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5 00: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료계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압박하고 국민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할 상황이다. <일요시사>가 의료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봤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응급실서’ 환자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사건으로 일부 병원이 보건복지부의 철퇴를 맞았다. 지난 13일에는 응급실서 대기 중이던 노인이 아무 조치도 받지 못한 채 7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 거부 일반 국민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응급의료체계의 구멍이 확인되면서 대책 마련 요구가 확산됐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의료정책에 손대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 정원을 늘려 필수 의료·지방 의료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의대생과 의사단체는 의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필수 의료 기피, 지방 의료 붕괴 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쉐마미술관서 고 황창배 화백의 22주기 기획초대전 ‘괴산의 그림쟁이’를 준비했다. 황 화백은 한국화의 영역을 확장한 작가로, 이번 전시는 작고 22주년을 기념해 그의 발자취와 정신을 기리는 취지로 마련됐다. 황창배 화백은 서울서 태어나 대학까지 서울서 마친 ‘서울 토박이’ 작가다. 그런 그가 서울 화실을 정리하고 충북 괴산의 외딴 사과나무골 옆으로 작업실을 옮긴 것은 1990년이다. 운명하기 전 마지막 10년을 보낸 곳도 괴산이다. 화법 버리고 황 화백은 1947년 서울 태생으로 초·중·고를 다녔고 서울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1978년 31세의 나이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서양화 화단에서는 반국전 운동이 일어나는 등 전위미술 운동이 한창 전개되던 시점이었다. 반면 한국화와 조각은 국전을 통해 화단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했던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동양화가의 대통령상 수상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명지전문학교에 재직 중이던 황 화백은 대통령상 수상의 부상으로 유럽미술관 순방 기회를 얻게 됐다. 이 기회를 통해 그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 교수가 오랜 시간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은 뒤늦게 교수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대학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취업박람회’가 된 모양새다. 대학을 가리키던 ‘학문의 요람’은 고리타분한 수식어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북대는 썩었다.” 지난 10월17일 경북대 국정감사에서 나온 표현이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최근 경북대서 음악학과 교수 7명이 특정 후보에게 특혜를 줬다가 검찰에 송치되는 등 경북대는 교수 채용 비리의 온상이고 총장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3년간 경북대 교원 범죄 건수가 80건으로 국립대 중 가장 많을 만큼 경북대는 썩었다”고 일갈했다. 국감서 질타 지난달에는 치의예과 입시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해당 의혹은 유명 학원강사가 자신의 SNS에 고3 수험생이 보낸 문자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문자에는 같은 학교 재학생 중 한 명이 학교 교사로부터 ‘여긴 우리 학교서 한 명 뽑아주기로 했으니 여길 써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대는 “합격자 내정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북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세계 정세가 혼탁하다. 전쟁은 세계를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고 경제 지표는 바닥을 향하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다. 출범 2년째를 맞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중국과 동아시아, 중동 국가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외교 전문가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에게 물었다.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은 “내년에도 세계적인 환경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전쟁이 두 건이나 일어났고 그 여파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새해에도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은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여파 직간접 영향 윤 회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란과의 상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다시 동결됐기 때문이다. 60억달러에 이르는 대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돈이었다. 그동안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에 묶여 있다가 지난 9월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과 미국에 억류된 이란인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서 황영성 작가의 60년 화업을 반추하는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를 준비했다. 1950년대 말 황영성의 초기 구상회화 작품부터 다양한 매체 실험을 시도한 2000년대 입체 작품까지 총 110여점을 소개한다. 황영성 작가는 1941년 강원도 철원서 태어나 6·25전쟁 당시 광주에 정착해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5년 전남 나주 영산포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1967년 국전 입선, 1973년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5개 전시장 황영성의 회화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가족’이다. 황영성이 60여년간 일관되게 천착해온 주제인 가족은 소박한 시골집서부터 대자연의 뭇 생명으로 확대되고 마침내 세상 만물의 공생을 담는 우주로 확장됐다.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에는 남도 화단의 맥락 안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화법을 탐구해온 황영성의 긴 화업이 담겨있다. 