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0주기 특별전’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

말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봄 기획전으로 월전 장우성의 20주기 특별전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를 준비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장우성의 중·후반기 회화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월전 장우성은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의 전개와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 문인화의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대감각을 접목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산수화는 장우성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독특한 소재

장우성은 다양한 자연현상을 작품에 담아내며 산수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백두산과 금강산, 설악산은 물론 외국의 풍경까지 폭넓게 아울렀다. 남북 분단, 환경오염, 인성의 타락 등 현실 인식에 기반한 산수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끔하다: 월전 장우성의 산수화’는 장우성의 20주기를 맞아 작품 세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르인 산수화를 집중 조명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붓과 먹, 그리고 색으로 작업한 풍경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각 탐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우성은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이 전면적으로 서구화돼 가던 20세기 전통 시대 문인화의 목표와 조형성에 기반해 작품세계를 일궜다. 장우성의 시도는 20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경향을 이뤘다.


장우성은 과거 산수화의 제재를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그려냈다. 예전에는 잘 다뤄지지 않은 기상현상, 바다와 파도 등에 주목하면서 작품세계의 범주를 넓혀갔다. 산수화의 대표적인 제재 중 하나인 도원도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은 뒤 우연히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도원에 다다른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조선시대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장우성은 복숭아꽃이 가득 피어있는 나무가 자리한 도원 한편의 모습을 묘사했다. 클로즈업한 시감과 진한 채색을 통해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도원도를 창조했다.

자연현상부터 현실 인식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 조명했다

장우성 산수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달을 시각화했다는 점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달을 좋아했고 ‘달빛이 비치는 들판’이라는 뜻의 ‘월전’을 아호로 사용했다. 과거 동아시아 지식인에게 달은 정서를 투영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대상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에 비해 그림의 주요 소재로 다뤄진 경우는 드물었다.

장우성은 달 이외에도 별, 비와 눈,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상현상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눈 그림에는 화면 하단 3분의 2를 차지하는 눈밭과 그 위로 떨어지는 눈이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설경의 뉘앙스를 어떤 작품보다도 효과적이고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국내의 명소와 외국의 풍경 등 실경도 다뤘다. 여타 산수화와 표현 방식을 공유하면서도 실제 경치의 특징을 담으려 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은 특유의 상하로 뾰족한 여러 개의 바위 봉우리가 강조돼있으며 남산은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남산타워를 도드라지게 그렸다.

마닐라 해변을 다룬 작품은 짙은 검은색 야자수와 석양을 통해 필리핀 해변의 이국적 정취를 가득 담아냈다.


‘백두산 천지도’는 여타 작품과 약간 다르다. 장우성이 1975년 정부의 의뢰로 제작한 공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축 국회의사당의 장식화로 놓였다. 백두산 천지의 실제 모습을 토대로 구체적이고 자세한 묘사와 진한 채색을 이용해 높이 2m, 폭 7m의 작품을 완성했다.

장우성 산수화의 백미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작품이다. 남북 분단의 안타까움을 반영한 ‘단절의 경’ 시리즈, 세계의 혼란에 대한 은유인 ‘화산폭발도’와 ‘산불’,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황사’와 ‘적조’, 인성 타락을 표현한 ‘귀관’ ‘적광’ 등이다.

동서고금의 산수화와 풍경화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로 장우성 산수화의 결론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우성은 풍경과 연결 짓기 어려운 현실 인식을 독특한 구상의 화면과 메시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의 산수화가 미술사적으로 독특하고도 유의미한 산물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표현

장학우 관장은 “붓과 먹, 색으로 표현된 장우성 선생의 다양한 자연 인식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가 월전 장우성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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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