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정족수 두고 ‘여야 동상이몽’

헌정사상 초유 권한대행 대상
“종합적 고려해야” 신중론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정족수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국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사례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 탓에 헌법 조항 해석을 둘러싼 법리적 논쟁과 함께 정치적 공방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오는 24일 국무회의서 ‘내란 상설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표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한 권한대행이 오는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그 즉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즉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는 “12·3 내란 발발 20일째지만 내란 수괴는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뿐 체포나 구속되지는 않고 있다.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을 속히 출범하고 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이 시간을 지연하는 것은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내란 대행을 포기하고 즉시 상설특검을 추천하고 내란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24일 오후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26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이튿날 본회의서 표결하는 타임 테이블이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실제 표결까지 이어질 경우 ‘가결정족수’가 막판까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도, 탄핵소추 기준은 ‘국무총리 탄핵 기준’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170석) 단독으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앞서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헌법에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만 재적 3분의 2로 명시할 뿐”이라며 “한 대행은 총리로서 대통령을 대행하는 것이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독립된 지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과 마찬가지로 여당 내 8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소추가 불가능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가 진행되면 명백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직무 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문을 발의해야 하고 국회는 이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난 7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탄핵소추를 추진했다. 당시 이상인 직무대행의 지위가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해석됐다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국무총리로 탄핵한다면 이는 이상인 직무대행 탄핵소추안 상정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한 권한대행에게 정식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지만, 대통령의 경우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기준이  명확히 규정된 바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헌법의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서 권한대행의 직무 성격과 권한 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전문가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유사한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본질적으로 ‘대행자’일 뿐, 대통령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탄핵소추 요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정치적 공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헌법 해석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 탄핵 기준이 국무총리 탄핵 기준보다 엄격한 이유가 국민이 뽑은 선출직이기 때문이며, 국무총리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인 만큼 대통령 탄핵 기준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 권한대행의 국무총리 재직 시절에 발생했던 만큼 당시의 기준에 준용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에선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야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탄핵소추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서 정치적 해석에 따라 결정될 경우, 헌법의 안정성과 법치주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을 계기로 탄핵소추 요건에 대한 법적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만약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된다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된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