가족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다각도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전남도립미술관은 5개 전시장에 6개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1부 ‘자연주의 구상회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은 2000년대 들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공업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고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오면서 구로구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됐다. 이제 남은 곳은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 신도림동의 마지막 불모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지하철 1·2호선이 지나가는 신도림역은 ‘환승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혼잡도가 높다. 신도림역을 이용하진 않아도 이름은 알 정도로 악명이 높은 환승역이다. 과거에는 환승 승객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역 주변이 발전하면서 승·하차 인구도 크게 늘었다. 하나 남은 낙후 지역 신도림동은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대단지 아파트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구로구서 가장 발전한 지역으로 성장했다. 반면 준공업지역인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다. 소규모 공장과 연립주택 등이 많아 잘 정비된 지역과 비교해 유독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는 2009년 서울시가 마련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2012년 우선정비대상구역으로 지정됐다.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 일대 19만6648㎡ 규모의 낙후 지역에 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60년 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단단히 맞잡은 손이 만든 ‘카르텔’에도 생채기가 났다. 그동안 ‘표절은 있지만 표절 시비는 없었던’ 한국미술사학회는 처음으로 논란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꼭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김모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투고한 학술논문이 자신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0932). 한국미술사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표절 의혹을 심의했고 지난 8월 최종 결과를 내놨다. 환영하지만…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쓰는 과정서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경미하다는 게 한국미술사학회의 입장이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게재하고 3개월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으로 논란을 갈무리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수여한 ‘올해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페이지룸8이 한지민 작가의 개인전 ‘야생 정원’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페이지룸8에서 기획한 ‘모나드 판화’의 4번째 초대 작가전이다. 한지민은 섬세한 선으로 이뤄진 인체 형상을 탁월한 리노컷 기법으로 활용하는 작가다. 페이지룸8은 판화의 기법과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해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인 ‘모나드 판화’를 기획했다. 김가슬, 윤일권, 지야솔, 한지민 작가가 참여했다. 네 번째 전시는 한지민이 준비했다. 반전의 반전 한지민의 개인전 ‘야생 정원’은 주변 환경서 수집한 이미지서 출발한다. 도심 어느 곳에서나 출몰하는 길고양이, 바닥을 쪼고 있거나 차도에 등장하는 비둘기, 차도와 인도, 길과 건물을 구획하는 수많은 펜스 뒤로 후미진 곳에 모여서 살아가는 이름 모를 잡초까지. 도시에도 자연이 있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한지민은 도시라는 자연에 강인하게 단련된 거리의 동식물에게 주체권을 건넨다. 인간의 관점서 바라보는 도시라는 ‘인공 자연’은 그들에게는 ‘야생 정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중적이고 모호한 경계의 세계서 작가가 아름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지에 몰린 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고양이를 물거나 납작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순응을 택한 쥐는 고양이의 눈을 피해 살길을 찾으려 든다. 깊게 몸을 수그리고 살살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고양이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다가 앞발을 휘두른다. 쥐는 바닥에 늘어진다.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퇴로가 차단된 상태서 ‘가둬놓고 패는’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무너진 하늘 틈으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문재인정부와는 ‘밀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독했던 터라 윤석열정부의 태도에 더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꽃길 끝나고 가시밭길로 결국 카카오는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해 정부의 방향에 발 맞추기로 한 것. 현재 최대 화두인 윤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카카오가 힘을 더하는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 결과서 뉴스 제휴 언론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지난 5월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두가 입을 다물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3개월짜리 시한부 공지를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렬한 반성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전무하다. 보다 못한 미술사학계 원로 교수가 나섰다. 지난해 12월 김모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발표한 학술논문이 김 교수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깜깜이 회의 한국미술사학회가 구성한 연구윤리위원회는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경미한 정도로 판단된다’는 최종 심의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명시하고, 10월31일부터 12월31일까지 3개월 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우수논문상을 수여한 전 집행부나 학술논문을 피어 리뷰(동료 평가)한 3명의 교수,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작성하는 데 참고한 서울대 박사논문의 지도교수 등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화랑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권옥연 화백을 조명한다. 