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 ‘의정 갈등을 말하다’

“완전히 붕괴해야 대안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개혁’이라는 이름의 큰 그림은 이미 사라졌다. 한쪽이 제안하면 다른 한쪽이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화폭은 누더기가 됐다. 수십년 전, 첫 붓질부터 잘못 칠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 이 문제에 천착한 한 노(老) 교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이른바 의정 갈등의 시발점이다. 같은 달 전공의는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학교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공의-개업의-의대생-의대 교수 등 의료계는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정부에 맞섰다.

무너진
단일대오

정부는 ‘의료 개혁’을 내세우며 의료 현장을 바꾸겠다고 나섰고 의료계는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의정 갈등은 12‧3 비상계엄 사태서 나온 포고령에도 언급될 만큼 지난해를 달궜던 이슈다. 당시 포고령에는 ‘48시간 이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처단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린 지도 1년이 넘었다. 정부는 당근을 주고 채찍을 휘두르며 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했지만 의사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정부가 2026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며 그 조건으로 ‘3월 말까지 의대생 복귀’를 내세우자 상황이 달라졌다.

의대 정원 백지화로 배수진을 친 정부에 학교가 호응했다. 더 이상의 집단 휴학은 받아줄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등록 기간까지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은 학칙에 따라 제적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실제 일부 의대는 미등록 학생을 제적 처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와 학교의 강경한 조치에 의대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80%가량이 등록했고 서울대는 전원 복귀를 결정했다. 일부 의대생 사이에서는 등록 후 휴학한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대체로 수업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의대생의 단일대오가 깨진 셈이다.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현 상황서 의대생과 전공의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의대 정원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라며 “이 상황서 의대생이 복학하지 않으면 누구 손해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대생 개인과 그 부모, 사회까지 모두가 손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민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이 수업을 거부하면 배출되는 의사 수가 줄어드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의대생은 빨리 의사가 되는 게 사회에 이바지하는 방법인데 1년을 허비했다”고 한탄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그들은 일단 의사면허가 있지 않나.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지 않아도 일반의로 개업해서 살아갈 수 있으니 의대생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2000년 건보 통합 이후
지방 의료‧필수 의료 붕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사무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서 발간하는 <ISSUE PAPER>, 지난해 7월 쓴 저서 <의료개혁 무엇을 어떻게?> 등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냈다. 특히 이번 의정 갈등이 일어나기 십수년 전부터 한국 의료의 붕괴를 예측하는 등 의료 정책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의료 제도가 밑그림도 없이 만들어진 ‘사상누각’ 상태라고 진단했다.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정책 입안자의 부족한 인식이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는 사회적 갈등을 더했을 뿐 한국 의료는 이미 붕괴 상태로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이 교수는 윤정부가 내세운 ‘2000명 증원’에 대해 비판했다. 의대 입학 정원을 한꺼번에 65%나 늘리는 방식은 의료계에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 부족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의약분업 직후 351명이 감축돼 3058명으로 정해진 후 20년 동안 유지됐으니 (의사 부족은) 예상된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저서 등을 통해 의대 입학 정원을 700명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351명이 감축된 수준으로 20년이 지났으니 그 2배 정도로 증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700명 증원도 좀 많을 수 있다”며 AI(인공 지능)의 발달, PA(진료 지원) 간호사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700명이든 2000명이든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의료보장제도를 시행하면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 계획을 통해 정책을 설계하고 국가 상황에 맞게 시행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되는 대로 정책을 진행하면서 본래의 의도나 취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의료 사회화’라는 키워드를 인터뷰 내내 중요하게 언급했다. 의료 사회화는 모든 국민을 건강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는 경제력에 비례해 징수하면서 의료서비스는 낸 보험료와 무관하게 누구나 똑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의료를 인간의 ‘기본권’ 개념으로 본다.

계획 없이
정책 급급

이 교수는 “2012년에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 시간이 생겨 펠스타인이라는 의료경제학자의 저서를 읽게 됐다. 펠스타인은 사회적 권리로 의료를 보장할 때 의료서비스 배분은 시장에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료서비스가 시장 수요에 따라 나뉘면 환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재정 고갈 등)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의문을 품은 부분은 한국 환자의 본인 부담률과 의료 이용률 간의 상관관계였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내는 의료비용이 커지면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한국은 본인 부담률이 전 세계서 제일 높은 수준인데도 의료 이용률 역시 일본과 함께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는 이를 제지할 장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가 시장 논리가 아니라 공공재라는 개념서 배분돼야 하는데 이를 강제할 제도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가 내세운 방책은 ‘필요도’에 따른 의료서비스 배급제다. 의료기관을 계층화해 환자를 분류해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배급의 주체는 정부나 보험자(건강보험공단)가 된다.

