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the gradient’ 성낙희·손지형

서로 다른 기울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서 성낙희와 손지형의 2인전 ‘the gradient’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각자의 추상회화 안에서 서로 다르게 구현하고 있는 감각의 기울기를 발견하고 그것의 성격을 깊게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점진적인 효과를 그레이디언트(Gradient)라고 한다. 색과 명암이 경계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은 색 자체의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며 안정감을 준다.

부드럽고 날카로운

석양이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부터 그래픽 디자인 툴의 색상 편집기에 이르기까지 그레이디언트는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이는 현대 디지털 매체 환경서 새로운 시각 언어로 자리 잡았다. 추상회화서도 주디 시카고, 이우환을 비롯한 작가들의 영향과 맞물려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낙희와 손지형이 준비한 2인전 ‘the gradient’에서는 드로잉 작업 6점을 포함해 총 18점의 추상회화가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회화에 나타나는 그레이디언트 궤적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낙희의 추상 작업은 다채로운 색채와 유기적인 형태를 바탕으로 한다. 캔버스 표면서 붓이 지나간 자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럽게 변화하는 그레이디언트가 연출된다. 불규칙적으로 결합된 형형색색의 요소는 꿈틀대며 서로를 파고들고, 밀어내듯 유기적인 리듬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각적 변주로 가득 찬 독특한 화면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봤던 사우디아라비아 카펫의 이국적인 색감부터 SNS 피드의 그리드 구조에 이르기까지 삶의 크고 작은 시각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흔적이다.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을 나타내는 ‘Sequence’와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미끄러지듯 옮겨가는 운음을 뜻하는 ‘Portamento’와 같은 제목은 색과 형태의 움직임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역동적인 생명력과 미래주의적 인상이 공존하는 성낙희의 그레이디언트는 부드러운 동시에 날카롭다.

새로운 시각 언어 등장
궤적 따라가는 데 초점

손지형은 다양한 재료로 레이어를 쌓고 표면을 파낸 후 다시 채워 넣으며 작업한다. 점진적인 색채와 형태의 변화를 통해 그림과 바깥 세계를 연결 짓고 추상적 사건을 펼쳐낸다. 고유한 질감을 가진 색면은 레이어를 이루며 중첩되고 기하학적 형태가 층을 이루며 단차를 만든다.

색과 형태는 화면 너머서 표면으로 서서히 떠오르듯 점차적인 그레이디언트의 효과를 자아낸다. 위에서 내려다본 경기장이나 체스판처럼 수평과 수직, 대각선으로 이뤄진 구조는 평온하고 정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비균일한 표면의 질감은 자연의 촉감을 연상시킨다.

‘덤불’ ‘잎맥횡단’ 등의 작품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그림 위로 희미한 형상을 투영한다. 손지형의 그레이디언트는 화면을 구획하며 시선의 방향을 제시한다. 색의 변화에 따라 표면의 질감을 훑어 내려가다 보면 새로운 감각이 떠오른다.

이시원 기획자는 “색채의 스펙트럼에는 경계가 없고 시작과 끝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한다. 그레이이언트 자체에 내재한 다양성만큼이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수많은 변주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성낙희, 손지영의 회화에서 색과 형태는 서로 다른 속도와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우리의 시선은 그 흐름을 따라 유영하며 저마다의 울림을 마주한다. 이때 그레이디언트는 단순한 색의 변화를 넘어 경계를 지우고 감각을 확장하는 새로운 추상적 사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촉감 연상

눈 컨템포러리 관계자는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색채와 형태, 질감의 미세한 변화와 흐름, 즉 그레이디언트를 감지함으로써 이번 전시가 새로운 시각적 여정을 함께하는 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성낙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런던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트선재갤러리, 두산갤러리, 페리지갤러리, 갤러리2, 원앤제이갤러리 등에서 총 16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2005년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리움미술관, 두산, LG, UBS 아트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손지형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과 레인보우큐브서 개인전을 진행했다.

온수공간, 디스위켄드룸, 플레이스막2, 웨스, 카다로그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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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