올해는 권 화백이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이에 맞춰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이 열린다. 관람객은 다음 달 16일까지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권옥연 화백은 특정 사조나 단체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독특한 톤과 색채 등 특유의 화풍으로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펼친 작가다. 현대화랑과는 1972년 개관 2주년 전시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1985년에는 개인전을 개최했다. 중후함 권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권옥연 그레이’로 알려진 특유의 회색빛 인물과 풍경이 한 자리에 놓인다. ‘부인의 초상’ ‘절규’ ‘달맞이꽃’ ‘귀향’ 등 회색 풍경 이전의 1950년대 초반 작품부터 작고 직전인 1990년대까지 주요 작품 20여점을 함께 선보인다. 디지털 아카이빙 비디오를 통해 권 화백의 생애와 작품을 함께 살피는 회고전 형식으로 준비했다. 1950년대 권 화백이 프랑스서 유학생활 당시, 시인이면서 초현실주의 주창자였던 앙드레 브르통은 그의 작품을 두고 ‘동양적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라고 호평했다. 그 시기의 조형 의식이 담긴 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날 노인은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른다. 나란히 걷고 있던 아내는 또 어떤가. 소식을 들은 유족은 황망함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한다. 피해자와 그 유족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수 있을까? 죄를 지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가하는 사적 제재는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이 만든 사각지대다. 어떤 피해자는 날벼락을 맞고도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나이 낮추자 서울 노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30분쯤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서 70대 남성이 위에서 떨어진 주먹 크기의 돌에 맞아 숨졌다. 사망한 노인은 당시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는 동갑내기 친구인 초등학생 2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방화문을 고정하기 위해 괴어둔 돌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돌을 던진 초등학생에 대해 ‘입건 전 종결’ 처리했다. 처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곪았다. 메스를 들이대기엔 환부가 너무 넓다. 사안 하나를 봉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 사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나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중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이 사용승인(준공) 허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여전히 새것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입구 쪽으로 가면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1층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가 내건 것이다. 현수막에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건축, 분양 등의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진구청 등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부실시공 의혹이었다. 주차장, 빗물받이, 장애인시설 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시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상 6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의 화면 위 기억 조각들은 이 순간에도 관리하고자 치닫는 권력 체계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급류의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지금도 분투한다.” - 김정인의 작가노트 중. 김정인 작가의 개인전 ‘픽셀 메모리’가 라흰갤러리서 열린다. 김정인은 개인으로 상정되는 여러 파편 이미지를 접붙여 급변하는 시대적 현상을 성찰하고 모종의 관계망을 구축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와 인물, 틈새와 천, 스케치 등 단편적인 조각을 정방의 픽셀 패턴으로 반복해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인 형상을 표현했다. 납작하게 이전까지 김정인은 이미지를 화면에 납작하게 쌓곤 했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다중적인 경험을 한층 입체적인 층위로 축적해 시간성이 해체된 이미지를 직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억으로서의 이미지를 분절한 후 이를 픽셀 단위로 무수히 나열해 누실된 시각적 기억을 회화로 조립하는 식이다. 김정인은 인간의 망각을 배제하기보다는 가시화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망각을 촉진하는 속도에 회화적으로 저항하기를 시도했다. 그의 소실된 기억을 은유하는 대표적인 대상은 전시의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 나무. 이 모티브는 변화를 요구하는 세상의 압력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등의 가치는 경쟁 과정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서 같은 신호에 따라 같은 거리를 달려 거머쥔 승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역할은 심판에게 부여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상황서 다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꼼수를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도덕 대신한 꼼수 최근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서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지원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7월 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들 사이서 제기된 의혹은 4개월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서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교대는 5월24일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게시했다. 