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협 800억 부실 대출 의혹⋯‘평택 PPO 펀드’의 붕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0.24 16:30:47
  • 호수 1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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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회장 “나는 몰랐다”
LTV 88%인데 누구 지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부실 대출로 800여억원 넘게 손해를 봤다. 신협의 투자관리팀장, 조합여신평가지원팀, 여신투자본부장 등은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의 담보인정비율(LTV)이 88%에 달하는 고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이하, PPO)의 백화점 부문 운영사인 ‘베스트원’은 1순위 대출권자인 농협은행, MG새마을금고에 이어 신협을 포함한 9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465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개발 지연 등으로 연체가 발생하면서 최저 낙찰가인 약 2710억원에 공매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담보 팔아도
2100억 손해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2월 선 순위로 1700억원을 대출했으나, 지난해 5월부터 대출 이자를 받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도 함께 1000억원을 대출해주고 못 받은 상황이다. 이어 신협을 포함한 9개 투자기관은 18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 이 가운데 신협이 800억원을 투입해 가장 큰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총 3개동을 신축하기로 한 PPO는 1차 사업장이 이미 준공된 상태로, 2차는 지난 1월, 3차는 2026년 6월 준공 예정이었다. 분양이 완료된 오피스텔과 달리 상가는 미분양 상태였다. 이에 신협 등 후순위 투자기관들은 1~4층 상가를 담보로 대출 투자를 실행했다.

당초 평가액은 총 6003억원으로 제시됐으나, 대출 누적액(5280억원)을 합산하면 LTV(담보인정비율)은 8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위험신호로 간주되는 수준이다. 여신 대출로 추진된 이 사업은 직접 여신 구조가 아닌 ‘펀드 신탁 구조’로 변경됐다.


대출을 직접 실행하지 않고, 신협을 비롯한 2순위 기관들은 펀드를 설립해 간접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한 투자금융 전문가는 “후순위 기관에서 대출이 아닌 펀드는 건전성 분류로 반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다시 말해 손실을 예상했기 때문에 대출이 아닌 펀드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투자 기간은 37개월(2024년 1월~2027년 1월)로 예상 수익률은 11.9%였다. 당초 11.9%의 수익률을 기대했던 이 프로젝트는, 불과 1년여 만에 이자 지급 중단(EOD)에 직면했다. 지난해 5월 농협 등 1순위 대출에서 이자 지급이 중단되며 EOD가 발생했고, 2순위 펀드 또한 이자 지급이 중단되면서 8월부터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 절차가 시작됐다.

호재 노렸지만···3개월째 이자도 못 받아
‘프리미엄 아울렛’ 담보의 꿈, 88% LTV 덫

이후의 경과는 참담했다. 낙찰가 5130억원으로 설정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1차 공매에서 4회 연속 유찰됐다. 낙찰가 3013억원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2차 공매를 진행했으나 8회 유찰됐고, 지난 7월 2711억원에 3차 공매를 진행했으나, 2회 유찰됐다.

결국 신협을 비롯한 투자기관들은 낙찰을 받아도 총 투자금 2160억원 전액 손실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최초 낙찰가 대비 47% 이상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감사와 감리도 늦게나마 가동됐다. 2024년 2월, 인사이동으로 감리 담당자가 교체된 뒤 내부 수시 감사가 시작됐다. 2025년 1월, ‘한국리얼에셋 평택 PPO 투자 건’ 감사 결과가 내부 결재로 보고됐지만, 이후 투자관리팀이 ‘LTV 산출 오류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태는 다시 흔들렸다.


감사실은 김앤장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으나 “펀드투자에 대한 LTV 계산 방법에 별도 규정 없음”이라는 모호한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명확한 책임소재 규명 없이 감사는 일시 중단됐고, 공매 결과 확인 후 재감사 여부만 검토 중이다.

이처럼 과도한 LTV와 불완전한 펀드 구조에 대한 경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는 “대출을 연체 시 공란으로 건전성 분류에 반영해야 하지만, 펀드 구조상 건전성 분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리스크 관리가 누락됐다”는 지적이 포함돼있다.

이미 주요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확정 짓고 감사와 책임규명은 ‘LTV 산출 오류’ 논쟁 속에 표류 중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 대출은 전혀 몰랐던 일이고, 관여한 바 없다”며 “중앙회장 선거철이라 이상한 제보들이 많다. 투자에 따른 손실은 아예 없을 수 없다. 적법한 검토를 통해 진행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후순위 부실 대출, ‘펀드형 신탁구조’ 변경
연쇄적 공매 2160억 전액 손실

지난 21일 김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직의 내부 통제 부실과 관련한 전수조사와 고발 등 엄정 조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무위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제보를 받았는데 대전의 한 신협 임원이 가족회사에 총 100억원 대출을 실행했다”며 “처음에는 (금리를) 정상적으로 7~8%를 받다가 고의로 추정되는데 연체하고, 연체를 했더니 금리를 서너 번 낮춰줘 8%짜리가 1%대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750개 전체 신협의 10억원 이상 대출 건을 보니 현재 금리가 0%인 건수가 4건이고, 최초 1%로 대출해준 데가 15건이 있다”면서 “금리가 7~8% 하다가 2%나 1%로 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하한 건이 12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60여건이 정식 채무조정 트랙에 들어가지 않고 누락됐다”며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해당 대전 신협은 내부 제보자를 면직 징계 처리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에서 자체 내부감사로 적발된 비리 건수를 보면 신협이 68건으로 제일 많다”면서 “새마을금고는 39건, 농협 28건, 수협 22건인데 (신협은)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지적에 김 회장은 “채무조정 관련 저리 대출은 금융권에서 흔히 보통 하는 일”이라며 “경매가 넘어가기 전에 부도 나면 최소한의 원금이라도 받기 위해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몇 조합에서 일탈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수조사해서 의심될 만한 것은 적발해 고발 등 엄중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베스트원 관계사이자 골프연습장 운영사인 ‘베스트탑’에도 200억원의 담보 및 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이 역시 잔액 166억원이 연체되고 있다. 농협은행만 19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 부실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농협은행 본사는 부실 여신 발생과 관련해 내부감사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지역 새마을금고 35곳에서도 1000억원의 대출이 집행됐고 기관투자자에서도 1800억원이 대출됐다.

대규모 부실 여신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에도 보고가 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자체 검사를 마치면 내용을 파악해 검사 여부 등을 따질 예정이다.

결재 구조와
감독체계 붕괴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대출 같은 경우는 은행이 보통 자체적으로 검사를 해서 부책심의에 회부한다”며 “횡령이나 배임 같은 금융사고가 될지 여부는 감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베스트원의 관계사인 베스트원 프리미엄, 베스트원 골드는 오피스텔·쇼핑몰이 결합된 주상복합시설 조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1조3175억원의 PF 대출을 시행했다. PF 대출에 참여한 금융사는 NH농협은행, NH캐피탈,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메리츠증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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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