이 교수는 “1977년 7월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때 사회보험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시작된 점이 현 상황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 1인당 소득 1000달러 달성 이후 극빈층,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복지혜택을 베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의료보험제도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런 상황에서도 ‘의료기관이 영리화돼서는 안 된다’ ‘의료보험제도는 보험료로 조달되는 재정 범위 안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지켜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교수는 2000년 7월 의료보험조합을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한 것을 의료 붕괴의 시발점이라고 봤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관련 문제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이 교수는 진료권과 비급여 문제를 언급했다. 1989년 7월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전국을 140개 중진료권, 8개 대진료권으로 분류했다. 중진료권은 시‧군‧구, 대진료권은 도 단위로 나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에 사는 주민은 지역 의료기관을 우선 이용해야 한다. 서울 소재의 병원서 진료받기 위해서는 지역의 3차 의료기관에서 소견서를 받아야 했다.

수요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당연히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환자 수가 제한됐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이 제기되면서 1995년 8월 대진료권, 1998년 10월 중진료권이 폐지됐다.

이 교수는 “의료 지역화를 완전히 포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KTX 개통으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면서 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은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환자가 서울로 몰리니 의사나 병원도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날 지역의료의 붕괴는 진료권을 철폐한 의료정책이 초래한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비급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 가격을 누가 설정하냐면 의료기관이 한다. 이 과정서 초과 이윤이 발생한다. 의료서비스가 공공재로 기능할 때 초과 이윤을 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이 깨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문제는 필수 의료의 붕괴로 이어졌다.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의료기관이 정할 수 있다 보니 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이런 과정서 의사 배치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소아과는 거의 모든 진료가 건강보험에 포함된 급여 항목이다. 하지만 미용, 성형은 어떤가? 부르는 게 값이다. 의사들도 수지 타산을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윤정부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하게 의사가 부족해서 지역의료가 붕괴하고 필수의료가 망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의사를 2000명 ‘듬풍듬풍’ 늘리면 여기저기에 난 구멍이 메워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부 의사들도 이에 동조해 의사 집단을 몰아갔다”고 꼬집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환자의 의료 공백 체감도는 높지 않다. 이 교수는 비급여 비용을 커버하는 ‘실손보험’을 언급했다. 실제 기자는 최근 한 대형병원서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검사비로 22만원을 냈는데 실손보험을 통해 20만원을 보장받았다. 본인 부담은 2만원인 셈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 교수는 실손보험을 ‘비급여용 보험’이라고 칭하면서 이로 인해 의료민영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은 실손보험이라는 민간보험이 보장하면서 의료기관이 이미 영리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결국 그 끝은 건보재정 고갈로 인한 의료 붕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환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빅뱅이 곧 일어날 것이다. 제도가 완전히 붕괴하기 전까지는 대안이 나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그 시기를 2030년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건보 재정이 마르는 시기로, 이 교수는 “도저히 제도를 지탱할 수 없게 되는 때”라고 말했다.

결국 이 교수는 의료 문제가 정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사회 상황 따라 정책 바꿔야
공보의 제도 “수명 다했다”

그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의료의 사회화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는 당연하다”며 “건강보험제도를 통한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는 공공재가 돼 의료의 배분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의대 정원 결정과 같은 사항 역시 정부의 역할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놓고 의료계가 반발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공공의료’ ‘필수 의료’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강보험 의료는 공공재다. 그런데 건강보험 의료를 ‘공공성이 강한 사적재화’, 이런 식으로 정의해 버렸다. 또 공공의료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서 공공병원서 하는 의료만 공공의료라는 이상한 인식이 생겼다. 나머지는 전부 민영 의료로 치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 재정, 그러니까 건강보험 재정으로 운영되는 모든 의료가 공공의료다. 다시 말해 한국에는 공공의료밖에 없다. 이걸 법으로 나누면서 공공의료는 선, 민간 의료는 악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필수 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서 보장하는 모든 의료가 필수 의료”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니 필수 의료니 나눠놓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가족계획 사업이 1962년부터 시작됐다. (합계)출산율이 국가가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면 그 사업을 멈춰야 할 것 아닌가. 가족계획 사업이 언제 중단됐는지 아나? 노무현정부 때다. 뭐든지 하나를 잡으면 사회가 바뀌든지 말든지 주구장창 간다. 그만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관료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다른 예로 공보의(공중보건의사) 문제를 꼽았다. 일부 지역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들이 보건 업무로 군 복무를 갈음하게 한 제도다. 산간벽지나 섬 등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에 공보의를 배치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 교수는 “아무리 의사가 없다 해도 지금은 면 단위에 가정의학과 하나씩은 다 있다. 옛날처럼 공보의가 아니면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공보의들이 뭘 하는 줄 아나? 처방전 써주는 일이나 하고 있다. 공보의 제도는 1980~1990년대 이후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말했다.

2030년대 중반
“빅뱅 온다”

이 교수는 정부 정책에 따른 의료계의 대응 방안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도 “계속 이런 상태로 가면 의사는 국민에게 더는 이해받을 수 없는 집단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는 의사들도 중지를 모아야 한다. 지금 의사단체는 개업의, 전공의, 교수, 이런 식으로 나뉘어 있지 않나. 대의 기능이 없는 상황이다. 의견을 모아서 정부와 이야기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방식으로 가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