국어교육과·수학교육과·미술교육과에 각 1명씩 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검찰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법원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1심 재판의 결과와 선고 시기가 총선 나아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시시각각 가늘어지고 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300석을 두고 여야는 이미 전쟁에 돌입했다. 선거를 지휘할 감독을 뽑고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등 선거 때마다 판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들이 일어났다. 정치권은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유불리를 따지며 표 계산에 분주하곤 했다. 금고형 이상… 내년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 대선 경선 시기인 2021년 8월 처음 불거졌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0.5선 배지’를 달고 숱한 위기에도 당 대표 자리를 놓지 않았다. 이후 2년여 동안 검찰과 이 대표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총선, 대선 때까지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서 김명주 작가의 개인전 ‘정화된 밤(Transfigured Night)’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을 도자와 회화로 재해석한 작품이 소개된다.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은 힘과 생동감이 넘치는 음률로 유명하다. 독일의 서정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 중 하나인 ‘정화된 밤’에 쇤베르크가 곡을 붙인 현악 6중주곡은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김명주 작가의 개인전 ‘정화된 밤’에서 쇤베르크의 곡을 작품으로 옮기는 이색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음악을 김명주는 이번 전시서 도자를 활용한 입체작품과 설치 회화, 드로잉을 동시에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 음악과 데멜의 연작시서 차용했다. 관람객은 음악적인 감성과 시적인 운율이 느껴지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이 170㎝의 대형 입체작품 ‘자화상’은 도자의 조형토 작업이라기보다 회화 작품서 방금 빠져나온 듯한 감성적인 생동감을 발산한다. 자유롭게 빚은 흙과 흘러내리는 유약의 시각효과는 어떠한 형상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대표이사는 취임 13년 만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다. 금융감독원, 검찰 등이 전방위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부회장)가 나타났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했다. 취임한 지 13년 만이다. 이날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과 관련해 산적해 있는 논란을 두고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았다. 어디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질문 중 가장 화두가 된 부분은 이화그룹 관련 내용이다. 메리츠증권은 이화그룹 거래 정지 전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매도, 직무정보 이용 사적이익 취득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10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지분 32.22%를 전부 팔아 손실을 피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에 400억원을 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치킨 전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치킨업계를 대표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명분도 과정도 뜬금없는 상황에 그 배경을 알아보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박현종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가 해임됐다. bhc 지주사 GGS는 발 빠르게 새 대표이사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세웠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bhc=박현종’ 공식이 깨진 순간이다. 손 못쓰고 당했다? 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GGS 등기임원이자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인 차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 해임,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8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산하 자회사에서 박 전 대표와 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각 신임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박 전 대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대표도 맡아왔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페이지룸8(에잇)서 손지영 작가의 개인전 ‘샤텐발트(Schattenwlad): 그림자의 숲’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유화 작품은 서울 북촌에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소재로 제작했다. 손지영 작가가 준비한 개인전 ‘샤텐발트’에는 한국서의 작업 활동과 독일 유학생활이 집약적으로 담겨있다. 손지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천착했다. 해가 지면서 ‘산’이라는 대상 자체가 그림자로 바뀌어 보이는 것에 주목해 회화와 입체 작품으로 담아냈다. 낮의 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빛과 어둠, 실재와 그림자 등 하나의 큰 맥락서 파생되는 소주제로 이어진다. 조각을 전공한 손지영은 이 같은 주제 사이서 대상의 입체감과 평면성을 어떤 개념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지를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형상을 변주하며 발전시켜왔다. 특히 이번 전시서 선보이는 입체와 회화는 손지영이 일상서 경험한 시각적 장면으로부터 모티프를 가져온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 경남창작센터에 입주한 손지영은 낮에 산책하며 본 산과 밤에 본 산이 동일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어둠이 되면서 거대한 입체감이 무색하게도 완전한 평면으로 변해 보이는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