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아이프미술경영과 공동기획으로 박성수·윤종석의 2인전 ‘여행의 온도’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자동차로 유라시아를 여행하며 얻은 풍경과 감정을 캔버스에 담은 작품으로 구성됐다.

박성수·윤종석 작가는 296일 동안 4만5000㎞를 운전해 유라시아를 돌았다. 2023년 5월9일, 강원도 동해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26개국을 거친 대장정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대륙과 문화를 넘나들며 각자의 시선으로 고유한 풍경을 담았다.
각자의 시선
각기 다른 풍경과 문화, 사람의 삶 속에서 눈에 띄는 순간을 그린 두 작가의 여정은 색과 형태로 재탄생했다. 여행 중 그린 생동감 넘치는 그림, 여행의 끝자락서 한국으로 돌아와 여운을 담은 작품 등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여행의 온도’ 전시는 이들의 경험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됐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박성수는 그동안 작업하던 ‘못생긴드로잉’ 연작과 함께 자수, 유화 작업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소개했다. 못생긴드로잉 연작은 여행 중 그린 작품이다. ‘감정의 시작과 끝은 모를 때가 있다. 길 위에선 더더욱 그렇다’는 문구와 함께 구불구불한 산세를 따라 놓인 철길은 박성수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아이프라운지에 설치한 ‘여행지도’가 눈에 띈다. 여행의 이동 경로와 방문했던 도시의 랜드마크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을 떠나 296일 동안 두 작가가 방문한 곳의 풍경과 느낌을 생생하게 담았다. 유화와 함께 캔버스에 실로 자수 작업을 한 작품은 박성수의 다채롭고 감각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한 화면에 여러 오브제를 병치한 작품 중 ‘내 마음대로 할래’ ‘너의 의미(김창완)’ ‘달콤한 인생’서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실로 화염을 부각한 점이 흥미롭다. 자수는 매우 세밀한 작업으로, 작품에 세부적인 요소나 패턴을 더하는 효과 역할을 했다.
색실을 사용해 특정 오브제의 디테일을 강조하거나 화면에 직물감을 더해 감성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자수 실은 평면의 캔버스 위에 물리적인 질감을 더해 입체적이고 촉각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랜드마크를 자수로
풍경을 추상으로
윤종석은 여행을 통해 변화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풍경 이미지를 준비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시간서 채집한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구조로 엮어내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주사기를 사용해 수많은 점을 찍어 형태를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추상 풍경이다. 긴 여정을 통해 느낀 ‘감정의 온도’를 기하학적 추상 형태로 제시했다. 마주하는 실제의 풍경은 기하학적인 선과 면으로 단순화돼 자연의 기본적인 구조와 균형을 강조한다.

두껍게 칠한 아크릴 물감은 평면적이지 않고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질감이 강조돼 시각적으로 더 도드라지며 그 자체로 텍스처와 입체감을 형성해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물감의 두께로 더욱 강렬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물감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색상이 더욱 풍부해지고 강력하게 느껴진다.
여러 겹의 물감을 칠해 색상의 농도를 조절하면서 색상의 깊이감이 더해졌다. 입체감이 강조된 추상 풍경은 다양한 원색의 색채로 더욱 시각적이 됐다. 실제 풍경이 주는 광활함 대신 그 안에 내재된 감각적 인상을 색채로 강조했다.
실제를 기하학적 추상 풍경으로 옮긴 윤종석의 작품은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로서의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연의 형상과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품과 함께 아이프라운지에 전시된 소품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두 작가가 여정서 느낀 고유한 문화와 감성을 담고 있다. 현지서 구매한 붓, 물감, 여러 나라의 동전, 현지 사람과 찍은 사진 등은 두 작가가 지나온 길과 긴 여정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각자의 표현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여행의 온도’ 전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과 사색, 그리고 예술로 풀어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전시에 맞춰 출간된 동명의 에세이는 두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풍경과 길 위에서 찾은 삶에 대한 의미가 체온처럼 스며드는 글로 구성돼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성수 & 윤종석은?]
박성수는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전·대구 등지서 1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2000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비전속작가 지원사업과 롯데갤러리 지원사업, 대전문화재단 후원사업에 당선된 바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한경제신문사, 미래여성병원, 구포성심병원 등에 소장돼있다.
윤종석은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전과 일본·이탈리아·중국·싱가포르 등지서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중국 베이징 아트사이드스튜디오, 장흥가나스튜디오, 프랑스 파리씨떼 예술공동체, 대만 타이페이 아티스트빌리지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롯데미술관, 가나아트센터, 아트센터쿠, 외교통상부, 두바이왕실, 코오롱, SC제일은행, 하나은행, 벤타코리아, (주)파라다이스, 골프존 문화재단, 보바스 기념병원 등에 소장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