우버 가맹 택시기사, 이를 방관하는 우버코리아와 방치하는 경찰, 행정 당국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불법 영업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입으며 서울은 ‘불법 택시가 성행하는 도시’로 낙인찍힐 상황에 처해 있다.
제보자는 “우버코리아는 브랜드의 신뢰성을 위해 가맹 택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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