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우주를 품다’ 김덕용

생명의 순환을 하나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오는 5월20일까지 작가 김덕용의 개인전 ‘宇宙를 품다: Embrace the Universe’를 선보인다. 김덕용은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덕용은 전시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그의 특성은 전시 제목에 가장 잘 드러난다. ‘결’ ‘빛’ ‘담다’ ‘스미다’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품다’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한국의 여인상, 차경 내부에 놓인 달항아리나 책과 같이 구상화된 시리즈 외에도 바다, 산수, 별, 우주 등을 추상화한 이미지로 그려낸 대형 신작을 소개한다.

옛 재료

김덕용은 한국의 색을 오랜 시간 품어온 단청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우주를 품고 생명의 순환과 영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품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이해, 끈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아이 한 명을 품는 일이 소녀를 어머니로 변화시키고 상처를 품은 조개의 생명력이 진주를 만들어낸다. 김덕용이 우주를 품는 방식은 정체성의 뿌리와 기억에 대한 사색,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저 멀리 닿지 않는 하늘을 향한 관찰, 생의 환경에 주어진 재료와 씨름하며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김덕용은 전시 ‘결이 흐르는 공간’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에 바다를 담았다. 바다를 표현한 자개는 꼼꼼한 작가의 손끝과 의도에 따라 가지런히 배치됐다. 인위적인 느낌보다 본래의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배려한 인상이다. 흙과 바다의 기운으로 생성된 자연의 색채, 압축된 시간과 수백, 수천의 조개가 갖고 있는 생명 에너지가 표면서 영롱하게 빛난다.


대학 시절 종이와 먹으로만 제한된 과제를 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던 김덕용은 어릴 때부터 색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어머니·바다를 자개에
일체성을 보여줄 전시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어두운 나무 위에 이 정도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재료와 색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덕용은 옛 소재와 재료에 현대미술의 시대적 감상과 요구를 접목해 작품을 재탄생시켰다. 두렵고 깊은 바다를 수놓은 자개 위로 창과 문을 배치한 ‘차경’은 시공간, 생명, 귀소, 한국의 멋과 정취까지 모던하게 드러낸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 ‘자운영’의 여인은 주름지거나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둥글게 펼친 자개빛 한복 치마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단아하고 힘 있는 얼굴에는 헌신적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담겨있다. 본질을 찾고자 어려운 길을 개척해온 김덕용의 작업이 ‘한국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확장돼 자연에 대한 감탄과 명상으로 이어졌다고 해석된다.

나무와 자개에 본래의 결이 있는 것처럼 작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도 결이 남는다. 여인의 치마 실루엣에 둥글게 펼쳐지며 밤하늘에 별이 운행하는 모습은 뚜렷한 동심원을 그린다. 나무를 태우고 숯을 쌓아 올린 작품에 본래 나무판이 갖고 있던 결과는 전혀 다른 표면이 드러난다.

단단한 기초 위에 새롭게 만든 김덕용의 결은 리듬을 따라 순환하는 원형으로 흐르며 ‘宇宙를 품다’라는 전시 제목에 상응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김덕용은 “바다로부터 온 자개로 탄생의 근원을, 까마득한 우주서 죽음에 대한 근원을 담으며 순환하는 자연 세계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고 말했다.


현대의 요구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생명의 시작인 어머니로부터 바다의 차경을, 여러 빛깔의 자개 구슬로 화양연화를 나타내는 삶의 이야기, 심현의 별과 산수로 생명의 순환, 영속을 나타내려는 김덕용의 작업은 꾸준하고도 성실하게 확장돼가는 중”이라며 “그가 여러 소재를 다루며 많은 형상을 표현하는 것은 생명의 순환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일체성을 이번 전시서 확인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jsajang@ilyosisa.co.kr>


[김덕용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국내는 물론 홍콩,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프랑스, 중국,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와 국내 미술관, 화랑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두바이 아트페어, 아트 런던, 아트 마이애미, 아트 센트럴, 아트 파리 등 주요 국제아트페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박수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스위스한국대사관, 아부다비관광문화청, 에미레이트전략연구조사센터, 외교통상부 등의 기관이 소장 중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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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