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세월호 다시 꺼낸’ 윤솔지 감독

“참사 진실? 결론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4월은 ‘고통’ 그 자체다. 이들은 2014년 이후 11번의 4월을 거치는 동안 부서지고 상처 입었다. 누군가는 ‘또?’라며 눈을 흘겼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 끝난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눈을 돌리고 외면했다. 세월호 침몰 11년,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간 듯한 이 시점에 한 영화가 등장했다.

2014년 4월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다. 전 국민이 배가 기울었다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했다.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은 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가운데 250명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당시의 참상은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왜 꺼냈나

세월호 참사가 한국 정치사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된 탄핵 심판 사건에 단초를 제공했고 이후 정권교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구조에 나서야 할 국가가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의 공식 기구가 진실 규명을 위해 구성됐다. 이들의 방향성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향했다. 배 자체의 문제를 원인으로 보는 ‘내인설’과 배 외부에 힘이 가해져 가라앉았다는 ‘외력설’ 등이 제기됐다.

문제는 결론이다. 모든 기구가 명확한 침몰 원인을 내놓지 못했다. ‘확증 불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확정할 수 없다’ 등의 표현이 난무했다. 다시 말해 ‘모른다’였다. 3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는데 그 원인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유가족은 절망했다. 진실을 알려주리라 믿었던 이들의 배신은 치 떨리는 분노로 치환됐다.


지난 2일 개봉한 윤솔지 감독의 <침몰, 10년 제로썸>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윤 감독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책임자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등에 집중한 89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누군가에겐 ‘끝난 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되짚어보면 무엇 하나 명료한 답을 줄 수 없는 질문들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서 기자 시사회가 진행됐다. 광양시립국악단 류형선 선생의 소리와 함께 뒤집힌 세월호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일부 등장인물이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차갑다.

그렇기에 영화 중반부 아이의 시신을 확인하는 어머니의 절규는 화면이 까맣게 변한 뒤에도 귓가에 남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뒤로 쏟아지는 유가족의 울음소리도 울림이 크다.

윤 감독은 <침몰 10년, 제로썸>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침몰 원인을 특정할 수 없고 국가가 승객을 구하지 않은 정황이 있으니 검증을 통해 진실을 찾자고 주장했다. 그전까진 윤 감독에게 세월호는 끝나지 않는 사건인 셈이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서 윤 감독을 만났다. 정식 극장 개봉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윤 감독은 인터뷰서 여러 차례에 걸쳐 ‘멍청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수식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말하는 과정서 나온 표현이었다. 한때 삶의 즐거움으로 여겼던 많은 부분이 ‘죽어버린 듯’ 사라졌다고도 했다.

“(2014년) 4월22일 장례식장에 갔어요. 그때는 노란 리본이 없었고 새카만 현수막만 가득했거든요. 주변에 온통 교복, 체육복, 국어 교과서 같은 게 있더라고요. 그때 안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저는 다 해봤단 말이죠. 사고 싶은 것도 사봤고 갖고 싶은 것도 가져봤고 첫사랑도 해봤고 그런데 그 애들은 아무것도 못 해봤잖아요.”

‘공동체 상영’ 거쳐 정식 개봉
‘아무것도 안 한’ 문재인 비판


윤 감독은 <침몰 10년, 제로썸>을 스스로 가진 의문을 정리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특조위, 선조위, 사참위 등 국가 조사 기구가 내놓은 결론을 한데 모아 살펴보고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서 나온 의문을 제기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박근혜·문재인·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영화에서 표현된 분노가 상당 부분 문재인정부로 향한다는 점이다. ‘문재인이라면 해줄 거야’ ‘꼭 진실을 규명할 거야’라는 유가족의 기대를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성토가 영화 곳곳에 드러났다. 윤 감독은 ‘기만당했다’는 표현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컸다고 말하고 싶어요. 원래 나쁜 사람은 애초에 배척해 버리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은 해줄 거라고 모든 유가족이 믿었죠.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힘을 실어줬던 거고요. 그런데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없었다면 세월호 참사 6주기부터 우리는 또 다른 방향으로 진실 규명을 외쳤을 겁니다.”

‘제로썸’이라는 제목도 그런 의미를 담았다. 시민 650만명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세월호 특별법이 유명무실해지고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진실 규명은 흐지부지됐다. 그사이 국민의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면서 목소리를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결국 지난 10년의 노력이 완전히 깨끗하게 ‘0’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문재인정부서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세월호 유가족은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라는 반응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도 문정부서 뭔가를 했다는 것만으로 세월호 참사를 끝난 사건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이 반응과 시선을 되돌려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그래도 윤 감독은 “이상주의자인가 봐요”라며 희망을 드러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때 수백만의 시민이 힘을 보탠 것처럼 <침몰 10년, 제로썸>이 정식 극장 개봉을 하기까지 과정서 본 시민의 염원이 결국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끄집어 올릴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실제 <침몰 10년, 제로썸>은 지난해 전주 국제영화제서 첫선을 보인 후 배급사를 찾지 못해 애먹었다. 영화를 건져 올린 건 시민 1500여명으로 구성된 배급위원회였다. 이들은 극장을 대관해 ‘공동체 상영’을 시도했고 현재까지 6500명에 이르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움직인 결과였다.

고통 끝내야

윤 감독은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곧 있으면 세월호 참사 11주기인데 그때까지 <침몰 10년 제로썸>이 극장서 상영될 수 있도록, 진실 규명을 외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는 의지의 뜻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올해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에서 진실은 ‘4월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결국 유가족은 진실 앞에서만 멈춰 설 수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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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